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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우성·김남길이 만났건만…기대가 실망이 된 '보호자'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보호자'를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우성과 김남길의 첫 연기 호흡이지 않을까. 비주얼도 연기도 다 잡는 두 사람이 만난 액션 영화이니, 캐스팅부터 이미 반절의 성공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클리셰 범벅의 빈약한 스토리의 '보호자'는 '재미'도 '캐릭터'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이 기대를 뻥 차버린다.

배우로, 제작자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던 정우성이 이번엔 감독으로 돌아왔다. 정우성의 장편 영화 데뷔작인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보호자' 정우성이 수혁 역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보호자' 정우성이 수혁 역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5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2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정우성은 지난해 '헌트'로 감독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정재에 이어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해내며 더욱 큰 기대를 모았다.

정우성은 평범한 삶을 꿈꾸는 남자 수혁 역을 맡았으며, 김남길은 성공률 100%의 해결사, 일명 세탁기 우진을, 박성웅은 수혁이 몸담았던 조직의 보스 응국을, 김준한은 열등감에 시달리는 조직의 2인자 성준을, 박유나는 우진의 파트너이자 사제 폭탄 전문가 진아를 연기했다.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정우성)은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폭력과 피로 물들었던 지난 날을 후회하며 평범하게 살기로 결심한다. 수혁의 출소를 기다리던 보스 응국(박성웅)은 배신감을 느끼고 자신의 오른팔이자 조직의 2인자 성준(김준한)에게 그를 감시하라 지시한다. 수혁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 찬 성준은 일명 세탁기라 불리는 2인조 해결사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에게 수혁을 제거할 것을 의뢰한다. 그 과정에서 우진과 진아가 낸 사고로 수혁과 함께 있던 아이의 엄마이자 옛 연인인 민서(이엘리야)가 죽고 만다. 진아는 수혁의 딸 인비(류지안)를 납치하고, 수혁은 우진을 인질 삼아 딸을 구하기 위한 질주를 시작한다.

'보호자' 김남길과 정우성이 우진과 수혁 역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보호자' 김남길과 정우성이 우진과 수혁 역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조직과 폭력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수혁이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적과 싸우는 이야기는 '테이큰', '아저씨',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이미 많은 영화에서 다뤄졌던 흔한 소재다. 특별한 반전도 없다. 그렇기에 결말까지 예상 가능한 진부한 스토리가 러닝타임 97분을 꽉 채운다.

그나마 이를 상쇄시켜주는 것은 초반 등장하는 수혁의 과거 액션신이다. 손전등 하나만 들고 어둠 속에서 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정우성의 신들린 액션은 짧은 분량임에도 몰입도를 확 높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타겟이 되어 온갖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하는 수혁은 역시 주인공답게 어떤 위기가 닥쳐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특히 터널 폭탄신에서 마치 '분노의 질주'를 찍듯이 엄청난 운전 실력과 질주 본능을 발휘하는 모습은 아무리 영화라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김남길이 맡은 우진 캐릭터는 여러 가지 의미로 새롭다. 지금껏 봐온 킬러들과는 완전히 다른 색을 내는 우진은 어릴 적 트라우마를 지우지 못하고 어른이 되고서도 어린아이 같은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웃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광기를 내비치며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 김남길은 이런 우진을 연기하며 그간 본 적 없는 얼굴로 관객들에게 묘한 웃음을 안긴다. 재미라기보다는 독특함에서 오는 의외의 웃음 포인트가 곳곳에 깔려있다. 블랙코미디라는 전제 아래 뜬금없는 대사나 상황들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그 속에서 철저하게 망가지는 김남길에 황당함 가득한 실소가 지어진다.

'보호자' 김남길과 정우성이 우진과 수혁 역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보호자' 김남길과 정우성이 우진과 수혁 역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보호자' 감독 정우성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보호자' 감독 정우성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수혁의 감정선 역시 쉽게 읽히지 않는다. 말이 거의 없는 캐릭터의 특성상, 정우성은 많지 않은 대사 속 눈빛과 표정으로 수혁의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하지만 '딸을 구하고자 하는 아버지'라는 평면적인 설명 외 딸을 향한 그의 감정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드러내는 장면이 부족하다. 부성애를 꼭 함께 지내온 시간 등의 물리적인 수치로 판단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수혁과 딸 인비의 감정 교류가 부족하다 보니 관객들이 목숨을 걸고 딸을 구하려 하는 아빠에게 푹 빠져들 수 없다는 단점이 생긴다. 그렇기에 수혁에게 "누구세요?"라고 묻는 인비처럼, 관객들 역시 엔딩을 보고 나서도 물음표를 지워내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다.

8월 15일 개봉. 러닝타임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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