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엄마, 버려진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 그리고 가족의 해체 속 딸에게도 외면 당하는 아빠.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둘러싼 세 명의 어른은 각기 다른 상처가 있다. 이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따뜻하고 뭉클하면서도 참 아프다. 공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브로커'다.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다. 영화는 소영(이지은/아이유)이 베이비 박스 앞에 아기 우성을 버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형사 수진(배두나)은 베이비 박스에서 인신매매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후배 이형사(이주영)와 잠복 수사 중 이를 목격한다. 수진은 "책임을 못질 거면 낳지 말았어야지"라는 말과 함께 아기를 베이비 박스 안에 넣어둔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아기에게 새로운 부모를 찾아준다는 명목으로 베이비 박스에서 아기를 빼돌린다. 다음 날 소영은 아기를 찾기 위해 시설로 왔다가 상현과 동수의 계획을 알게 된다. 처음엔 불신하던 소영도 아기가 제대로 된 부모를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들과 동행을 하게 된다. 수진과 이형사는 이들을 현행법으로 잡기 위해 뒤를 쫓는다.
'브로커'는 '어느 가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새로운 가족 관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연출작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암담한 현실에 직면한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을 섬세한 연출력으로 그려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후반부 등장하는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는 아이유의 담담한 목소리를 통해 큰 감동을 안긴다. '태어나길 잘한 것인가'라는 의문과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는 보육원 출신들에게 전하는 한 마디를 넘어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향한 축복이자 위로다.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넘기지 않고, 사회와 어른들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 역시 오랫동안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배우들의 연기는 두 말 할 것 없이 안정적이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극의 중심을 꽉 잡아준다. 웃음 포인트를 제대로 살린 송강호표 코믹함은 물론이고, 쓸쓸히 걸어가는 뒷모습만으로도 상현의 애처로운 심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강동원은 순박한 청년의 얼굴로 극에 따뜻함을 배가시키고, 아이유는 냉정한 세상 속에서 거칠어질 수밖에 없는 소영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배두나와 이주영도 형사에 알맞은 연기로 재미를 더한다.
6월 8일 개봉. 러닝타임 129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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