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배우 김민하가 이방인으로 사는 이 세상의 수많은 선자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이민호 김민하는 23일 서울 모처에서 애플TV+ '파친코' 시즌2 공개 기념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시즌 1로부터 7년이 지난 1945년 오사카를 시작으로, 2차 세계 대전의 위협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선자'(김민하)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이민호가 맡은 한수는 1930년대 한국을 떠나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총명한 두뇌와 빈틈 없는 사업 수완으로 무장한 인물. 세상 물정 모르는 선자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면서 그녀가 도약할 수 있게 만드는 인물이자, 선자를 향한 거침 없는 집착과 소유욕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김민하는 일제 강점기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한수를 만나 사랑을 배우고 더 큰 세계를 접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담은 인물 선자로 분했다. 시즌1에서 10대의 선자를 연기했던 김민하는 시즌2에서 아이가 둘 있는 청년 선자로 분해 모성애 연기를 펼친다.
아래는 이민호 김민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시대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민하) 세트에서 다른 시대를 연기하는 배우를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대본을 어떻게 그려낼까 너무 궁금했다. 시즌2를 보고 '이래서 이 이야기를 엮었구나' 라는 설득이 됐다. 믿음이 크게 갔다. 시즌2 연기를 할 때 윤여정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는데, 그냥 믿으니까 내 시대의 선자에 집중할 수 있었다. 89년 인물들도 이해가 가고, 윤여정이 가는 선자도 이해되더라. 세대 간 갈등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느꼈다.
(이민호) 대본에 시대적 배경이 친절하게 써있지 않아서 영상으로 볼 때 순서가 뒤바뀌기도 한다. 다른 시대를 온전히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최대한 지금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미국 뉴욕에서 '파친코'를 보여줬을 때 해외 팬들의 반응이 어땠나. 어떻게 해외 팬들이 한국의 시대적 배경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
(이민호)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이들이 많은 공감을 한 것 같았다. 이민자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공감이 쉬웠다. 새 터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큰 공감을 했을 것이다.
(김민하) 결국 사랑,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 세상의 많은 선자를 위한 이야기다. 그런 부분에서 해외 시청자도 본인들의 이야기라 많이 생각한 것 같다. 그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해줬다. 뉴욕에 갔을 때 처음 보는 리액션이라 긴장했는데, 다들 좋게 봐주신 것 같았다. 2년을 잘 기다려주셔서 감사했다.
◇이 작품 이후에 생긴 두 사람의 고민은 없나.
(이민호) AI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인간다운 게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인간이 어떻게 인간다워질 수 있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런 지점들을 가장 궁금해한다. 내 인생에서도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더 느끼고 싶다. 그런 고민들로 가득 차 있다.
(김민하) 붕 뜨지 않고 내 발로 디딜 수 있을까 고민한다. 색깔, 주체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첫 주연작이 큰 작품이니까 다음 작품 고르기 힘들겠다' 하시지만, 나는 스케일 적인 부분에서는 '파친코'가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 살고 꿈 꾸는 이야기, 의미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배우로서 더 나아가는 거라 생각한다.
◇나이에 비해 많이 성숙한 역할을 한 소감은?
(김민하) 우리 엄마도 할머니도 그랬다. 그런 사람이 많았기에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것이다. 나는 아들과의 신들이 어려웠다. 아들이 대학 안 간다고 할 때 장면이 가장 어려웠다. 어떻게 설득하고 화를 내야 할 지 고민했다. 우리 엄마 아빠도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이 배웠다.
(이민호) 나도 한수를 연기하면서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무엇을 위해 치열해야 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파친코'의 힘이 그런 거라 생각한다. 이 작품을 통해 더 좋은 사람이 되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지점에서 인생 공부가 됐다.
◇한수는 '쓰랑꾼'(쓰레기+사랑꾼)이라고 하지만 너무 나쁜 남자다.
(이민호) 한수라서, 남자라서가 아니라 인간에게는 모두 폭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를 거듭하며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법적 체계 안에서 규칙이 많이 생긴다. 그 시대에는 그런 게 명확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비도덕적이라 생각하지 않고 합리적이고 가장 빠른 길을 택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연기했다. 그게 생존에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 방식에서 폭력이 주가 됐다고 생각했다.
