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토록 뜨겁게 반응하게 되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서울의 봄'이 관객들의 마음을 꽉 움켜쥐고 있다. 그 중심에는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 그리고 그 옆을 지킨 박해준의 노태건이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그 부담보다는 좋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박해준이다. 스스로도 "숨 막히고 감동적"이었다는 '서울의 봄'은 그에게 행운 같은 작품으로 기억된다.
지난 22일 개봉된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로, 한국 영화 최초로 12.12 군사반란을 다뤄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황정민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정동환, 김의성, 안내상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으며, 여기에 정만식, 이준혁, 정해인이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박해준은 군사반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9사단장 노태건 역을 맡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은 인물로, 전두광(황정민 분)의 친구이자 서로 협력하는 관계다.
시사회 공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서울의 봄'은 "올해 최고의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있다. 결과가 나와 있는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김성수 감독의 섬세한 인물 구성과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탁월한 연출력, 배우들의 호연 등이 어우러져 141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순삭되는 마법을 경험하게 한다는 평가다. 관객들 역시 극에 몰입해 함께 분노하고 울분을 터트리는 등 '올해 가장 뜨거운 영화'임을 입증했다.
이에 박해준은 24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봄'에 참여한 이유와 뜨거운 반응에 대한 소감, 노태건 역을 연기하기 위해 중점을 뒀던 부분 등을 밝혔다.
- 박스오피스 1위에 뜨거운 반응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실감하고 있나?
"좋게 봐주고 계셔서 감사하다. 이런 기분을 처음 느꼈다. 재미있고 좋은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좋다."
-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어땠나?
"배우들이 영화를 처음 보면 '내가 어떻게 했지?' 궁금해하는데, 처음 볼 때부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봤다. 초반부터 텐션이 올라가서 끝까지 떨어지지 않고 유지가 됐다. 어느새 시간이 다 갔더라. 그런 영화를 보기 쉽지 않다. 놀랐고 재미있었다. 영화를 만들 당시 대본을 봤을 때는 무겁고 어두운 주제 같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이 어렵게 보진 않을까 했다. 제가 영화를 보는 수준이 높은 편이 아니라 제가 재미있게 봤다는 건 다들 재미있다는 거 아닐까 싶다."
- 언제 영화를 봤나?
"언론시사회 때 촬영이 중간에 바뀌는 바람에 참석을 못 하게 됐다. 그 얘기를 듣고 일주일 전에 기술 시사 때 보고 VIP 시사 때 관객들과 같이 봤다. 처음 볼 때는 숨 막히게 재미있게 봤고 두 번째 볼 때는 감동적으로 봤다. VIP 시사 때는 관객들의 기운이 느껴지니까 '영화를 보는 맛이 이거구나' 했다. 개봉하고 난 후에 우리 동네 영화관에 모자 쓰고 조용히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이 어떤 기분, 어떤 표정으로 볼지 궁금하다. 아내도 개봉 날 가서 봤는데 감동적이었고 '잘 만들어진 연극을 본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하더라. 되게 재미있었다고 했다."
- 노태건 역할을 어떻게 하게 됐나. 부담이 있지는 않았나?
"이 역할을 주시길래 단순하게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저는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하는 작품을 해본 적이 없고 선호하지 않아서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감독님을 만나 사라졌다. 이 작품이 가진 즐거움에 대해서 생각했다.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이 작품이 재미있는지, 좋은지를 판단하자고 하다 보니 이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더라. 대본이 좋고 흥미롭게 도전해볼 역할이면 그거만큼 배우에게 좋은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좋았다."
-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다 보니 신중하게 접근한 부분이 있다면?
"드라마 속 급박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그 안에서 표현해야 하는 것이 자유로울 것 같았다. 황정민 배우와 처음 만났는데, 호흡을 맞추기 위해 리딩을 할 때 고민이 싹 날아갔다. 극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방해가 되는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진행해야 영화 같은 영화가 될 거라 생각했다."
