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① 박서준 "이병헌과 연기, 배움의 시간" '콘유'로 얻은 뿌듯함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잭 니콜슨 같은 얼굴 발견, 짜릿했다.", "가장 이입해서 볼 수 있는 캐릭터인데 연기로 잘 표현해줬고 중심을 잘 잡아줬다." 엄태화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촬영을 하면서 발견한 박서준의 새로운 얼굴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었다. 이는 관객들도 마찬가지. 평범하기에 더욱 그 변화가 공감이 되고 이입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었고, 이는 박서준의 탄탄한 연기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서준 역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결의 인물을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다며 뿌듯함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지난 9일 개봉된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완벽한 합을 이뤄냈다.

거대한 지진이 모든 콘크리트를 휩쓸고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아파트 안팎에 살아남은 인간들의 각기 다른 심리와 관계성을 탄탄하게 그려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관객들의 큰 호평 속 300만 관객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초청과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96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박서준은 명화(박보영 분)와 결혼해 황궁아파트에 살던 중 대지진을 겪고 영탁(이병헌 분)과 함께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심 인물 민성을 연기했다. 평범한 인물이었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점차 변화되어 가는 민성의 심리를 탄탄하고 섬세하게 그려내 관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이에 박서준은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민성을 연기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 이병헌 박보영과의 연기 호흡 등을 밝혔다.

- 영화 완성본을 본 소감은?

"출연한 것이 뿌듯했다. 촬영은 2~3년 전에 마쳤는데, 감독님이 후반 작업을 어떻게 했을지 궁금했다. 완성도가 높더라. 음악, 편집도 매끄럽고 작은 것 하나까지도 몰입에 방해되는 것이 없더라."

- 워낙 CG가 많은 작품이라 연기할 때 어렵지는 않았나.

"촬영 전 프리 비주얼로 이럴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셨다. 물론 상상으로 채우기는 하지만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가정하면 말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비주얼적인 것이 관객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가야지만 믿을 수 있을 테니 그런 지점이 궁금했다. 영화를 봤을 때는 이질적인 부분이 없다 보니 되게 몰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할 때도 지장이 없었다. CG를 빼고는 현실성을 중시했다. 사실 아파트를 지을 줄 몰랐다. 3층짜리 아파트에 들어갈 때는 '우와' 했다. 뒷면까지도 디테일하게 만들어놓아서 연기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 민성은 점차 변화되는 인물인데, 감정선을 어떻게 잡으려 했나.

"민성은 가족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대사에서 주는 정보가 있는데, 명화는 유산이라는 아픔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가족, 명화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인생 목표가 아파트 하나 장만해서 가족들과 사는 것이었을 거다. 그런 인물에게 이런 상황이 닥쳤고, 모든 선택을 가족을 위해 했을 거다. 황도 장면마저도 명화가 달콤함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테다. 명화를 위해서이기 때문에 시계가 뭐 그리 중요했겠나. 그렇기에 모든 순간 자신의 가치관을 떠나서 가족 위주로 생각하고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런 자신의 선택과 신념이 무너졌을 때 후회했을 거다. 그런 지점을 찾고 매끄럽게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작업이었다."

-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고 나서 바로 웨딩 촬영부터 했다고 했는데 황도신은 언제 촬영을 했나.

"통조림을 사는 건 나중에 찍었고, 집은 다른 세트였는데 집 장면은 일찍 찍었다."

- 호흡을 많이 맞춘 것도 아닌데, 눈빛부터 그냥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신혼부부 느낌이었다.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신혼부부에 대한 상황이나 상태는 모르지만, 대충 상상해볼 수 있었다. 보영 씨와 대사를 주고받을 때 되게 편했다. 황도 먹여주고 하는 장면에서 주고받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잘 되더라. 보영 씨가 어떻게 할지 궁금했는데, 그 신 찍을 때 다 풀려서 어려움이 없었다."

- 감독님의 주문은 무엇이었나.

"구심점은 영탁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을 보여주기 위해 민성이 잡아줘야 한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저 역시도 민성 캐릭터를 지켜가면서 과하지 않게, 튀지 않으려 했다. 반상회 장면에서도 공무원이니까 한마디를 하라고 해서 말하면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라고 한다. 화가 날 수도 있는데, 화내지 않고 언짢음을 표현하는 것을 생각했다. 또 영탁에게 '제가 더 잘하겠다'라고 한 이후부터의 상황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동공이 작아 보일 필요가 있어서 렌즈를 껴야 하나 생각을 하셨다더라. 하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서 연기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를 제작보고회 때 들었다. 촬영 때는 그런 걸 전혀 몰랐다. 저에게 믿음을 많이 주셨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뿌듯했다."

-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와 민성은 어떤 점이 달랐나.

"그 전에도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한 순간이 있었지만, 주인공은 정의로워야 하고 사명감 있음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많았다. 민성은 거기서 좀 벗어난 것 같다. 그래서 평범함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캐릭터가 이런 상황에서 겪는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재미를 느낀 작업이었다. 디테일하게 표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웠고 달랐다."

- 언급한 것처럼 평범한 인물이 변화하는 과정이 과하지 않게 표현되어야 했는데 부담감이 있거나 고민되는 지점은 무엇이었나.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작품을 봤을 때 선과 악이 잘 조화되고 티키타카가 잘 이뤄져야 좋은 작품이 된다. 그렇기에 제 역할이 어떻게 잘 어우러지는지를 생각했다. 민성이란 캐릭터를 해하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의 감정 표현을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표현할 때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무게중심을 떨어뜨리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 감정을 터트리는 영탁 역할이 욕심이 나지는 않았나.

"영탁은 제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인생 경험치가 쌓여야 그 깊이를 표현할 수 있다. 탐이 나는 것이 아니라 이병헌의 영탁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 이병헌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혹시 부담이 되는 지점도 있었는지 궁금하다.

"전 너무 즐거웠다. 평소 존경하던 선배님과 같은 현장에서 하나의 상황을 두고 연기를 하고 호흡을 맞추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연기하기 위해 왔으면 다 같은 배우의 입장이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면 화면에도 그게 다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즐기려고 노력했다. 기다려왔던 작업이라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선배님에게 특정한 것을 배우기 위해 질문하기보다는 현장에서 어떻게 하시는지 지켜봤다. 유머러스하게 현장을 이끌어주셨고, 한컷 한컷 다르게 연기하는 걸 보고 배움을 얻은 소중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