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드디어 천만이 눈 앞에 다가왔다. 그동안 위기라는 말이 돌았던 극장가에 진짜 '봄'을 안겨준 '서울의 봄'이다. 배우 김의성 역시 '서울의 봄'을 통해 9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의 마음에 분노의 불씨를 지폈다. 그만큼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의미다. 그런 김의성이 너무나 훌륭한 연출력으로 '서울의 봄'을 완성한 김성수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과몰입을 할 정도로 치열하게, 또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로, 황정민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정동환, 김의성, 안내상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으며, 여기에 정만식, 이준혁, 정해인이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스토리와 김성수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 배우들의 빈틈없는 호연으로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극찬을 얻으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서울의 봄'은 '범죄도시3'에 이어 2023년 전체 박스오피스 TOP2에 올랐다. 현재 900만 관객을 뚫고 천만 영화 등극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의 '첫 천만 영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부산행' 이후 '분노 유발' 전문 배우로 꼽히는 김의성은 국방장관 역을 맡아 영화 속 중요한 순간마다 얄미운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참모총장(이성민 분) 공관에서 총격전이 벌어지자 상황 파악도 안하고 도망쳤다 새벽에야 나타나 "나 많이 찾았냐?"라는 속 터지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이에 김의성은 '서울의 봄' 무대인사에서도 "나 많이 찾았냐?"라며 등장해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기도 했다. 다음은 김의성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애드리브를 하는 편인가?
"애드리브는 거의 안 한다. 대본에 쓰여 있는 거로만 하거나 대사를 빼는 편이다. 그래도 '서울의 봄'에서는 애드리브가 있었는데, 현장에서 감독님이 하라고 하는 거였다. 예를 들어 '나 많이 찾았냐?'는 현장에서 감독님이 만들었다. 이 사람을 대변하는 것이라 재미있었다."
- 국방 장관이라는 직책에선 그러면 안 되긴 하지만, 사람이라면 두려움의 감정을 먼저 느낄 수 있을 테니 연기적으로 그걸 잘 끌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상상 속에서 찾아내기보다는 제 안에서 그걸 찾아낸다. 국방 장관이지만 총소리가 났을 때 도망을 간다. 제 안에도 이런 면이 있나 했을 때 되게 많은 것 같다. 물론 목숨을 걸 것 같은 부분도 있지만, '굳이 왜'라고 하면서 숨는 것도 있다. 그런 부분을 끄집어내는 것 같고 그래서 쉽게 공감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누구나 다 자기 안에 그런 부분이 있지 않나. E인데 내 안에 I가 너무 많다거나 I인데 E가 있다고 하는 것이 그런 거 같다. 우리는 다 다중인격이라고 본다. 그래서 내 안의 다양한 인격과 변덕들을 캐릭터로 잘 탐구하고 극대화해서 쾌감을 느낀다."
- 촬영은 얼마 정도 했나? 현장의 공기는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적었다. 7회차 정도였다. 현장엔 군인들이 득실거린다. 그 안에 많이 본 낯익은 얼굴이 있는데, 군복을 입으니 예비군 같았다. 편안하고 재미있었다. 저는 양쪽 벙커를 다 가는데 너무 웃긴다. 두 팀이 과몰입해서 서로 싫어하고 그러더라. 회식도 따로 했다. 진압군에 가면 '국방 장관 왜 이제 왔냐', '많이 당했다'라고 하고, 반란군이 끼면 '저리 가라'라고 한다. 아저씨들이 새로 군대에 간 것 같더라. 구경하는 재미도 좋았다. 또 황정민, 정우성 연기하는 걸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 인연이 깊은 김성수 감독과 첫 호흡이었는데, 현장에서의 김성수 감독은 어땠나?
"들었던 소문은 '진짜 무서웠는데 이제 안 무섭다'였다. '무사' 때 엄청 무서웠다고 하고, 감독님도 그랬다고 하더라. 호랑이 같은 분이었는데, 지금은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 같다. 막내에게도 존대하신다. 하루 짧게 보는 배우들에게도 친절하게 다 설명한다. 또 쉽게 설명한다. 인격적으로도 훌륭하고, 감독으로서는 말할 것 없이 완벽하게 장악한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정확하고, 다 설득해서 찍어낸다. 그야말로 완벽하다."
- 김성수 감독이 굉장히 집요한 거로 유명한데, 직접적으로 그 집요함을 느낀 부분도 있었나?
"감독님이 집요해지기 전에 제가 잘했다.(웃음) 집요한 건 대사를 다시 주면서 '이걸로 해보자' 하는 정도다. 직관적으로 이해를 하게 되고, 선문답으로 던져주셔서 도움을 받았다. 배우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림이 정확하다 보니 거기서 많이 벗어나면 설득하는 정도다. 또 같이 하고 싶다."
- 김성수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된 과정도 궁금하다.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로 만났다. 감독님의 단편 영화에 출연하려 했는데 제가 베트남 가서 촬영하면서 불발이 됐고 그 이후부터 같이 하지 못하게 됐다. 이후엔 감독님도 국내에서 공백기가 있었고, 저도 그랬다. 둘 다 10년 정도 공백이 있었다 보니 이제야 같이 하게 됐다."
- 과거 공백기 이후 다작을 하게 됐다. 변화의 이유가 있나?
"젊을 때는 주연만 하다 보니 다작을 못 했고, 작품 수도 많지 않았다. 재출발하면서 조연을 했고 주어진 것을 기쁘게 해냈다. 다작이라는 착시도 있다. 제가 출연한 작품들이 잘 되거나 누구나 다 아는 작품이다. 많이 만들어질 때 100편 정도였다면 대중이 아는 건 10~20개다. 그 안에 제가 한 것이 많았다. 진짜 운이 좋아서 알만한 영화들만 출연했고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았다. 운이 좋아서 그런 건데 '많이 하네'라는 착시가 생긴 것 같다."
-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작품을 보는 안목이 좋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다.
"저는 안목이 좋다는 평가보다 운이 좋다는 평가가 더 좋다. 부적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드라마에 참여했는데 '선배님이 하시면 다 잘된다고 하는데 선배님이 하시게 되어 좋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널리 소문을 내라고 했다. 자기 자랑을 하면 안 되지만(웃음) 제가 한가할 때 제가 했던 드라마 평균 시청률을 내니까 14%가 나오더라. '행운의 부적'이니까 안 쓰면 손해다.(웃음)"
- 작품 제안 굉장히 많이 들어올 거고, 거절한 작품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떤 기준이 있나?
"작품이 되게 이상한 것도 많다. 이성적으로 좋다고 하는 걸 선별한다. 사람이 몰리게 되면 무엇이든 해야 하니까 가릴 여유가 없어 안 좋은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저는 아직 몰리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쌀독의 쌀이 떨어지며 마음에 안 드는 것도 할 텐데 다행히 쌀인 안 떨어져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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