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서준이 이번엔 축구선수 출신 감독으로 변신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좋은 성과와 반응을 얻어온 박서준은 대중들에게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로 통한다. 이번 '드림' 역시 마찬가지. 까칠한 듯 하지만 내면은 따뜻함으로 가득한 홍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과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달 26일 개봉된 '드림'(감독 이병헌)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4년 만 신작으로, 2010년 대한민국이 첫 출전했던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박서준은 축구선수였지만 사고를 치고 홈리스 축구단 감독을 맡게 된 윤홍대를 연기했다. 신경을 건드리는 기자의 눈을 찌르는 장면이 편집된 일명 '윤홍대 하이라이트'를 비롯해 황당한 상황을 마주하는 내내 특유의 위트 넘치는 현실 연기로 극적 재미를 배가시켰다.
또 축구선수로서 축구장을 내달리는 장면에선 감탄이 나올 정도로 환상적인 피지컬과 축구실력을 뽐내기도. 이와 함께 감독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또 한번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에 박서준은 최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드림' 속 윤홍대가 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과 고민, 아이유와의 첫 연기 호흡 소감을 전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축구 장면이 굉장히 잘 나왔다. 만족도는?
"앵글을 잘 잡아주셨다. 그 이상 최선을 다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만족한다."
- 완성도가 높은데 훈련 기간은 얼마 정도였고,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기술 같은 경우엔 사전에 어떻게 찍을 거라고 디자인을 해놓은 다음에 그것만 연습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촬영 중간에도 공만 있으면 계속 해보려고 했고, 공이랑 친해져야 하는 것이 중요했다. 공 다루는 거 외에는 체력적으로 준비를 했다. 많이 뛰면서 운동을 했다."
- 엔딩크레딧에는 대역이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는 대역 없이 다 소화를 한 건가?
"대역이 있긴 했지만 롱테이크도 있고 직접 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 대역분은 리허설을 할 때 저를 많이 도와주셨다. 촬영할 때 스무 살이었는데 '드림' 한국 분량 끝내고 군대를 갔다. 지금은 제대하고도 남은 시간이다.(웃음)"
- 축구선수의 단단한 몸과 같은 비주얼을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를 했나.
"평소엔 상체 운동을 하는데 이번엔 하체 위주로 많이 하려고 했다. 그 단단함은 코어에서 나온다. 코어 강화를 많이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복근과 허리인데 데드리프트 같은 코어 운동이나 밸런스 운동을 많이 하려고 했다."
- 절친한 손흥민 선수의 조언도 있었나.
"제가 조언을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아니다. 뭔가 얘기를 해준다고 한들 이해를 할까 싶다. 축구뿐만 아니라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촬영을 하면서 내 모습이 어떤지, 또 얼마나 흡사한지 체크를 했다. 그러면 그 이미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경기장에도 많이 있으려 했고, 대기 시간 때는 앉아 있지 않고 계속 움직였던 것 같다."
- 축구선수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손흥민 선수는 어떤 반응이었나?
"그것에 대한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다만 대본리딩 영상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다'며 좋아했다. 시즌 중이지만 혹시 시간이 되면 보겠다고 하더라."
- 축구 시합 장면 촬영 때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양현민 형이 나를 계속 막았다. 또 연습 때는 잘 되는데 촬영 때는 긴장이 되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실수가 많았다."
- 감독으로서 홈리스 경기 장면을 지켜보는 마음은 어땠나.
"선배님들이 고생이 많았다. 대부분 다 합을 맞춰야 했다. 저는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이라 죄송하고 짠하기도 했다. 응원을 많이 했다."
- 평소 이병헌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던 팬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그 속에 들어가 본 소감이 어떠한가.
"양현민, 홍완표, 허준석 형님들은 이병헌 감독님과 오래된 인연이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노하우를 물어봤다. 해답을 얻은 건 감독님 장르가 있는 것 같다. 그 의도를 파악하고 디렉션을 잘 소화하는 역할을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녹아들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 이병헌 감독의 디렉션을 받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대사가 많은 장면이나 역할 같은 경우엔 당연히 전달도 중요하지만 속도감과 리듬을 어떻게 가져가는가에 따라 재미가 달라진다. 그게 호흡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고민을 많이 한다. 한마디만 해도 웃기고 슬플 수 있다. 그런 호흡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됐다."
