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로맨스코미디라는 장르가 2,30대의 전유물은 아니잖아요. 10년 뒤에도 할 수 있어요."
전도연은 사랑스러웠고, 밝은 에너지로 가득 했다. '나이에 갇히지 않은' 전도연의 연기는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시청자들은 그런 전도연에 설렜고, 또 반했다. '로코퀸' 전도연은 건재했다.
지난 5일 막내린 tvN 토일드라마 '일타스캔들'은 그야말로 전도연의 존재감을 입증한 작품이었다.
'일타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 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강사의 달콤쌉싸래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첫 방송 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마지막회 자체최고시청률 17.03%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시청률 이야기에 "20%를 못 넘었네"라고 유쾌하게 웃는 전도연은, 드라마 주인공 행선과 똑닮아있었다.
"사실 시청률 17%를 보고 다들 단톡방에서 기분 좋다고 했어요. 어느 순간이 되면 '더더더'라는 생각보다는 '이 작품이 사랑을 받고 있구나' 생각해요. 시청률이 부족하면 '내가 뭔가 부족했나'라는 생각을 하는데 10%가 넘는 순간 숫자 하나에 큰 의미가 부여되진 않더라구요."
그간 깊은 감정선의 멜로 연기를 주로 해왔던 전도연이, 참으로 오랜만에 로맨스코미디에 출연했고, 밝은 캐릭터를 입었다. 전도연은 '일타스캔들'을 제안 받고, 한차례 거절했었다고 털어놨다.
"인연이 있던 조문주 CP님이 '절 혼내시지 않으실거죠?'라며 캐스팅 제안을 했어요. 재미있게 읽었지만, 막상 내가 잘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어요. 밝은 대본을 너무 오랜만에 받았거든요. 처음엔 거절을 했는데, 작가님이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어요. '행선이 판타지가 있는 인물이지만, 현실에 베이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전도연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하기로 했죠."
전도연이 연기한 남행선은 과거 핸드볼 국가대표였으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인물. 무한 체력과 긍정을 자랑하며, 건강한 에너지와 씩씩함이 돋보였다. 전도연은 "오지랖도 있고 민폐 캐릭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포인트를 두고 사람들의 응원과 공감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사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았어요. 작가님이 원하는건 아줌마스럽고 씩씩하고, 억척스러운 캐릭터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리딩을 할 때 저에게 맞지 않더라구요. '지금이라도 다른 배우를 구하라'고, 징징거리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웃음)."
"초반에, 행선이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행선이었는데, 캐릭터 분량에 치여서 멘붕이 왔어요. 차에 타면, 휴대폰 비번이 생각 안 날정도로 많이 힘들었죠. 액션도 해야 하고, 대사량도 많고. 맨날 '내가 왜 이걸 했나' 후회했어요. 현장 분위기도 좋고,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고, 정경호 배우가 많은 힘이 됐죠."
걱정이 무색할 만큼, 그는 전도연 아닌 남행선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일타강사 치열을 향한 설레는 감정, 연애에 흠뻑 빠진 달달한 눈빛, 그리고 애틋함까지. 전도연의 사랑스러운 연기와 밝은 미소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억척스러움과 사랑스러움, 이 대비되는 매력은 전도연이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웃는 모습이 예쁘구나 싶었어요. 제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것이 너무 오래 전이었어요. '일타스캔들'에서 환하게 웃는데 기분이 좋더라구요. 저도 보고 싶었던 제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를 함께 시청했던 중학생 딸의 반응도 전했다. 전도연은 "딸이 '엄마가 저러고 있는 것이 닭살스럽고 오글거린다'고 했다"라며 "심장이 오그라들고, 너무 달달해서 이가 썩을 것 같다는 표현을 했다"고 웃었다.
실제 10살 나이차 정경호와의 로맨스 호흡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다고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나이 차가 많이 나는지 알았다. 상대 배우의 나이, 그리고 내 극중 나이를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일타스캔들'을 통해 나이에 갇히지 않고 로맨스 연기가 가능한 배우임을, 그리고 그것을 소화할 만한 매력과 연기 내공을 갖춘 배우라는 것을 입증했다. 전도연은 자신의 로코 출연을 대단한 도전으로 정의내리지 않았다.
"저는 로코라는 장르가 굳이 2,30대 어린 친구들만 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이상의 나이대가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분명 있고, 10년 뒤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나이대의 전유물이 아니잖아요. '이 나이대에 로코를 할 수 있어?'라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로코가 있다면 또 할 것 같아요."
전도연은 로맨스와 더불어 뭉클하고 애틋한 가족애로도 시청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받았다. 해이(노윤서 분)의 진짜 엄마보다 더 엄마같은 모습으로, 또 남동생 재우(오의식 분)의 누나로,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정말 호흡이 너무 좋았고, 어느 순간 최적화 되어 있었어요. 재우라는 캐릭터가 저에게는 굉장히 많은 힐링이 됐어요. 남동생이 없는데, 진짜 남동생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해이는 이제 겨우 두 번째 작품인데, 어른스럽고 당당하고 자기가 해야할 것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었어요. 너무 맑은 친구였어요. 얼굴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는 사람들이에요. 끝나고 나서, 정말 가족과 헤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 안에 들어가기도 힘들었지만 제가 그 안에 많이 들어가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 중학생 딸을 둔 엄마 그리고 학부모인 전도연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해이와 행선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했다.
"제가 엄마인건 아는데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최대한 솔직해지려고 해요.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또 그 친구(딸)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 받아요, 수아임당처럼 열혈엄마는 아니에요. 극중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하는데, 저 역시 공부를 잘해서 성공했다고 말하진 못해요. 공부 외에 잘하는 것을 선택하면 좋겠고, 자기의 방향을 잘 잡아줬으면 좋겠어요."
'일타스캔들'을 마친 전도연은 오는 31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으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일타스캔들'로 N차 전성기를 맞은 그에게 '2023년은 전도연의 해가 될 것 같다'고 하자 "전 항상 제 해였던 것 같은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주변에서 눈 뜨니깐 일약스타덤에 오른 것처럼 이야기 해서 자존심이 상하더라"라며 "기분이 나쁘다는건 아니라 짜증이 났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전도연은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작품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전도연은 "'앞으로 뭘 해야하지?'보단 저에게 들어오는 작품에 충실할 거다. 내가 늘 해오던 방식으로"라고 했다. 아주 오랫동안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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