◇시즌2 이후 얻고 싶은 타이틀이 있다면?
(이민호) 나는 인정 욕구가 센 편이 아니다. 20대 때부터 뭔가를 할 때 인정 받고 열광을 갈구하는 욕구가 크지 않았다. 시즌2 역시 최선을 다해서 보내고 온 것만으로 끝났다. 수식어나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지점이 없다.
(김민하) 나도 마찬가지다. 없다. 다만 시즌1과 시즌2의 시간의 간극을 보고 너무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이민호) 분장차에 붙은 정은채 김민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분장을 하니 너무 나이가 들어보였기 때문이다.
◇아들 역할의 강태주가 실제로 김민하와 동갑내기였는데.
(김민하) 처음에는 태주야 태주야 하다가 아들처럼 연기해야 해서 이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현장 가자마자 그냥 내 아들이 되더라. 얘가 어디 가서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밥 먹었는지 물어보고 싶게 됐다. 나는 태주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계속 숨 쉬고 이야기 하는 부분들에서 많이 배웠다.
◇사투리 연기의 비결은?
(김민하) 시즌1 때는 후시녹음 할 때 사투리의 음가를 배웠다. 시즌2 때도 사투리가 어렵고 선자가 더 말을 많이 해서 연습도 더 했다.
◇시즌2에서 다시 만난 서로는?
(이민호) 아직도 오디션장에서 김민하를 봤을 때가 기억 난다. 나는 '쟤 선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몇 주 뒤 케미스트리 오디션을 봤는데 그 때도 선자 같았다. 이번에도 선자를 보면 화가 나고 감정이 피어오르더라.
◇한국 배우들의 해외 진출이 많아지는데, 조언을 받거나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있나.
(이민호) 배우로서 가장 많이 소통하는 건 이정재다. 이정재가 늘 하는 말은 '작품을 시작해라. 재능 있다'다. 술 마실 때마다 혼 나고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가 된다. 존경하는 선배님이 배우로서 좋다고 말해주고, 때문에 쉬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자체가 큰 원동력이 된다. 거창한 얘기는 따로 하진 않았다. 배우가 어떤 태도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해외 시장에 대해 얘기한 건 없다. 나는 어떤 시장이든 상관 없이 좋은 이야기와 문화를 교류할 좋은 콘텐츠가 됐든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5분 출연이든 할 생각이 있다.
◇오디션 과정을 다시 겪으며 배우로서 동기 부여가 되는 건 없었나.
(이민호) 개인적인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 선택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시간을 쏟고 열정을 태우는 게 참 귀중한 경험이었다. '파친코'를 통해 느낀 건 정말 연기를 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이 왔다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오디션을 봐야 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완벽한 캐스팅을 위해선 오디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연기를 보고 놀랐던 적 있는지.
(김민하) 선자와 한수가 학부모가 돼서 오래된 친구처럼 하는 대화 장면이 울컥하면서도 너무 좋았다. 굳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 '우리가 이렇게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련했던 기억이다.
◇'파친코'를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민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이다. 긴 호흡에 걸쳐서 나눠 보고 시간이 지난 뒤에 봐도 결국 느낄 수 있는, 해소될 수 있는 감정의 코드가 있다. 비록 텀은 좀 길어도 보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물론 나도 나오니까.
(김민하) 많은 분들이 보실 때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본인들의 어둠이 혼자만 가진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
(이민호) 나는 관동대지진이라는 사건을 잘 몰랐다.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파친코' 초창기 때 사진 자료를 구해 달라고 해서 많이 봤다. 웃는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더라. 그걸 보며 그 시대를 이해하고 들어가는 데 도움을 받았다. 가슴이 아팠다.
(김민하) 나도 자이니치의 삶을 처음 알았다. 너무 충격적이었고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충격 받은 만큼 더 소중히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경각심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다룰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시즌2에서는 전쟁 이야기도 나오고 피폭자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더 알아가려고 한다.
◇시즌3가 만들어진다면?
(김민하, 이민호) 출연 의사 있다. (윤)여정 선생님만 설득하면 될 것 같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