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역사적 사실과 주맹증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만나 하나의 웰메이드 사극을 완성했다. 웃음기 뺀 유해진과 류준열의 연기 조합이 반가운 '올빼미'다.
'올빼미'(감독 안태진)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사극이다. 영화의 배경은 조선의 제16대 왕 인조 시대.
병자호란 이후 청에 인질로 끌려갔던 아들 소현세자(김성철 분)가 8년 만에 귀국하자 인조(유해진 분)는 반가움과 함께 정체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 무렵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닌 경수(류준열 분)는 어의 이형익(최무성 분)에게 그 재주를 인정받아 궁으로 들어간다.
사실 경수는 어둠 속에서는 희미하게 앞을 볼 수 있는 주맹증으로,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당시 인조는 명나라를 따라 자신의 정통성을 지키고자 하지만 청나라를 벗으로 삼고 신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아들과 갈등을 빚고 있던 상황. 인조는 소현세자의 사망 후 광기에 물들어 폭주를 하고, 세자의 죽음을 본 경수로 인해 관련된 인물들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올빼미'는 소현세자의 죽음이라는 역사적 기록에 낮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밤에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맹인 침술사'라는 신선한 캐릭터를 더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특히 '올빼미'는 유해진과 류준열이 '택시운전사', '봉오동 전투' 이후 세 번째 연기 호흡을 맞춘 작품. 하지만 두 사람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색의 연기와 얼굴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경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극의 중심에서 종횡무진 활약한다. 이 때문에 류준열의 연기와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맹인 연기는 물론이고 사건의 진실을 목격하고 휘몰아치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굵은 기둥처럼 성장했다", "갈수록 섬세해진다. 표현하기 쉽지 않은 역할인데 하나하나 디테일을 신경 썼다"는 유해진의 칭찬처럼 류준열은 더욱 깊어진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그야말로 류준열의 재발견이 반갑다.
배우 인생 첫 왕 연기에 도전한 유해진의 변신도 인상적이다. 세자의 죽음 이후 광기에 휩싸여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여주는 인조의 심리에 집중했다는 유해진은 기존에 봐왔던 왕과는 다른 자신만의 왕을 완성하며 연기 내공을 입증했다. 미세한 안면 근육의 움직임과 섬뜩한 표정, 낮게 깔린 목소리 등 유해진의 새로운 얼굴은 '올빼미'를 흥미롭게 만드는 또 다른 지점이다.
김성철, 최무성, 박명훈 등도 탄탄한 역량을 뽐내고, 아역 배우들까지 제 몫을 제대로 해주며 극을 흥미롭게 만든다. 이런 배우들의 연기는 스릴러 장르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역사가 스포이지만, 이를 뛰어넘는 힘이 '올빼미'를 가득 채운다.
11월 23일 개봉. 러닝타임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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