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서울의 봄'에 이어 또 한번 분노를 유발하는 시대극이 탄생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서울의 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지만, 또 다른 여운과 울분이 차오르는 '행복의 나라'다. 故 이선균과 조정석, 유재명의 명품 열연까지 더해져 잊지 않아야 할 역사를 되새기게 된다.
6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추창민 감독, 배우 조정석, 유재명이 참석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 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故 이선균의 유작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인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 사태를 관통하는 숨겨진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조정석은 정당한 재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 하는 변호사 정인후를, 이선균은 상관의 지시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는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를 연기했다.
또 유재명은 밀실에서 재판을 도청하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권력의 중심 합수부장 전상두 역을 맡았다. 전상두는 故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인물로 영화 속에서 분노를 유발한다. 여기에 우현, 이원종, 전배수, 송영규, 최원영, 강말금, 박훈, 이현균, 진기주 등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완벽한 앙상블을 완성했다.
'행복의 나라'는 극의 중심이 되는 사건과 인물로 인해 지난해 개봉된 '서울의 봄'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행복의 나라'가 '서울의 봄' 보다 먼저 촬영이 됐고, 편집 역시 '서울의 봄' 개봉 이전에 끝이 났다고. 추창민 감독은 "'서울의 봄' 개봉 전 편집이 끝났다. 영향을 받아서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장군 역할을 한 배우(황정민과 유재명)의 차이다"라며 "특정한 누군가를 가리킨다기 보다는 특정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시대가 주는 야만성, 시대성을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추창민 감독은 "배경이 1979년도인데 룩을 구현하기 위해서 필름 느낌이 났으면 했다. 기술적으로 필름을 쓸 수 없지만 필름 느낌이 나도록 구현했다"라며 "배우들 감정이 중요했다. 감정을 디테일하게 뽑아내도록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법정 역시 고증에 입각해 현실적으로 구현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에서 조정석이 연기한 정인후는 가상의 인물이다. 조정석은 "재판 기록 속에 있는 많은 인물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이 정인후를 통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하는 롤이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시퀀스에 접근하려 노력했다"라며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연기하다 보면 감정이 복받치는 경우가 많은데 시퀀스별로 조절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앞서거나 표현이 더 된다면 인후의 감정선이 정확히 안 보일 수 있어서 감독님과 감정 표현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했다"라고 노력한 바를 전했다.
후반 조정석과 유재명의 골프장 신은 극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자 분노 유발 장면으로 통한다. 조정석은 "그 누구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이기는 것을 중시했던 정인후가 불리해져 가는 재판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설명한 후 "박태주를 살릴 생각만 했다. 시나리오를 볼 때 저 같아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정 이입이 자연스럽게 됐고 촬영 때는 박태주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했다. 변호사 정인후가 아니라 인간 정인후의 모습으로 대사를 토해내고 싶었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울분을 토해내고 싶었던 장면이다"라고 말했다.
전상두라는 악인으로 돌아온 유재명은 "권력의 상징이라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개인적 야망을 가지고 사건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라며 "어떻게 하면 이들 사이에서 전상두가 가진 상징을 최대한 절제엤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라고 전했다.
이어 "촬영 사이사이 배우로서 느낀 경험 중 하나는 내가 아닌 이 인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기자의 딜레마인데, 연기하는 나와 인물의 간극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했다. 이 인물에 따라 절제하고 인물을 잘 표현하는지가 화두였다"라며 "사람을 바라보는 눈의 광기, 가만히 머금는 조소, 고개를 끄덕이지만 부정하는 등 섬세한 디테일을 찾아려 했다. 작품 결을 찾아가는 저를 발견하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故 이선균의 명품 연기도 볼 수 있다. 제작진은 엔딩 크레딧에 "우리는 이선균과 함께 했음을 기억합니다"라는 글로 고인을 추모했다. 함께 뜨겁게 호흡한 조정석은 "이선균 배우, 유재명 배우와 현장에서 삼형제처럼 너무 즐거웠다. 큰형, 작은형 같았다"라며 이선균 배우는 너무 좋은 형이고 연기할 때만큼은 그 열정이 뜨거웠다. 연기가 끝나면 누구보다 따뜻한 분이라고 기억한다. 영화를 함께 하게 되어 너무너무 좋고 행복하다. 따뜻했던 기억만 있다"라고 고인을 떠올렸다.
유재명 역시 조정석의 말에 공감하며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자체를 오롯이 볼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보는 내내 겹쳐지는 시간과 함께 했던 시간들에 조금 힘들어지는 경험을 했다"라며 고백했다. 또 유재명은 "'당신은 참 좋은 변호사'라고 하는 장면에서 '정석이 너는 좋은 배우야'라고 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이어서 '형도'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 개인적인 경험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얼마 전 라디오를 들었는데, '영화는 다시 찾아볼 수 있지만 사람은 다시 찾아볼 수 없다'는 오프닝이 나왔다"라며 "이 영화는 이선균이라는 배우를 다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힘들었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유재명과 강렬하게 부딪혔던 조정석은 "(유재명 선배가) 연기를 너무 잘해주셔서 매회 화가 쌓였다. 감정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너무 좋은 호흡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조정석은 "무게감이 있는 것에 비해 현장은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그야말로 '행복의 나라'였다. 저에겐 너무 행복한 현장이었다"라며 "골프장 장면에서 저는 너무 추웠다. 형은 안 추워 보인다. 며칠 찍었는데, 그 동안 너무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했다.
그러자 유재명은 "정석이가 고생을 많이 했구나 싶어서 손 한번 잡아줘야지 했다. 이야기의 끝을 아는데도 조정석을 따라가면서 끝까지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영화를 봤다. 역시 조정석이라는 배우는 멋지다"라며 "현장에서도 즐겁게 알콩달콩 톰과 제리처럼 작업해서 행복하다. 앞으로도 같이 배우의 길을 걷고 싶다. 너무 고생했다"라고 조정석의 열연을 극찬했다.
마지막으로 추창민 감독은 다소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이제 공개가 될텐데 많이 두렵다. 어떻게 보일지도 궁금하다"라고 전했다. 또 조정석은 "'행복의 나라'에 날개를 많이 달아달라", 유재명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배우와 감독, 좋아하는 이야기를 보는 것이 얼마나 좋고 가슴 벅찬지를 몸소 느끼는 관람이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행복의 나라'는 오는 8월 14일 개봉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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