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정우가 연기 열정을 듬뿍 담아낸 '모범가족'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정의의 현실적인 연기로 표현된 극한의 감정은 범죄 스릴러 장르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이다.
정우는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모범가족'(감독 김진우) 속 캐릭터를 위해 기울인 노력과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모범가족'은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 동하가 우연히 죽은 자의 돈을 발견하고 범죄 조직과 처절하게 얽히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평범한 가장에게 닥친 범상치 않은 사건을 시작으로 붕괴 직전의 가정과 범죄 조직, 그리고 이들을 수사하는 경찰이 얽히게 된다. 그 중 정우는 평생을 모범적으로 살아온 유약한 가장 동하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생활 연기 달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큼 그간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연기로 극찬을 받았던 정우는 이번 '모범가족'에서도 그야말로 '살 떨리는' 연기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빠,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위태로운 감정을 깊이감 있게 표현해 '역시 정우'라는 찬사를 얻었다.
자신이 느끼기에 매 작품 극한의 감정을 표현하는 신이 많았던 것 같다고 운을 뗀 정우는 "특히 이번엔 촬영 감독님이 잘 느낄 수 있게 화면에 잘 잡아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라며 "사실적으로 날 것 같은 느낌이 담긴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뿌듯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절실한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감정을 중간 과정 없이 1, 2에서 바로 10단계로 올려 연기를 했다고. 그러다 보니 긴장감을 보여줘야 하는 신에서는 실제 긴장을 많이 하고 촬영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50% 이상의 촬영을 거창에서 했다. 돈 가방을 차고에 숨기며 덜덜 떨며 우는 장면이 있었다"라며 "동네 주민분들이 몇 분이 모였는데 마치 연극을 하는 기분이었다. 카메라 밖에서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계속 집중을 하려 했고, 그래서 주민분들에게 눈인사를 못해서 마음이 쓰인다. 인터뷰 자리를 빌려서 잘 협조해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팬분들이 많이 생겼다. 그분들에게 '거창 소녀들'이란 이름을 지었다"라며 "주민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기사로 꼭 써달라고 부탁했다.
전작인 '뜨거운 피', '이 구역의 미친 X'에서 욱하는 캐릭터를 연달아 연기했던 정우는 동하는 평범해보이고 체구가 작고 미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4~5kg 정도 감량을 했다고 한다.
그는 "체지방이 있는 편은 아니라서 기준치가 되는 체중이었는데, 그 이하로 살을 빼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릴 때야 식단 조절하면서 닭가슴살을 먹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유산소 운동과 소식을 하면서 감량을 했고, 워낙 육체적으로 힘든 신이 많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라고 고백했다.
이와 함께 교수라는 직업을 위해 안경을 활용하고 의상도 톤을 다운시켜 회색빛의 어두운 계통으로 준비를 했다. 또 작품 준비 단계에서 음악이나 장면에 도움이 될 레퍼런스 영상을 참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정우에 박희순은 '연습벌레'라고 하기도. 이에 대해 정우는 "목표가 바뀌었는데 '과하지 않게 적당히 하자'다. 그래서 이런 마음으로 연습했는데 그것조차 연습벌레가 됐다"라고 하며 크게 웃었다.
10회를 오롯이 이끌고 가야 하는 만큼 정우의 분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정우는 대본을 받았을 때 대사가 많지 않아서 분량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그는 "대본을 받았을 때 '이 구역의 미친 X'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그 때 대사량이 엄청 많았다"라며 "상대적으로 동하는 대사가 적어서 많은 분량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촬영을 하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리액션을 해야 하다 보니 집중력이 많이 필요했다. 분량이 많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재미있었다. 극적인 장면을 표현하고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완성된 작품이 나온 지금이야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정우는 극 속에서 뛰어다니는 건 기본이고 땅을 파고 땅에 묻히는 등 보기만 해도 힘들어 보이는 장면을 수없이 촬영해야 했다. 체중 감량까지 하다 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힘들었다고 밝힌 정우는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해소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소회를 전하면서도 다시 한번 "힘들긴 했다"라고 덧붙이며 웃음 지었다.
이어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캠코더 녹화 장면을 보면서 오열하는 신이 있다. '나의 아저씨', '우아한 세계'와 같은 장면이 나온다"라며 "그 때 저도 마치 운동선수가 링 위에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TV 앞 제가 바라보는 시선 앞에 대포 카메라가 4대가 있었다. 그 앞에서 제 감정을 드러내며 오열해야 하는데, 릴렉스한 상황에서 감정이 나오기도 하고 부담이나 압박을 받으면서 촬영을 하기도 한다. 이 때는 후자였던 것 같다. 유난히 그 장면에서는 압박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또 "10부 중간까지 억눌렸던 감정을 이 신에서 다 보여줘야 하는데 과연 어떤 감정이 터져나올지 나조차 궁금했다"라며 "5분을 오열하며 찍었다. 배우의 욕심으로는 5분 다 보여드리고 싶지만 전체적인 드라마 흐름상 압축해서 보여드렸다. 감정이 잘 전달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신 찍을 때 꽤 부담이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모범가족'의 미약한 동하를 통해 다양한 정우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힌 정우는 "멋짐은 박희순 선배님이 담당하고 있으니까 거기에 상반되는 유약하고 조금은 평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라며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의 정우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다른 작품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서 좋다"라고 큰 만족감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함께 호흡한 박희순에 대해 "정말 따봉"이라며 두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는 "선배님이 현장에서 리더 역할을 잘 해주시고 잘 이끌어주셨다. 늘 지켜봐주시고 유머러스하다"라며 "어릴 때 영화 '가족'을 볼 때부터 선배님 팬이었다. 어떤 배우이실까 궁금함, 설렘을 가지고 있었다. 멋있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많이 하셔서 처음엔 어렵기도 했다. 그런데 선배님이 촬영 초반에 '선배님'이 아닌 '형'이라고 부르라고 해주셨다. 그래도 선배님이라고 하다가 끝날 때 쯤에는 '순이형'이 되어버렸다. 존경심에서는 선배님이 맞고,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에서는 '순이형'이 맞는 것 같다"라고 박희순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을 전했다.
또 아내 역의 윤진서에 대해서는 "촬영하면서도 느꼈는데 목소리 톤이 신비하면서도 차분하고 매혹적이다"라며 "사람 자체도 담백하고 앞으로 더 보여드릴 매력이 다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김성오, 원현준 등 함께 호흡한 배우들의 연기를 극찬하며 "즐겁고 재미있게 연기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재미있는 고구마'라는 평가가 기억에 남는다는 정우는 시즌2에 대한 질문에 "그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긴 하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가도 좋을 것 같다. 허무맹랑하면 안 되니까 반전 아닌 반전이 있어도 좋겠다"라며 "'모범가족'이 좋았던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에 새로움이 추가가 된 것이다. 어렵지 않으면서 긴장감 있는 이야기가 좋았기 때문에 그걸 이어갔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모범가족'으로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한 정우는 오는 9월 12일 첫 방송되는 tvN 월화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로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또 JTBC 새 드라마 '기적의 형제' 출연을 확정 짓고 촬영을 준비 중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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