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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속편? 체력 있을 때 빨리" 김고은, '파묘'로 느낀 연기 희열


(인터뷰)배우 김고은, 영화 '파묘' 탑클래스 무당 화림 役 강렬 변신
"컨디션 걱정 되던 이도현, 힘든 티 전혀 안 내…고마운 친구"
"전작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책임감 더 생겨, 호흡 딱 맞을 때 큰 희열"
"유해진 선배 저세상 유머, 조금이라고 뺏어 오고 싶어 감탄"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역할을 맡았으면 어떻게든 잘 해내야 하는 것이 배우 책임감이겠지만, 김고은의 무당 연기를 보면 "정말 힘들었겠다"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그만큼 무엇 하나 쉬워 보이는 장면이 없다. 특히 강렬한 대살굿은 물론이고, 사람 몸에 빙의된 혼을 대하고 후반부 '험한 것' 앞에서 두려움에 눈물을 떨구던 모습까지 보통 사람이면 쉽게 접할 수 없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또 깊이 담아내며 관객들을 극에 푹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또 김고은에게 "인생 연기"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화림의 또 다른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바람도 커지게 된다.

'파묘'(감독 장재현)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사바하',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최민식과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이 열연을 펼쳤다. 파묘라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의 무속 신앙을 담아 스릴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배우 김고은이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에 '파묘'는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3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으며, 9일 만에 400만, 10일 만에 500만, 11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예매율 역시 1위를 지키며 개봉 3주차에도 꺾이지 않는 흥행세를 과시하고 있다. 조만간 700만 돌파에 성공할 전망으로, 천만 영화 등극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고은은 젊은 나이에 출중한 실력과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탑클래스 무당 화림 역을 맡았다. 흠잡을 곳 없는 실력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젊은 무당으로 변신한 김고은은 탁월한 연기력과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극찬을 끌어냈다. 특히 대살굿 장면에서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신들린 듯 칼춤을 추는 모습부터 경문을 외며 혼 부르기를 하고, 사투리를 쓰며 도깨비놀이를 하는 장면까지, 김고은의 무당 변신은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다음은 김고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화림과 이도현 배우가 연기한 봉길의 서사에 대해 '맛도리'라는 반응과 함께 팬도 생기고, 밈도 번지고 있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이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 혹시 화림과 봉길의 전사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것이 있나?

"봉길이가 야구를 하다가 신병을 앓아서 사당에 찾아왔다. 그런 봉길을 보고 화림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말려도 봤는데, 의지가 있고 화림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신을 받게 해줬다. 선생과 제자의 관계다. 그래서 화림에겐 봉길에 대한 안타까움이 깔려 있다."

배우 이도현, 김고은이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 이도현 배우와 함께하면서 감탄한 지점이 있었나?

"영화를 보면서 감탄한 건 빙의가 되어 일본어를 하던 장면이다. 촬영 땐 실제로 보진 못했다. '파묘'를 찍을 때 이도현 배우가 굉장히 바쁘게 촬영을 오가는 중간이라 컨디션 걱정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티 내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에 정말 어른스럽고 멋있는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같이 하는 장면에선 봉길이 화림이 필요한 것을 척척해 준다. 사전에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저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느꼈다. 제가 인상을 쓰기 전에 옆에서 한숨을 쉰다거나, 그런 호흡이 잘 맞았다."

- 현재 군복무 중인데 혹시 이도현 배우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있나?

"'누나 고마워'라는 문자가 왔다. 뜬금없어서 '뭐가 고마워?'라고 물었더니 '같이 연기해줘서'라고 하더라. 저는 낯간지러워서 '그런 거로 치면 내가 더 고맙다'라고 하고 말았다. 일상에서는 칭찬을 본격적으로 하는 사이가 아니다. 장난만 치고 그런다. 그래서 '군 생활이나 잘해'라고 말했다. 문자가 와서 놀랐고 힘든 와중에 열심히 티 안 내고 해줘서 고마운 친구다."

- 오컬트 장르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장재현 감독과 같이 작업을 해보니 어땠나?

"'검은 사제들'이 나오기 전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부터 장재현 감독님을 좋아했다. '단편인데 이렇게 만들 수 있어?'라는 생각에 충격적이었다고 기억된다. 장편으로 만든다는 기사를 보고 단편을 잘 본 사람의 팬심으로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돈 주고 극장에 가서 봤는데 몰입감이 있었다. 제가 원래 오컬트 장르를 좋아해서 정말 많은 것을 봤다. 한국에서 오컬트 영화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사바하'는 시사회에서 공짜로 보긴 했다.(웃음) 개인적으로는 한 지점을 개척했다고 생각한다. 개척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영화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설득의 과정이 있을 텐데 그런 것을 해내는 것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다. 그래서 '파묘'라는 작품 제안이 왔을 때 굉장히 기뻤다."

- 현장에서의 장재현 감독은 어땠나? 생각한 것과 달랐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나?