- 이병헌 감독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힘들었을 것 같다.
"완벽하게 파악했는지는 모르겠다.(웃음) 감독의 위치는 전체를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전체를 봤을 때는 제가 더 나을 수 없는 것 같다. 저는 제 것만 보기 때문에 제 상황에서는 잘할 수 있지만 전체를 보면 따라가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게 맞는 것 같다."
- 홍대는 까칠해 보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라 나중엔 누구보다 열정을 다해서 팀을 이끈다. 연기를 하면서 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나.
"모든 캐릭터가 '세상에 나쁜 인물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환경이 이 사람을 만든 것 같다. 축구를 정말 사랑하고 선수로서 잘 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일종의 벽과 열등감을 느낀다. 최고까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축구를 사랑해서 훈련을 계속 해왔다. 사랑을 많이 못 받지 않았나. 애정 결핍도 있다. 예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지 않았을까. 표현법을 타고 나는 사람도 있지만 배우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것이 부족한 인물이다. 표현은 서툴지만 그 안에 따뜻함이 있고 결과적으로는 챙기려고 한다."
- 이런 홍대에게 공감이 가는 포인트는?
"저도 지인이나 부모님에게 표현을 잘 못 한다. 사교적이거나 친근감 있게 하지 못한다. 마음 표현은 하려고 하지만, 바꾸려고 해도 잘 안 된다. 원래 성격이 무뚝뚝한 면이 있다."
- 그럼에도 최근 '서진이네'를 보면 동생들을 참 살갑게 잘 챙기더라.
"그건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의 모습이다. 저도 제가 평소 어떤 모습인지 모르니까 궁금했다. 서로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응원하는 것이 잘 담긴 것 같아 좋고, 저 또한 제 모습을 방송을 통해 알게 됐다."
- 아이유와 첫 만남이었는데 호흡은 어땠나.
"처음부터 좋았다.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던 장면이 풋살장 옆에서 '잠깐 나와봐' 하던 장면이다. 아이유는 깊고 진정성 있고 사연 있는 인물을 잘 표현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어서, 이런 역할과 대사들을 어떻게 소화할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잘했다. 저는 액션보다는 리액션을 신경 써야 하는데 아이유의 호흡을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너무 잘했고 연구를 많이 했다는 생각에 고마웠다."
- 티키타카 장면에서 고민이 많았고, 서로 대화를 했다고 했는데 어떤 말을 나눴나.
"'우리 잘할 수 있을까?'(웃음). 아이유도 저도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라서 그런 식으로 말을 했다."
- 헝가리 해외 로케도 진행을 했는데 그 당시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생생하게 기억이 남는다. 선발대와 후발대가 있었다. 선배님들은 플레이를 해야 했기 때문에 먼저 가셔서 합을 맞추셨다. 그때 눈이 왔는데 한국은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패딩을 가져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폴란드를 경유해서 갔는데 날씨도 춥고 한 달 안에 다 찍을 수 있을까 했다. 한 달도 빠듯한 일정이었다. 너무 추운 상황에서 보조출연자들까지 다 반소매, 반바지 입고 덜덜 떨면서 찍어서 미안했다.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해서 집중하려고 했다. 아이유가 후발대로 왔는데 오기 전에 '많이 추워요. 추위 싫어하죠?'라고 했는데 아이유가 오자마자 날씨가 따뜻해졌다. 날이 개더라. 날씨요정이었다. 아이유는 날씨도 조정하는구나 싶더라. 모두가 좋아했다. 매일 같이 있다 보니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대기 시작에 물 남은 거 세우고 커피 내기 하면서 돈독해졌다. 밥도 항상 같이 먹다 보니 더 가까워지고 끈끈해질 수 있었다. 지금도 단톡방이 유지가 되고 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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