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얼마 전까지 신들린 코믹 연기를 보여줬던 신하균이 이번엔 깊은 내면 연기가 돋보인 '욘더'로 돌아왔다. 장르를 뛰어넘어 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그이기에 '하균신'이라는 수식어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른 작품.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이준익 감독의 첫 번째 휴먼 멜로이자 첫 시리즈다.
신하균은 아내의 죽음 뒤 공허한 삶을 이어가는 사이언스M 기자 재현 역을 맡아 아내 이후 역 한지민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욘더'는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를 마주한 다양한 군상을 통해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그 중심에 재현, 그리고 신하균이 있다.
신하균은 최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SF멜로라는 낯선 장르에 도전하게 된 것에 대해 "원작은 더 먼 미래였는데 현실적으로 그리기 어려워 10년 뒤로 설정한 것 같다"라며 "죽음이라는 소재에 대해 다들 관심을 가진다. 죽음을 인지하고 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감독님과의 작업도 많은 기대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가진 삶의 문제들,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질문을 던진다"라며 "10년 뒤의 저는 지금과 비슷할 것 같다. 특별하게 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새로움, 다양성, 사람에 대한 연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신하균은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어 한다. 모든 캐릭터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같은 것이라도 어떻게 표현이 되느냐에 따라 안해봤던 캐릭터가 될 수 있다"라며 "또 던지는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재미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궁금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통해 고민한다면 제 인생도, 연기자로서도 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극 중 재현은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인물.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슬픔의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야 했던 만큼 연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신하균은 "재현이 표현해야 하는 감정선의 절대치가 있어서 수위 조절하는 것이 어려웠다"라며 "표현하지 않지만 표현을 해야 한다. 또 난이한 대사가 많아서 어떻게 할지 감독님과 상의를 하면서 찾아갔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대본에서는 더 건조했던 것 같다. 담담하게 가야하는데 대본보다는 제 감정이 더 나왔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욘더'를 멜로 장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그는 "사람의 기억과 죽음, 또 이기심에 대해 어떤 답을 내려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감정이 있는데 배우는 표현을 해야 한다. 그 감정을 혼자 느끼면 안 된다"라며 "표현을 할 때 어떤 것이 효과적일지 고민하고, 그걸 찾기 위해 접근 방식을 가진다. 정확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호하고 생각처럼 안 된다. 그래서 시도를 많이 하는데, 저는 말 주변이 없고 말로 표현도 못해서 많이 듣는 편이다. 나름대로 해석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받아들이고 찾아나간다"라고 자신만의 연기 과정과 방법을 언급했다.
'욘더' 촬영 후 쿠팡플레이 시트콤 '유니콘'을 촬영했다는 신하균은 "'유니콘' 방영이 끝나갈 무렵 '욘더'가 공개가 됐다. 계속 스티브에 익숙해져 있다가 오랜만에 '욘더'를 보니 깜짝 놀랐다"라며 "'저렇게 분위기가 있었어?'라고 생각했다.(웃음) 장르가 다르니까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라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욘더'가 말하는 존엄사에 대해선 "정말 고통스럽고 힘든 분들에게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는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기억에 대해 "선택적 기억이라 남긴다고 좋게 기억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기억보다는 작품을 계속 남기고 있으니 그걸로 존재하고 싶다"라고 고백했다. 또 '죽기 전 10분이 남는다면?'이라는 질문엔 "알고 있다면 얼마나 무섭겠나. 아무것도 못할 것 같고 생각하기 싫다"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욘더'는 신하균과 한지민이 20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특히 두 사람은 부부 호흡을 맞추며 아름다워서 더 슬프고 애틋한 감정선을 전한다. 앞서 한지민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0년 전 연기를 너무 못해 신하균 선배에게 미안했다"라며 "늘 사과하고 싶었다"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신하균은 "그 당시 기억이 별로 없다. 그 때는 우리 둘 다 잠도 못 자고 촬영을 해서 정신이 없었다. 자기 것만 해서 대화를 거의 나눈 적이 없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지민 씨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친구다. 지민 씨가 평소 가지고 있는 배려심이나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가 저에게 많은 힘이 됐다"라고 한지민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 "지민 씨와의 회상신은 다 밝고 달달해서 좋았다"라며 "지민 씨가 장난기가 있고 밝다 보니 그런 연기를 잘하더라. 그래서 저는 그걸 많이 받아들이면서 도움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한지민은 신하균의 평소 성격에 대해 "농담도 잘하고 장난도 많다"라며 "카메라에서 벗어나면 다른 사람"이라고 전하기도. 이를 거론하자 신하균은 "말이 지금보다는 많아지긴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하다"라고 대답하며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지민 씨가 많이 많다"라며 "저는 상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 지민 씨가 편하게 해줘서 그런 것 같다"라고 한지민이 편안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준익 감독과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감독님과 같이 했던 배우들의 만족감이 높더라. 성격이 유쾌하고 배우들과 같이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분위기를 저도 경험하고 싶었다"라고 이준익 감독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감독님은 정말 열정적이다. 오케이 소리도 크다. 그래서 그 소리가 안 나오면 '잘못한 것은 아닌가' 싶어서 위축이 된다"라며 "또 의심을 많이 하신다. 본인이 쓴 대본인데도 이 상황에서 맞는 표현인지, 다른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 더 좋은 것을 찾으려 하는 과정도 좋았다. 그냥 연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고민하고 찾아나가는 것이 좋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촬영을 굉장히 빨리 끝내신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를 점심 때부터 말씀하신다. 장 봐와서 같이 요리를 해서 먹고, 술도 한 잔 한다. 음악도 틀어주셨다. 힐링이 됐고, 여행하듯이 촬영을 했다"라고 특별했던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준익 감독이 다시 함께 하자고 하면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찾아주신다면 고맙다. 너무 행복한 추억이 있다"라고 한 신하균은 "일단 책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1974년생으로 올해 나이 49살인 신하균은 여전히 아이같은 천진난만함이 얼굴 곳곳에 묻어나는 배우이기도 하다. "왜 늙지 않나"라는 질문이 나올만한 동안 비주얼의 소유자인 것. 하지만 그는 "나이 들고 늙었다", "50대 앞둔 느낌? 꿀꿀하다. 좋지 않다"라고 솔직하게 대답한다.
그리고 '열일'을 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선 "계속 찾아주시기 때문"이라며 "일하고 있을 때의 활력소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서 결과를 뽑아내는 과정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자신의 별명인 '하균신'이 쑥스럽고 민망하다는 그는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이 안 든다"라며 "모자란 부분이 너무 많다. (연기에 있어서) 더 깨우치고 고쳐나가야 한다. 연기에 절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정들을 적당하게 잘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목표점을 밝혔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불안하다고 말한다. 언제 작품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작품을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
지나간 걸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출연했던 작품 중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은 없다는 그다. 툭 내뱉는 "힘들어서 다시 하기 싫다"라는 신하균의 대답은 그가 연기할 때 얼마나 최선과 열정을 다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작품 완성 후 느끼는 보람이 크다. 연기를 하게 된 것도 저에게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저는 말주변이 없고 쑥스러움도 많이 타서 어릴 때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어릴 때 영화를 보는 것이 좋았고,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었다. 제가 이야기를 전달하고 그걸 대중들이 즐거워한다면 저라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보람이겠나. 누군가가 두 시간을 투자해 같이 하고 그 시간을 기억해준다면 그것만큼 보람찬 일은 없다. 그 것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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