"감독님을 직접 만나기 전에는 막연하게 톤도 저음이고 과묵할 것 같고 진지할 것 같았다. 그런데 처음 뵈었을 때 너무 귀염상이더라. 활짝 활짝 잘 웃으시고 장난기도 많으시다. 현장에서 '훌륭한 감독님은 다르구나' 생각한 것이 머릿속에 그린 그림이나 장르적인 계산이 훨씬 더 깊고 디테일하다.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한컷 한컷 찍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렉션을 주실 때도 명확하게 주신다. 무슨 말인지 다 알겠는 명확함이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유머러스하게 장난을 많이 치는데 다 생각을 하며 촬영하고 훨씬 디테일하게 컷을 본다고 느껴서 반전이었다."

배우 김고은이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 만약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출연할 의향이 있나?

(인터뷰 장소에 있던 장재현 감독을 바라보며) "감독님은 '사바하'만 얘기하시고 '파묘' 속편은 생각이 없으신 것 같더라.(웃음) 감독님이 만약에 하신다고 하면 (당연히). 체력이 더 있을 때 빨리 하셨으면 좋겠다."

- 극 중 캐릭터의 이름이 실제 독립운동가의 이름이고, 곳곳에 항일 메시지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이 있나?

"독립운동가의 이름으로 하셨다는 얘기는 촬영 중간에 지나가는 얘기처럼 가볍게 말씀하셨다. 그것에 대해 디테일하게 물어본다거나 고려를 해서 촬영에 임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지점이라면 시간을 더 할애해서 디테일하게 얘기를 했을 거라 생각해서 더 여쭤보진 않았다."

- 늘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과거의 자신을 이기기가 쉽지는 않을텐데, 매번 '인생캐'를 경신하는 것에 대한 부담 혹은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사실 저는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라기보다는, 맡은 캐릭터가 누군가에겐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있겠지만 저는 받을 때마다 다 다른 사람 같고 새롭고 어렵다. 이걸 잘 훈련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뿐이지 전작에 대한 우려는 없다. 외골수여서 그런지 다른 여타의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부담감보단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 있다. 이 작품에 참여하고 제작하시는 분들이 저에 대한 기대치가 있고, 제가 해내야 하는 지점이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주인 의식 같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거다."

- 한결같이 가지고 있는 연기 희열의 지점은 무엇인가?

"연기할 때는 어려운데, 호흡을 같이 맞출 때 희열이 있는 것 같다. 호흡이 딱 맞았을 때의 희열이다. 그런 것이 매 순간 찾아오는 건 아닌데, 그럴 때마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외의 것은 전반전으로 어렵고 힘든 순간도 많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이만큼 큰 희열이 있어서 연기를 계속하는 것 같다."

배우 김고은이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 '파묘'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

"많이 있었다. 도깨비놀이를 할 때 김선영 선배님을 처음 뵈었는데 오랫동안 같이 해온 사람 같았다. 서로 물려서 대사를 치는 장면이 있는데 한방에 딱 되고, 딱 맞게 들어와 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묘벤져스'가 만나면 신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너나 할 것 없이 이어지는 것들이 있다. 해진 선배님 가게에 들어가면서 '오랜만'이라고 하는 것이 해진 선배님과 같이하는 첫 장면이었다. 민식 선배님, 도현이도 처음 만났는데 대사가 오가고 가볍게 안는 합을 맞추는 것이 재미있었다. 정말 합이 잘 맞는 느낌이 있었다."

- 네 사람이 함께하는 장면부터 어딘가에 딱 존재하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게 방금 얘기한 연기 합이라는 것일 텐데, 선배들에게 좀 뺏어오고 싶다고 할 정도로 감탄한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해진 선배님과 지방 촬영을 할 때도 그렇지만, 촬영 끝내고 술 한 잔씩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저세상 유머러스인 것 같다. 이건 욕심내면 안 되는 지점인가 싶은데 감독님이 욕심을 내신다. 저는 그건 타고 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작정도 안 하신 거다. 작정하면 배가 찢어질 거라 작정을 안 했으면 좋겠다. 툭툭 던지는 한 마디가 '같은 말도 왜 저렇게 다르지?' 싶다. 정말 숨넘어가게 웃었던 순간들이 많다. 해진 선배님과 티키타카를 좋아한다. 그 감각, 위트를 정말 조금이라도 뺏어오고 싶고, 한 숟갈 얻고 싶다. 물론 저에게도 있는데(웃음) 선배님은 저세상이다. 감탄이 나온다."

- '파묘'를 선택하기 전 박정민 배우가 연락을 먼저 했다는 얘기가 화제가 많이 됐다. 그 이후엔 어떤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고 하기는 했는데, 영화가 개봉된 후 연락을 나눈 것이 있나? 또 그런 점에서 박정민 배우는 김고은 배우에게 어떤 의미인가?

"오빠가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다.(웃음) 정민 오빠는 대학 때부터 훌륭한 선배라고 생각했다. 제가 데뷔 전에 '파수꾼'도 하고 똑똑하고 많은 부분에서 재능을 가졌다. 하는 생각이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 사람이 하는 말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촬영 중인 사람에게 진지하게 전화해서 하는 얘기는 진심인 거다. 그래서 오빠가 하는 말은 귀 기울여 들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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