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고민시는 참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청순함에 처연함을 담아냈다가, 어떤 날은 강렬함을 뿜어낸다. 맑고 사랑스러운 매력도 가득하다. 장르에 따라 색을 달리하며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다. 올여름을 강타한 '밀수' 역시 마찬가지. 개성 강한 캐릭터들 사이 그만의 존재감을 뽐내며 옥분 그 자체가 된 고민시가 있어 '밀수'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밀수'(감독 류승완)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으로, 총 514만 명을 동원한 올여름 최고 흥행작이다. 고민시가 맡은 옥분은 밀수판에 대한 모든 것을 수집하는 군천시 정보통으로, 다방 막내로 시작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군천 바닥의 정보를 꿰뚫으며 춘자(김혜수 분)와 진숙(염정아 분)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고민시는 당당함과 유쾌함이 매력인 옥분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소화해 내 호평을 이끌었다. 특히 강렬한 갈매기 눈썹과 은갈치 한복 등 70년대 다방 직원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또 김혜수, 염정아와 완성한 삼각 워맨스 케미, 박정민과의 코믹 호흡도 '밀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포인트로 손꼽혔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등 쟁쟁한 선배들에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 고민시는 제32회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사회자로도 나서며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고민시는 조이뉴스24 설문 결과 67표를 얻어 올해 영화 부문 라이징 스타 1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에 고민시는 최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밀수'로 너무 많은 감사와 사랑을 받아서 저에게는 의미가 깊은 2023년이다"라며 "2년 전 촬영을 했던 여름이 너무 좋았다. 선배님들과 촬영하며 삶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많은 분이 '밀수'와 옥분이를 좋아해 주시고 칭찬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밀수' 촬영 당시 숙소 김혜수의 방에 모여 밤을 새우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회상한 고민시는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듣고만 있어도 배울 것이 정말 많았다. 인생,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라며 "다 같이 울고 웃기도 했다. 배우라는 직업을 벗어놓고 봤을 때 개인의 삶을 공유하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라고 전했다.
김혜수는 '밀수' 개봉 당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고민시에 대해 끝없이 칭찬을 쏟아낸 바 있다. 고민시에 따르면 김혜수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고민시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고민시는 "처음 김혜수 선배님께 분장차에서 인사를 드렸을 때 ''마녀'에서 보고 자기 이름을 메모장에 적어뒀는데 같이 작품을 해서 기쁘다'라고 해주셨다. 촬영하면서도 '너무 잘한다', '화면에서 느껴지는 힘이 너무 좋고 멋있다'라고 칭찬을 해주셨다"라고 전했다.
이어 "부산 무대인사를 할 때도, 밤새우면서 얘기를 할 때도 '나 어렸을 때를 보는 것 같다'라고 하셨다. 작품을 할 때 분석하고 빠져들고 스트레스받고 하는 부분에서 어렸을 때 선배님이 떠올랐다고 하시더라. '나도 빠른 나이에 이걸 겪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빠른 것 같다',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셨다"라며 "또 선배님과 제가 연기하는 이유가 똑같더라. 뭔가를 해냈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한순간이라도 좋으면 연기를 할 수 있다. 선배님도 그러시다면서 조언을 해주셨다"라며 "옥분이가 춘자를 롤모델로 생각하듯이 저도 선배님을 존경하고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김혜수를 향한 존경을 표현했다.
현재까지도 '밀수' 단톡방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고민시는 "매일 글이 올라온다. 기사나 좋은 내용의 글을 올려주기도 하고,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라며 "혜수 선배님은 추석 때 모두에게 새우를 보내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라면도 끓여 먹었다. 그렇게 모두를 아우르시니 지금까지도 정상의 위치에 계실 수 있는 것 같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토론토영화제까지 '밀수'를 5번 봤다는 고민시는 "원래 저는 제 영화를 많이 보는데 이번엔 많이 못 봤다. '마녀' 때는 관객 반응이 궁금해서 조조도 보고 시간 파트를 나눠서 보고 그랬다. 이번엔 그러지 못했는데 박경혜 배우와 용산에서 4D로도 봤었는데 극장이 가득 채워져 있어서 뿌듯했고 마음이 놓였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부산, 대구부터 해서 무대인사를 3주 정도 했는데 정말 시간이 빨리 흘렀다. 이 순간이 안 끝났으면 좋겠고, 계속 무대인사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했다"라고 다시 한번 '밀수'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다행히 스케줄이 맞아서 염정아, 박정민과 토론토영화제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고민시는 "준비를 하고 레드카펫 시작 전 차에서 내릴 때까지도 너무 떨렸다. 캐나다에서 사시는 한국 분이 '밀수'를 보기 위해 7시간 동안 운전을 해서 왔다고 하시더라. 레드카펫을 밟으면서 많은 분과 사진 찍고 사인도 했는데, 포스터와 제 사진까지 준비해서 저희를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그 환호 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동서양 불문하고 '밀수'를 재미있어하시는 걸 보고 류승완 감독님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라며 "첫 해외영화제 참석이다 보니 뭉클했고 많은 것을 얻었는데, 일정 끝내고 염정아 선배님과 산책하면서 '이 시간의 감사함을 느끼면서 지내자'라는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감격스러웠던 토론토영화제 참석 소감도 밝혔다.
