[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배우 안보현의 성장세가 무섭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으로 주가를 올린 그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로 방점을 찍었다. 원작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로 '웹툰을 찢고 나왔다'라는 호평이 넘쳐났다.
최근 티빙 오리지널로 막을 내린 '유미의 세포들'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30대 직장인 유미(김고은 분)의 일상을 담았다.
안보현은 극 중 소개팅으로 유미를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구웅으로 분했다. 원작 속 구웅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염, 긴 머리, 까무잡잡한 피부, 내추럴한 패션 스타일까지 완벽하게 구현해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하 안보현과의 일문일답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았다는 평이 많았다
원작이 워낙 강렬하지 않았나. 처음에는 감독님이랑 작가님이랑 인사를 하고 대면을 할 때 굳이 원작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웅이가 짧은 머리를 해도 된다고 했지만 웹툰 원작이었던 '이태원 클라쓰'를 해본 경험도 있고 '유미의 세포들' 인기가 있으니 보셨던 분들의 기대치와 구웅이라는 비주얼이 시그니처라고 생각했다. 구웅의 시그니처인 수염, 까만 피부, 슬리퍼, 긴 머리를 가져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도 제가 긴머리, 수염을 한 것을 보니 꼴보기 싫더라.(웃음) 어떤 여자가 봐도 싫어할 것 같다. 작품을 위해서 비주얼을 내려놓고 캐릭터에 이입을 하려고 했다. 그걸 많은 분들이 보시고 좋아해주셔서 그것 때문에 큰 힘이 됐던 것 같다.
수염과 긴 머리는 다 직접 기른 것이었나
처음에는 수염을 붙이고 해봤는데 너무 티가 나더라. 그래서 수염을 길렀고 긴 머리의 반은 제 머리다. 뒷머리는 가발이고. 머리를 그렇게 기른 건 처음이었다. 머리 긴 게 많이 불편하더라. 여성분들 머리 말리는거 존경스럽다. 머리가 기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더라.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조합된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대본을 받았을 땐 어떤 느낌이었나
저도 세포들이 궁금했다. 대본을 받았을 때 세포가 어떻게 나오고 어떻게 애니메이션이 나올 것이며 세포들의 마을이 어떨지, 대사를 어떻게 쳐야할지, 연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면서 리딩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이입이 안됐다. 촬영 현장에서는 세포들이 말할 템포를 기다려야 한다. 스탭친구들이 세포의 대사를 읽어주는 것을 듣고 연기를 했다. 경우의 수가 많다보니 처음에는 힘들고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이 이입이 되지 않을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하다보니 편해져서 후반부를 가면서는 편했다. 세포들의 생김새도 알고 어떻게 나올지 애니메이션을 봤고 말투를 아니까 연기하기 조금 편했던 것 같다.
걱정이 있었던 애니메이션의 조합을 드라마로 봤을 땐 어떤 느낌이었나
항상 기대치 이상이었다. 세포들이 만화속에서만 나오는 그런 것만 아니라 실사에 나오는 말을 하지 않나. 귀여운 말도 많이 하지만 실제 언어를 쓰는 것들이 입혀지니까 신기했다. 세포의 힘을 얻어가서 편안하지 않았나, 돋보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이번 '유미의 세포들'에서 맡은 구웅은 그간의 캐릭터와 다른 결인데. 색다른 캐릭터를 맡는 부분에서의 걱정은 없었나
우려는 전혀 없었다. 외국인 분들의 경우엔 제가 그 역할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 구웅와 '마이네임'의 필도도 달라서 저인지 모르는 분이 많더라. 저는 배우로서 좋았다. 안보현이라는 게 아니라 필도라는 애로 기억해 주시고 배우로서 변신을 한 것 같아서 좋았다. 구웅을 보신 분들이 필도를 보면서 '이게 이렇게 되네' 하니까. 저한테는 다양한 색깔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좋다. 직업 자체가 너무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너무 머리 스타일도 다르니까. '마이네임'에서는 진두지휘하는 폭주기관차 같은 아이, 구웅은 답답한 아이니까 다채롭고 연기를 하는 것도 명확히 달라서 좋았다.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유미와 러브라인을 그렸다. 전작들에선 짝사랑, 키다리 아저씨 역을 주로 맡았었는데
전작에서 연애를 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그리다보니 로맨티코미디 적인 부분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유미의 세포들'이 저에겐 도전이었다. 저도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점이 들어 웅이화가 돼서 연기했다. 많은 분들이 좋게 주셔서 스스로에게 합격점을 주고 그런 건 아니고 자신감이 생겼다.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원작에서도 구웅과 이별을 하는데 드라마에서도 이를 그대로 이어간다. 배우로서의 아쉬움은 없나.
