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은빈이 '우영우 신드롬'으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데뷔 27년차가 된 박은빈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박은빈은 이 같은 뜨거운 관심과 사랑에 들뜨지 않고 묵묵히 다음 스텝을 잘 밟기 위해 비워내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시청자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배우로서 더욱 좋은 길을 걷고자 노력하는, 겸손한 자세도 잊지 않았다.
박은빈은 지난 18일 종영된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에서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로펌 한바다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목소리 톤부터 손짓, 걸음걸이, 눈빛 등 우영우에 완벽하게 몰입한 박은빈은 마지막까지 감동과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 같은 박은빈의 열연에 힘입어 0.9%로 시작된 드라마는 방송 즉시 뜨거운 관심과 함께 시청률 수직상승을 얻었다. 마지막 회는 17.5%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TV 화제성 부문도 줄곧 1위를 차지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자랑했다. 해외에서도 넷플릭스 TV 비영어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우영우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위해 7개월 간 자신을 다독이며 촬영에 매진해 왔던 박은빈은 종영 이후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우영우'를 떠나보내는 소회와 함께 그간의 노력들을 전했다.
- '우영우'에 출연하게 된 이유와 계기는?
"대본을 보고 좋은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배우로서 캐릭터 소화는 별개 문제였다. 만약 이 이야기를 해야 하고 '우영우'가 필요하다면 신중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저를 믿어주신 감독님, 작가님께 보답한다는 마음이 컸다. 저를 믿어준 만큼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개인적인 포부를 가지고 참여를 하게 됐다."
- '우영우' 출연을 결정 짓기 전 고사를 하기도 하고 조심스러워 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제가 고사를 했던 것이 회자 되는 것이 이 작품에 참여를 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럽긴 한데 고사를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저를 믿어주시는데 제가 과연 그만큼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가 가장 큰 이유였다. '연모'에서 다른 분들이 '남장여자가 조선시대 왕이 가능하냐' 했다면 저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우영우'는 모두가 잘 해낼 수 있을거라 하시는데 저는 자신이 없었다. 왜 제가 영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해주시는 것인지 궁금했다. 다른 대본을 보면 '내가 어떻게 연기하면 되겠다'라며 어느 정도 대하는 방식이 그려졌는데, 영우는 함부로 대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다. 제가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앞에 까만 벽만 보였다. 접근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런 지점들이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저는 저의 가능성을 믿는 부분이 있다. 뭐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막상 이 역할을 마주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제대로 해내야지 하는 각오가 있었고, 그런 결심들이 지금의 '우영우'를 있게 했다."
-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면서 '우영우'를 마쳤는데, 끝난 후 만족감은 어떠한가.
"드라마의 엔딩에 나온 '뿌듯함' 장면은 한창 촬영이 진행이 되던 중간에 촬영을 했다. 수많은 힘든 촬영들을 잘 마쳐야 작품을 잘 끝낸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16부까지 약 7개월 간의 부침을 딛고 완성해낸 제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 자폐 연기를 위해 영상 레퍼런스를 찾아보지는 않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준비를 했나.
"영상 레퍼런스를 배제한 건 자문 교수님이 우영우를 모델링한 캐릭터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또 미디어로 구현이 된 캐릭터는 그 작품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모델링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영우라는 인물은 의뢰인부터 마주치는 분들이 이상하다고 느껴야 하지만 변호사로 제대로 일을 해야 하고, 익숙해지는 것 중에서 다름과 다르지 않음을 표현하는 정도가 어려웠던 것 같다. 자폐인을 따라 하는 건 절대 금기시했다. 이것이 배우로서의 윤리적 책임이라고 느꼈다. 배우마다 방법론이 다르지만 제 방법론에 있어서는 실제 자폐인들을 관찰하고 그 분들의 모습을 도구적 장치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우영우로 얘기를 해야 한다면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해서 고유성을 찾자고 생각했다. 도움을 받은 건, 레퍼런스를 이미 공부하신 감독님과 작가님의 세계관을 믿고 자문 교수님을 믿었다. 또 진단 기준을 찾는 것이 우영우의 특징들을 세분화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언제부터 놀랐나.
"2회부터 놀랐다. 제가 듣기로는 신생 채널이고 전 프로그램을 통해 1%를 넘은 적이 없었던 채널이라고 들었는데 2회부터 저희 예측을 두 배씩 넘어서 많이 놀랐다."
- 우영우가 자기 소개를 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연기하면서 어땠나.
"자기 소개를 영우만의 루틴으로 하는데, 제가 점차적으로 하면서 느낀 건 영우는 초반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였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점차적으로 변호사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숙련이 되면서 신나하는 영우를 표현하고 싶었다. 정규직 변호사가 되었다고 할 때는 가장 뿌듯하게 얘기를 하고 싶었다."
-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봐주신 만큼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자폐인 분과 함께 생활하는 어떤 관계자분이 손편지를 써서 주셨다. 그 내용인즉슨 미디어 매체에서 왜곡되고 어두운 부분만 강조가 되었던 자폐인이 아니라 자기들만이 아는 자폐인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좋게 표현을 해줘서 고맙다는 취지의 편지였다. 그분이 모두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그분의 편지를 받고 표현은 못했지만 진심으로 감사했다. 제가 생각했던 방향이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한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게 해줘 고마웠다."
- '우영우'가 국내를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재미나 웃음은 문화적 코드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화적 코드를 뛰어넘는 시청자의 감수성이 있는 것 같다. 인기 요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좀 더 생각을 해보자면 한국 드라마에서 자폐 여성을 관찰자가 아닌, 세상과 소통하는 인물로 내세웠다. 이 인물이 대형 로펌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던져져서 어떻게 그 세계에 스며들고 관계를 맺고 어려움을 딛고 성장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한 사례로 목격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우영우가 자폐인을 대표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개성 강한 특성을 가진 인물이 새로운 세계와 맞딱드리는면서 발전하는지가 핵심이라 그 과정을 호기심 있게 지켜본 것이 아닌가 싶다. 생경한 영우의 세계를 시청자들이 탐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 팬들 반응이 엄청났다. 걸그룹 못지 않은 인기를 얻기도 했는데 체감을 하고 있나. 단체관람도 의미있었을 것 같다.
"방송 초반 촬영을 마무리 해서 크게 체감을 못하다가 '우영우 신드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셔서 '이게 무슨 일이 났구나' 생각을 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체감을 한 건, 사인이나 사진 요청이 정말 많아져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봐주셨구나 느끼게 됐다. 방송 전 제작발표회를 할 때 1부 시사를 같이 했던 것도 낯설고 떨리는 경험이었는데, 단체관람은 16부 동안 사랑해준 팬들과 마지막 회를 같이 보는 행사다 보니 기자님들과 같이 보는 것 보다는 마음이 편했다.(웃음) 여러모로 좋았다. 16부는 대본으로 본 느낌을 연기자로서 최대한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회차라 잘 마무리 하고 싶었다. 마무리의 자리를 빛내주셔서 고마웠다."
[조이人]②로 계속.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