- 노태건은 전두광과 친구지만, 계속해서 갈등하고 선택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 선을 잘 타야 했을 것 같고, 그걸 잘 표현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의도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미생' 천과장 역할을 할 때 그런 느낌이 있었다. 노태건과는 다른 인물이긴 하지만, 그 인물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재미가 있다. 세게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뒤처지지 않는 텐션이 있다. 그걸 연기하는 맛이 있다. '미생' 천과장도 회사에선 정치적으로 행동하지만 집에 와서는 혼자만의 고민이 있다. 누가 그걸 알아주고 그 모습이 진짜라고 얘기할 때 기분이 좋았던 것처럼 노태건도 그랬다. 친구 전두광을 따라가면 너무 위험한 일에 빠질 것 같고, 한편으로 빠져나올 구멍을 만들어야 하나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민을 안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노태건이 주체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전두광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두광의 간을 보는 사람으로 표현이 됐으면 했다. 이 대본에서 표현되는 부분은 그랬다. 감독님과도 '맞아' 하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에서 노태건을 표현하는 것이 비밀스러웠으면 했고, 그래서 노태건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이 생겼으면 했다. 개인적인 욕심은 '흥미롭게 연기한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좋겠다."
- 김성수 감독과는 첫 호흡이었는데 어땠나?
"뭘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얘기를 해주는 감독님이다. 같이 모니터를 많이 했는데, '이 구간까지는 너무 좋은데, 이 부분은 바꾸고 넘어가면 어떨까?'라고 명확하게 말씀하신다. 그런 감독님을 만나기 쉽지 않다. 감독님이 얘기한 그 부분만 고치면 아주 좋은 연기를 한 것처럼 보인다. 행운 같은 작업을 한 것 같다."
- 김성수 감독이 굉장히 집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현장에서 그 집요함을 느끼기도 했나?
"저는 집요하게 찍는 감독님이 좋다. 아닌가?(웃음) 저는 빨리 포기하고 진득하지 못하고 집중력도 약한 사람이다. 그래서 '야, 가자'라며 끌고 가 주는 사람이 좋다. 내가 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내 의지로 운동을 하다 보면 하기 싫을 때가 있다. 하지만 옆에서 '조금만 더 하자'라고 끌어주면 2시간을 채우게 된다. 그게 너무 좋다. 결과물도 분명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말이 안 되는 요구를 하면 괴로운 건데 좋은 선택을 하게 해주면 뒤에 뭔가가 더 생길 것 같다. 그래서 더 하게 만들어주는 감독님이 좋다. 현장이 늘 즐거웠고, 존경하는 감독님이다."
- 에너지가 큰 영화인데 촬영장도 그랬나?
"열기가 어마어마했다. 감독님이 배우들을 모아놓고 그 열기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텐션을 주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다 끌어내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는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시고 좋은 부분의 밸런스를 맞춰주신 건 감독님이다. 전두광과 노태건 사이 텐션도 좋지만, 선후배 배우들이 단체로 모여있는 신들에서 빛이 난다고 생각했다. 전체가 물 흐르듯 움직이기 쉽지 않은데, 아귀가 다 들어맞는다. 각자 다 자기 일을 하고 있다. 훌륭한 배우와 훌륭한 감독님이 만난 시너지가 좋았다. 다들 목숨 걸고 하다 보니 에너지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 그 뜨거운 곳에서 기세가 꺾이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법이 있었나?
"감독님이 잘 잡아주셔서 그렇게 된 거다. 저는 기운이 없는 사람이다.(일동 웃음) 기운이 엄청난 사람들에게 편승해서 잘 살아남았다. 그 상황 속에서 어떤 것으로 수용이 됐다. 그래서 저는 다 같이 모였을 때가 재미있었다. '이 사람들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 연기할 때 신났을 것 같다.
"놀라고 깔아준 판이라 너무 신났다. 에너지를 계속 받는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신났다.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임이 생길 때 너무 좋다. 리허설에 공을 정말 많이 들였다. 다들 한가락 하는 배우들이 만나 힘이 모이고 합이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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