원작을 보셨던 분을 배려해서는 안 되지만 또 무시는 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웅이의 성향을 가져갔기 때문에 에피소드적인 부분, 구웅이 완벽하지 못해서 유미와 헤어지고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이별을 했더라면 '이건 아니지 않나'했을 것 같다. 하지만 구웅의 1순위가 자기 자신에서 유미로 바뀌고 유미에게 진심인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유미와 이별을 하는 게 자기가 판단해서 이별을 한 것인지, 유미를 위해서 보내준 것인지는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이라면 이해를 할 수 있다.
유미와 이별하는 장면도 웹툰과 똑같이 그려진다.
원작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데 굳이 따라가야하나 싶었는데 제가 웅이를 너무 좋아하고 팔이 안으로 굽다보니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시즌 하나로 끝날 내용은 아니니까. 웅이가 너무 좋아서 웅이화가 되어버려서 몰입하지 않았나 싶다. 구웅과의 헤어짐으로 인해서 '유미의 세포들'이 더 재밌어지고 새로운 캐릭터가 나타나면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많이 아쉽다.
구웅으로 분했던 입장으로서 시즌2에서는 바비(진영 분)와 이어진다.
바비랑 유미랑 있는 것을 보면 질투난다. 어찌됐던 드라마에서 세포가 유미에게 '주인공은 너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유미의 이야기고 유미의 선택이니까 싶지만, 굳이 원작을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 조금 더 팔이 안으로 굽더라.(웃음)
시즌2에는 정말 등장하지 않는 것인가
저도 궁금하긴 한데 대본을 받지 못했다. 안 받은건 안 나온다는 것 아니겠냐.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대본이 나온거라면 물어보겠는데 감독님도 모르겠다고 하는 거 보면 대본이 아직 안 나와서 그런 것 같다. 회상 장면으로는 나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촬영을 마친 '유미의 세포들'에선 완전히 빠져나온 상태인가
'마이네임'의 경우에는 촬영 끝난지 오래됐는데 '유미의 세포들'은 지금도 너무 애잔하다. 아픔도 슬픔도 아닌 것이 안타까워서. 그래서 그런지 시즌2를 바비와 보게 된다면 웅이의 마음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전 진짜 고은 씨가 유미로 보였고 '도깨비'나 전작이 생각나지 않았다. 유미로만 보이고 '유미야'라고 부르기도 하고 고은 씨도 저에게 '웅아'라고 부른다. 서로한테 각인이 되어버렸고 과몰입을 한 상태다.
데뷔 후 쉬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중에 90%는 운인 것 같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더라. 두 달 쉬면 죽으라는 건 아니지만 2달 쉬는 게 2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걱정하면서 살았는데 운이 좋게도 오디션에 되고 또 다른 오디션을 하고 속으로는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하면서 하게 되다보니 계속하게 된 것 같다.
웹툰에서는 각자마다의 우선순위가 다르다. 구웅의 우선순위가 자기 자신이었다가 유미로 바뀐 것처럼, 안보현 씨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저보다는 가족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가족한테 돈을 줘야 우선순위인건지 뭐 때문에 우선순위인지는 모르겠는데 가족이 1위다보니 원동력이 되어있기도 하고 가족에게 뭘 해줘야지 잘 해주는건지 모르겟다. 어쨌든 제가 1위는 아니다. 그래서 가족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한다. 할머니가 계신데 할머니를 위해서 하는 게 크다.
구웅으로서 유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진심이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뭔가 구웅 뿐만이 아니라 저한테도 깨닮음과 성장하게 만든 롤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 다시 보고 싶은 웅, 유미가 된 것 같아서 제게도 추억이 됐다. 주변에도 힐링하고 싶으면 보라고 말한다. 인상 찌푸리지 않고 볼 수 있는 대표작이 된 것 같다.
'유미의 세포들'을 마치고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70점 정도. 열심히 노력했던 것만 생각해서 70점을 주고 싶다. 70점이 적당한 것같다. 갈 길도 멀다. 연기전공을 한 게 아니라서 아직 연기가 재밌고 신기하다. 가면 갈수록 성장 아닌 성장, 조금씩 올라가는 과정들이 재밌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박해서 70점을 주는 게 아니라 저는 아직 그 정도인 것 같다. 되게 웃긴 말이지만,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있다. 책임감, 부담감이 생겨서 불안세포가 공존하고 있다. 떨쳐버리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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