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딱이다. 박서준이 나온다고 하면 믿음부터 생긴다. 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에서도 유효하다. 노력으로 일군 캐릭터 속 박서준은 생동감 넘치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꽉 붙든다. 연기 뿐만 아니라 출연해온 예능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내온 박서준은 매 순간 놀랍도록 최선을 다한다.
오전부터 인터뷰를 진행할 시, 배우들은 당연히 오후 12시부터 1시(혹은 1시부터 2시)까지 1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가지며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박서준은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인터뷰 시간을 늘렸다. 당시 박서준을 비롯해 여러 배우들의 인터뷰가 하루에 다 몰린 상황. 이에 박서준은 바쁜 기자들을 배려해 쉼 없이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 막바지 촬영 중인 박서준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무대인사에 참여하려 노력하고 있다. 앞서 광복절 무대인사는 드라마 촬영 일정이 갑자기 없어지면서 함께할 수 있게 된 케이스. 예정되어 있던 일정이 아니기 때문에 휴식을 취해도 될 법한데도 박서준은 무대인사에 합류해 관객들을 만났다. 이번 개봉 3주차 무대인사 역시 마찬가지. 드라마 촬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객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쉬는 날 하루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박서준이다. 무엇이든 '대충'하는 법이 없는 그의 성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9일 개봉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완벽한 합을 이뤄냈다.
거대한 지진이 모든 콘크리트를 휩쓸고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아파트 안팎에 살아남은 인간들의 각기 다른 심리와 관계성을 탄탄하게 그려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관객들의 큰 호평 속 300만 관객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초청과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96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박서준은 명화(박보영 분)와 결혼해 황궁아파트에 살던 중 대지진을 겪고 영탁(이병헌 분)과 함께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심 인물 민성을 연기했다. 평범한 인물이었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점차 변화되어 가는 민성의 심리를 탄탄하고 섬세하게 그려내 관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이에 박서준은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7kg 체중 감량을 한 이유, 표현을 하기 위한 노력,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 등을 전했다.
- 이번 작품을 통해 만나본 엄태화 감독은 어땠나.
"감독님 기존 작품은 '가려진 시간'을 봤는데 그때도 디테일하다고 느꼈다. 감독님과 대화를 해봐도 굉장히 차분하시다. 그런 섬세함이 영화에 묻어난다. 그래서 앞으로 할 작품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기대가 된다."
- 박서준에게도 황궁아파트 같은 울타리가 있나.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은데, 일단은 가족이고 친구, 그리고 작품 활동을 할 때는 스태프다. 모든 것이 울타리가 되는데 결국은 사람인 것 같다. 물론 집이라는 공간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가 가장 무장해제가 되고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라 집도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집이라는 공간도 소중한 사람이 있어야 울타리로 생각이 되는 것 같다. 부모님과 같이 지내다가 다시 혼자 살게 된 지 1년 정도 됐다. 허전함을 많이 느끼더라. 가족 구성원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보니 가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 이번 민성 역을 위해 7kg 감량을 했다고 들었다. 원래도 호리호리한 체형인데 이렇게까지 감량을 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전에 '드림'을 찍었다. '드림'에선 축구선수에 가까워야 해서 운동도 많이 하고 많이 먹었다. 하지만 민성은 배경도 그렇고, 집 한 채 구하는 것과 행복한 가정이 목표인 사람이라 웨이트 운동을 하는 시간보다는 퇴근하면 명화와 함께했을 것 같다. 물론 외투를 입기 때문에 바디 실루엣이 나오는 건 별로 없지만, 근육을 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제가 컨디션이 좋은 몸무게가 76kg인데, 70kg 정도가 되니까 컨디션이 안 좋더라. 게다가 폭염 속에 찍다 보니 더 빨리 지키고 조절하는 것도 힘들었다. 촬영에 들어가선 아무리 먹어도 체중 유지가 됐다. 하지만 작품 끝나고 컨디션 찾는 것이 힘들었다. 예전엔 살이 빠져도 바로 운동을 하면 3주 정도면 복구가 됐는데, 이젠 어렵더라."
-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흥행이 되고 예능도 잘 한다. 늘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자평한다면?
"저는 제가 정상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것을 즐기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부담 같은 건 좋은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좋은 분들을 만나고 열심히 하다 보니까 다 연결이 되더라. 예능은 나영석 PD님 것만 하고 있는데, 나PD님이 저에게 다가와 주신 것이 감사하다. 그런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관계는 맺는 과정이 어려운데 한번 관계를 맺으면 소중함을 크게 느낀다. 뭐든 그 관계를 1순위로 만들려고 한다. 작품 같은 경우엔 요즘은 1년에 한 작품 이상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다른 작품이 들어와도 못해서 죄송하기도 하다. 제가 정상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제 가치관을 지키고 작품 활동을 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 평소 표현을 잘 못 하는 성격이라고 했었는데, 최근 '드림' 무대인사나 행사 영상을 보니 팬들을 굉장히 다정하게 대하고 표현도 많이 하더라.
"팬분들에게 감사한 것이 저를 아무 조건 없이 좋아해 주시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해서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팬들을 만나면 '내가 이런 성취감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었지'라며 뿌듯함을 느낀다. 그걸 '드림' 때 많이 느꼈다. 공백이 있다가 만나게 되니까 몇 배로 다가오더라. 그래서 팬들을 만나면 '우리 또 잘 지내다가 이렇게 만나자'라고 하는데 팬들도 고맙게 생각해준다. 오래된 팬분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갔다고 하더라. 이렇게 세월을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든다. 저는 편지를 좋아하는데 무대인사를 가면 편지만 한 상자를 받는다. 사람이 많은 공간에 있다가 집에 오면 갑자기 조용해져서 공허함이 밀려온다. 그걸 팬들의 편지로 채울 수가 있어서 고맙다. 다 읽어본다. 정말 소중하다."
"하트를 한다거나,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는 건 아직 부끄럽고 쑥스럽다. 하지만 좀 떨어져서 편지글을 올리는 건, 내 마음이 정리된 상태에서 전달할 수 있는 저만의 표현방식이 된 것 같다. 팬들도 저의 진정성을 알아주시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괜찮은 거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무대인사를 할 때 감사하다는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 팬들의 편지를 받고 가장 크게 위로를 받았던 순간이 있다면?
"특정한 것보다는 '건강하고 오래오래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다. 저 역시 정신이 건강하지 않을 때도 있고,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때가 있는데 저를 잡아주는 말인 것 같다. '서준 씨가 하는 작품을 보는 것이 좋은 것이니 무리한 선택은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해주시는데 위안이 된다."
- 두꺼운 옷을 입어서 몸이 드러나지 않음에도 7kg이나 체중 감량을 한다거나 예능에서도 엄청난 언어 공부와 사전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지치거나 힘들다 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힘들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불안해서다. 저는 민폐 끼치는 것이 싫다. 뭔가를 맡았을 때 완벽하게 하고 싶은데 준비를 안 하면 불안하다. 그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제 성격이 너무 싫을 때도 많은데, 지금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 받아들이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늘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함으로 시작이 된다. 아마 저라는 인간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고 있을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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