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② 류준열 "박정민 코코더 부럽지 않아, '더에이트쇼'로 자기반성"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류준열이 평범해서 더 공감가는 3층으로 변신했다. '더 에이트 쇼'를 통해 또 한번 자신의 주특기를 제대로 살리는 리얼 현실 연기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류준열이다. 비록 작품 공개 전 사생활 이슈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탁월한 열연으로 완성한 3층 캐릭터로 그 어느 때보다 호평을 얻고 있다.

지난 17일 공개된 'The 8 Show'(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한 배진수 작가의 네이버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각색한 작품으로, '더 킹', '관상',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류준열(3층), 천우희(8층), 박정민(7층), 이열음(4층), 박해준(6층), 이주영(2층), 문정희(5층), 배성우(1층)가 '더 에이트 쇼' 속 8명의 참가자로 변신해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인물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극찬을 얻고 있다.

8개의 층으로 나누어진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협력과 대립, 배신을 거듭하는 8명 참가자는 높은 몰입도와 함께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한재림 감독의 색다르고 감각적인 연출, 사회 계급에 대한 메시지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에 '더 에이트 쇼'는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집계 결과 넷플릭스 글로벌 TV시리즈 2위까지 올랐다. 25일 기준으로는 3위다.

류준열은 빚 때문에 벼랑 끝에 섰다가 쇼에 참가하게 된 3층 역을 맡았다. '더 킹'에 이어 한재림 감독과 재회한 류준열이 연기한 3층은 개성 강한 다른 캐릭터와는 달리 평범하고 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는 극을 이끄는 화자이자 가장 보편적인 인물인 3층을 다각도로 표현하며 시청자의 이해와 공감을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음은 류준열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박정민 배우의 코코더가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 혹시 '내가 했으면?'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

"그렇진 않다.(웃음) (박정민이) '그것만이 내 세상'에선 피아노를 치고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전혀 부럽지 않다. 오히려 피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는 춤을 춰 본 적이 없고 밤에 유튜브 보다가 잘 때 제가 못하거나 아쉬운 부분에 대해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다. '스우파' 등을 보다가 희열을 느끼는 건 제가 못해서다. 그런 것이 부러웠고, 춤추는 것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만약 잘 춰야 한다고 했다면 못하지 않았을까,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히 못 춰야 하니까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농담 섞어서 말한다. 그래서 감사할 따름이지, 코코더는 전혀 하고 싶지 않다."

- 혹시 3층 외 매력이 있고 탐난다고 했던 캐릭터가 있나?

"다른 작품도 그렇고 해보고 싶은 역할은 있지 않은 것 같다. 그 역할을 한 배우가 있는 힘을 다해 준비해온 배역이라서 제가 능가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른 얘기인데 개인적으로 류준열로서 층에 들어간다면 7층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는 튀지 않는 삶, 조용히 있는 삶을 지향하는데, 감투를 안 쓰자니 욕심이 난다. 제가 부반장을 해보기도 했다. 그 경험을 살려 7층을 하고 싶다. 8층처럼 모든 책임을 지지는 않고 싶다."

- 8명의 배우가 정말 완벽하다 싶은 열연을 보여줬는데,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한 소감이 어떤가?

"선배님들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다. 천우희, 박정민은 동갑내기 친구다 보니 자극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또래 배우들 작품이 잘됐을 때 배로 기쁘다. 저도 기대감이 생긴다. 그렇게 한 공간에서 연기하는 것이 좋았다.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보니 너무 많이 배우고 자극을 많이 받는다."

- 연기하는 동안 뒤에서 배우들이 디테일을 잡아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다가갈 수 있을까 했다. 8층이 "저랑 잘래요?" 하면서 다가온다. 그때 다리를 꼬기도 하고, 방송하는 장면은 전체가 애드리브다. 모든 장면이 의도가 있고 고민의 흔적이 있으니 잘 찾아봐 주시면 좋겠다. 뜯어봐야 한다고 할 정도로 여러 가지 메시지, 메타포가 있고, 디테일을 가득 채웠다. 시선 하나도 계산이 됐다. 다른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 순위가 글로벌 2위까지 올랐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너무너무 행복하다. 해외 나가 코리안 액터라고 하면 반겨주고 자신이 본 작품을 열거하고 표현한다. 어떤 작품을 보면 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러면 플랫폼이 나뉘어 있어서 말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엔 넷플릭스 작품이라 전 세계에서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해외 친구들도 너무 잘 봤다고 하더라. 주변에서 친구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하니까 행복하다."

- '오징어 게임'과의 비교는 피할 수가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오징어 게임'엔 이정재가 있다면 '더 에이트 쇼'에는 류준열이 있는데 그것에 대한 부담도 있나?

"(크게 웃으며) 최근에 이정재 선배님을 만났는데 이 질문에 너무 놀랐다.(웃음) 그렇게 생각해주시며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없을 것 같다. 비교는 피할 수 없지만, 감독님도 특별히 의식하거나 피하는 건 딱히 없었던 거로 안다. 감독님의 몫이 있고 배우는 또 다른 몫이 있다. 한 작품에 대해 의미를 두고서 작품을 준비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저는 그랬다. 서바이벌이라기보다는 인간 군상들, 계급, 미디어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연관 지어서 생각한 건 아니다."

- 참가자들이 지켜보는 이들에게 자극, 재미를 준다는 지점에서 연예인 포지션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있었나?

"3층이 내레이션을 통해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만, 앞에서는 척하는 모습들이 있다. 저 스스로도 배우 활동을 하면서 그런 것이 있지 않았나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촬영할 때와 최근 (사생활) 이슈를 지나 공개된 작품을 볼 때 감정이 달랐다. 인터뷰 고민을 하면서 3층의 속마음처럼 제 속마음을 얘기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수 내레이션처럼 가감 없이 얘기하려고 했다. 자기반성을 했다. 욕심부리고, 만들어진 이미지를 고수하려고 하면서 생긴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데뷔 후 꾸준히 작품을 하고, 또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바도 달라지는 지점이 있나?

"나이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느끼는 건, 내가 나이 먹으며 이것도 알고 저것도 알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것도 몰랐고 저것도 몰랐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 작품을 통해서도 그렇고, 작품 안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