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소울메이트' 이후 1년 만에 다시 만난 배우 전소니는 더욱 단단해진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연기에 대한 고민과 열정을 전하며 또 다시 성장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진중하고 겸손하며 깊이 있는 배우 전소니가 자신의 바람대로 더 많은 연기로 찾아와 주길 기다리게 된다.
지난 달 공개된 '기생수: 더 그레이'(감독 연상호)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전소니 분)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일본의 인기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 '기생수: 더 그레이'는 한국을 배경으로 확장된 세계관을 완성했다. 대중적이면서 장르물 특유의 재미를 꽉 잡은 '기생수: 더 그레이'는 공개 즉시 글로벌 1위에 오르며 큰 성과를 얻었다. 전소니는 수인과 기생 생물인 하이디 역을 맡아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김인권 등과 호흡했다. 다음은 전소니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공개 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본인도 실감을 했나?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다. 사실 촬영할 때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오픈되고 나서 신기한 건, 그렇게 자주 연락 안 하던 해외 친구들이 '재미있게 봤다'를 넘어 '사람들이 '좋아해'라고 한 걸 전해주고 싶어서 연락했다'라고 했다. 감사하다. 댓글을 봤을 때 하이디를 귀여워하시는 분의 댓글이 귀여웠다."
- 1인 2역이라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어떤 점을 신경 썼나? 두 인물은 다른 지점이 많은데 중점을 둔 부분도 궁금하다.
"재미있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지?'라며 덜컥 겁이 났다. 다행히 하이디의 표정, 움직임을 제가 다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의 호흡이 있기 때문에 재미있었다. 만약 사람으로서 1인 2역이었으면 훨씬 어려웠을 거다. 다른 생물이다 보니 둘이 따로 보이게 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제 딴에 욕심을 낸 건 인간으로서 이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 어려움을 탄탄하게 만들면 인간이 아닌 존재와 같이 몸을 썼을 때 분리가 될 거라 생각했다."
- 이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끌렸던 부분은 무엇인가?
"다른 작품에서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어서 욕심이 났다. 이걸 놓치면 어디서도 해볼 수 없기에 고민을 안 했다. 그리고 이런 장르물을 잘 만드는 감독님이 저라는 배우를 데리고 가서 어떤 인물로 만들지 궁금했다. 한국 배경으로 새롭게 만든 이 작품에 등장하는 것이 뿌듯했다."
- 외모적인 차별화도 있다. 어떻게 설정했나? 고민은 없었나?
"분장팀의 아이디어였다. 하이디일 때 촉수를 뻗거나 혹은 안 나와 있을 때도 수인이와는 달라야 했다. 제가 생각하는 수인이는 지쳐있고 피로하고 모든 것이 권태로운 사람이다. 거칠고 생기 없는 분장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제가 '기생수'를 하겠다는 결정을 할 때 회사에서 '니가 그런 것에 신경을 안 쓸 것을 알고 있다'라는 말을 했다. 제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무딘 편이다. 이 작품에서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생각할 뿐 예쁘게 보이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다르게 보이기에 너무 좋은 역할이라 전혀 고민이 없었다."
- 주연 배우로 이 큰 작품을 끌고 가야 했다. 책임감이 커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
"제가 첫 상업영화를 할 때 질문을 받고 생각했다. '내가 리드해야 한다',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을 하지 않는 편인 것 같다. 책임지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딱 그 정도만 느꼈고, 모든 작품이 그랬다. 전면에 나서는 배우도 있겠지만, 그게 앞이든 아니든 작품을 혼자 만들고 책임질 수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주연을 하는 분들을 보면서 배운 것이 있는데, 주연 배우가 분위기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구나. 좋은 것을 만들어주는 배우들과 하다 보니 현장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있어서 저 또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현장에선 선배님들이 많아서 나눠서 편하고 자연스럽게 해주신 것 같다."