고민시는 류승완 감독뿐만 아니라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를 향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이 엄마, 대표님이 아빠 같다"라며 "현장에서 늘 저희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 같으셨다. 토론토에서 조식을 먹을 때도 '어디서 이런 복덩이가 왔는지 모르겠다'라며 예뻐해 주셨다. 리더십이 강하신 분이다"라고 전했다. 또 "제가 복덩이일 수 있어서 감사하고 정말 행복한 팀이었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혜정 대표님 옆에만 있어도 좋았던 현장이다. 정말 가족 같은 사이"라고 덧붙였다.
데뷔 초부터 필모그래피를 예쁘게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는 고민시는 그래서 어떤 역할이든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고. 그는 "제가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몰입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라며 "얼굴의 예쁨이 아니라 그 캐릭터로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서 분장 같은 부분도 캐릭터와 더 가깝게 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이런 마음이 있어 고민시는 옥분이라는 캐릭터도 찰떡같이 연기해낼 수 있었다.
'밀수'는 '사랑' 그 자체였지만, 고민시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딱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단언컨대 KBS 드라마 '오월의 청춘'이라 할 수 있다. 고민시 역시 '오월의 청춘'을 거론하며 "너무나 자랑스러운 작품이다. 제가 꼭 하고 싶은 시대의 이야기였다. 어려서부터 그 시대의 작품을 보면서 '언젠가는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연히 제안이 들어왔고, 제가 그 시대의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연기적으로 쉽지는 않았다. "감정적으로 힘들었다"라고 회상한 고민시는 "밝고 웃는 장면보다는 명희가 아파하고 슬퍼하는 장면이 많다. 그래서 촬영할 때 울었던 기억밖에 없고, 아직도 소름이 끼친다. 명희 아빠가 돌아가시고 체육관에 들어가는 순간 화창했던 날씨가 바뀌면서 비가 내리더라. 소나기가 내리는데 실제 슬픈 현실을 잘 표현해달라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같이 울어주는 느낌이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날 것 같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오월의 청춘'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에서도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던 이도현은 현재 군 복무 중인 상황. 이에 면회 계획을 묻자 고민시는 "가야 하는데, 그러기 전에 먼저 휴가를 나올 것 같더라"라며 "안 그래도 제가 파리에 있을 때 연락이 왔는데 너무 잘 지내고 있더라. 군대가 잘 맞는다고 하더라"라고 이도현의 근황을 전했다.
고민시의 롤모델은 데뷔 초부터 변함없이 이보영이다. 그는 "오디션도 많이 떨어지고 회사도 잘못 들어갔던 때였다. 너무 힘들었던 때인데 어느 날 서점에서 '사랑의 시간들'이라는 선배님의 책을 읽었다. 승무원을 하셨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 책을 읽고 펑펑 울었다. 그리고 선배님의 추천작이 적혀 있어서 바로 읽어봤는데 힘을 얻었고, 배우를 계속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짐할 수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배우를 포기하고 싶다거나 자신이 안 될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고민시는 이보영의 책을 읽었던 당시의 열정이 지금보다 강했다고 밝히며 "앞으로 의학물, 변호사나 의사 연기도 해보고 싶다. 용어가 어려운 것이 많고 엄청나게 연습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도현이는 이미 의사 연기를 해봐서 부럽더라"라고 솔직한 바람을 드러냈다. 또 멜로를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이전에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는 않았는데 30대가 되어가다 보니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욕이 생긴다"라며 장만옥과 '첨밀밀'을 정말 좋아한다고 밝혔다.
고민시에게 2023년은 배우로서 엄청난 성과를 낸 해이기도 하지만 혼자 여행을 가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이뤄낸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이보영처럼 자신의 에세이를 내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리고 배우의 길을 꿈꾸거나 걸어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저는 제가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게 30년 후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언젠가는 될 거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렇게 용기를 내 버티면 되는 것 같다. 누가 끝까지 버티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그 바탕엔 당연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을 건넸다.
이어 "저는 도전에 두려움이 없다. 제가 관심이 있고 하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하게 있으면 두려움 없이 직진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밝히며 "저는 배우 일이 저와 잘 맞아서 정말 행복하다.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표현할 때 자유롭다"라고 거듭 높은 행복 지수를 표현했다.
고민시는 오는 12월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로 다시 한번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시즌1 때 보다 훨씬 커진 장소와 다양한 괴물들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 새로운 인물이 나온다. 그리고 그린홈 생존자들의 관계성도 가장 기대가 되는 대목인데, 시즌1과 달라진 점이나 무엇을 위해 살아남고자 하는지를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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