- 극 말미 신이치(스다 마사키 분)가 등장했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 생각해본 것이 있나?
"저는 신이치와 미기를 만나고 싶다. 그 둘이 같이 있는 걸 보고 싶다. 만약 제가 만날 수 있다면 신기할 것 같고, 수인이와 하이디도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 강우 없이 둘만 겪어도 좋을 것 같다."
- 지난 인터뷰에서 작품마다 용기를 낸다는 말을 했다. 이번 '기생수'에서 가장 용기가 필요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이건 제 타고난 마음인 것 같은데, 이 작품이라서 더 큰 용기가 필요했던 건 아니다. 매번 욕심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항상 무섭다. 하지만 결국 현장에서 내 역할로 연기하겠다고 했으면 다시 물러설 수는 없으니까 최대한 용기를 내서 한다. 모든 신에 용기가 필요하다."
- 연기할 때 불안함이 큰 편인가?
"저 스스로 미더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친한 배우들에게 대본 받아서 뭘 하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전에 했던 과정을 밟아서는 도착할 수 없다. 도착점도 다르다. 그래서 준비 과정도 다르다. 성공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두려운 거다. 완성될 때까지는 모르겠고 불안하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모른다. '그냥 한다'다. 그런데 이 불안이 싫지는 않다. 뭔가를 기다리는 걸로 살아가는 것 같다. 첫 촬영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내고, 오픈 날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좋은 기대고, 불안에 잡아먹히는 것은 아니다. 노력하되 적당히 기대하고 싶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불안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럼에도 연기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확신이 필요하기도 할 텐데, 어디서 확신을 얻나?
"저는 저를 궁금해하고 굳이 소리 내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왜 궁금하지?', '왜 기대해주지?' 하는 생각이 있는데 그게 고맙다. 인간적으로 든든하고 감사하다. 두 번째는 저에게 역할을 맡기고 싶어 작품을 주는 감독님이 계신다는 것이다."
- 같은 소속사이자 현재 '멜로 무비'를 함께 촬영 중인 최우식 배우는 지인이든 댓글이든 칭찬을 잘 못 믿겠다고 하더라. 비슷할 것 같은데 어떤가?
"저도 그렇다. 그래서 가까운 분들은 쓴소리하기도 한다. "왜 나쁜 말만 기억하냐. 고민해서 진심으로 좋은 말을 해주기도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쁜 거야", "좋은 면을 바라보는 눈을 왜 쉽게 생각하냐"라고 했다. 저도 그러기 싫은데 잘 안 된다. 칭찬해주면 제가 너무 기죽어 보여서 그러는 건가 싶기도 하다. '기생수' 제작발표회하고 팀 내부에서 좋은 말을 해주고는 "진심이에요"라고 하더라. 제가 또 그랬구나 싶어서 "그렇게 말해줘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좋은 말을 기억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나쁜 말은 오래가고 시끄럽고 밉다. 하지만 누굴 좋아하는 말은 시끄럽지는 않은 것 같다. 그게 속상하다."
- 그럼 반대로 칭찬을 잘해주는 편인가?
"되게 많이 해준다. 그냥 지나가면 아깝고, 말 안 하면 사라지는 감정이지 않나. 하지만 저에 대해선 좀 어렵다."
- 차기작 '멜로 무비' 촬영 중인데, 기대하는 바가 있나?
"스토리가 전에 봤던 것과는 다른 멜로인 것 같다. 제가 기대하는 바는 그동안의 역할과 비교했을 때 저와 가까이 있을 것 같다. 좀 더 현실적인 인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다."
- 배우로서 가진 목표는 무엇인가?
"제가 꿈꾸는 것은 스케일이나 모두가 인정하는 건 아니다. 연기를 많이 하고 싶다. 나를 재료로 하는 것이라 눈도, 표정도 변한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서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창작하는 분들이 저를 보고 같이 뭔가를 만들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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