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군복을 벗더니 이번엔 경찰 제복을 입고 들어왔다. 그것도 빌런의 얼굴을 장착하고. 지금껏 본 적 없는 정해인의 새로운 얼굴이 확실하다. 이는 정해인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고. 쉽게 하기 힘들었을 선택을 과감하게 한 정해인의 연기 변신이 반갑다.
오는 13일 개봉되는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2015년 1,341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액션범죄 장르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베테랑'의 후속작으로, 지난 5월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또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도 초청 받아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다.
전편에 이어 액션 장르의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서도철 형사 역의 황정민이 다시 한번 스토리를 이끌어 가며 전편과는 또 다른 묵직한 재미를 선사한다.
정해인은 신입형사 박선우 역을 맡아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색다른 얼굴로 시선을 압도한다. 'UFC 형사'라는 별명이 붙는 캐릭터 특성상 탄탄한 피지컬과 액션 실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소름 끼치는 눈빛과 표정으로 빌런의 존재감을 뽐냈다. 다음은 정해인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개봉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올 것이 왔구나.(웃음) 디데이가 다가오는데 많이 떨린다. 관객분들을 위해 만든 거니까 평가도 관객들이 해주셔야 하는데, 시험 보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 '베테랑2'의 시작이 궁금하다.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님과 감독님이 저를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 '시동' 때 좋은 기억이 있었는지, 제가 쉬는 타이밍에 전화를 주셨다. 재미있는 일을 같이 해보고 싶은데 만날 수 있느냐고 하셔서 제가 찾아가겠다고 했다. 외유내강 사무실에 가서 감독님을 만나서 인사를 드렸다. 그때 '베테랑2' 얘기를 하셨다. 감독님이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해인 배우가 가장 어울릴 것 같다"라고 해주셨다. 처음엔 너무 얼떨떨하고 기쁘고 그랬는데 갑자기 부담이 밀려왔다. '베테랑1'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잘 됐기 때문에 부담과 함께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이 영화 얘기와 박선우 역할에 대해 디테일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
"감독님이 그려놓은 세계관 속 박선우와 제가 맞아떨어져서 제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제가 나온 작품을 다 잘 보셨더라. 작품을 다 보는 것이 당연한 건 아니라 신기하고 감사했다. 감독님이 얼마나 고민하고 애정을 가지고 긴 시간 동안 작품을 만들었는지가 느껴졌다. 박선우에 대한 애정도 많아서 심도 있게 준비를 하고 관찰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같이 파이팅하자"라고 하면서 바로 수락했다. 대본을 못 본 상황이었는데, 3시간 동안 '베테랑2'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재미있었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저에게 주신 기회가 감사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정의와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액션도 액션이지만,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 캐릭터를 가장 먼저 이해하고 제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이 저에겐 더 힘들고 어려웠다. 박선우의 생각과 행동을 저는 이해하고 가장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이 어려웠다. 복잡하고 어렵고 이상한 캐릭터다. 나르시시스트고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한다. 사람을 도구로 이용한다. 원한다면 필요에 따라 가면도 쓸 수 있는 처세술도 있다. 감독님이 촬영하면서 원한 것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불쾌함과 껄끄러움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걸 충실히 이행하려고 노력했다."
- 참고한 인물이 있나?
"실제 범죄자를 프로파일러가 상담하고 면담한 것을 찾아봤다. 박선우는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는 범죄자들은 시선이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몇 초 보다가 눈을 돌리기도 하고 딴 곳을 보다가 다시 눈을 쳐다보고 말을 하기도 하는데, 정신질환이 있는 범죄자들은 사람 눈을 안 피한다. 실제 심리학적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사람의 눈을 5~6초 이상 쳐다보면 불쾌함을 느낀다고 하더라. 사람을 계속 지그시 오래 보고 있는 건 약간 불쾌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자료에서 봤다. 그걸 이번 작품에 녹였다."
- 영화에서는 박선우의 전사가 안 나오는데, 연기하기 위해 따로 만든 것이 있나?
"전사나 사연이 없기 때문에 연기할 때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저 나름대로 뿌리를 만들어서 감독님께 가서 얘기를 드렸다. 예를 들어 박선우라는 인물이 어렸을 때 부모님이 범죄자에게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거나 하는 사연을 상상해 봤는데 감독님이 "그런 거 다 필요 없다. 지금 상황과 이 신에만 집중하면 된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불쾌한 에너지를 계속 주려고 했다."
- 그렇다면 박선우의 신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기하면서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있는데 지금 일어나는 현상들, 스스로는 해치라고 부른 적이 없고 주변에서 해치라고 칭송하고 띄워주고 관심을 준다. 나르시시스트는 관심받는 걸 즐기는 편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련의 몰이, 사냥, 유튜브에서 단두대에 올리면 사람들은 열광하고 죽이냐 살리냐며 투표를 한다. 그런 것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데 베테랑 팀과 함께하면 더 좋은 소스와 정보가 많으니까 합류를 했다. 그러다 너무 깊게 들어가다 보니 걸릴 것 같아서 제거 대상을 명확하게 없애려고 한 거다.“
- 동공 연기에 대한 평이 많다. 클로즈업이 많이 되다 보니 신경 써야 할 지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준비를 했나?
"안구를 조금만 움직여도 의미가 달라진다. 위를 봐도 아래를 봐도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더군다나 마스크와 모자까지 쓰다 보니 보이는 건 딱 눈 부분이 전부다. 이걸로만 표현하다 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벽에 부딪혔다. 다행히 제가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준비를 많이 했다. 거울을 이렇게 많이 본 작품이 처음이었다. 보통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 얼굴이 어떻게 나오는지 신경을 잘 안 쓰고 편하게 하는 편인데 이번 같은 경우엔 눈만 잡히니까 제 눈을 움직여 보고 이상하게 떠보기도 하면서 연습을 했다.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하면서도 제가 연기하면서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던 눈빛, 그걸 넘어 지어보지 않았던 표정을 모니터로 보고 저도 놀라긴 했다."
- 초반부터 박선우가 웃는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그게 의도된 것이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의심의 대상으로 보게 되지 않나?
"의도한 것이다. 사회적 가면의 연장선이었다. 관객은 이상하게 볼 수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저를 항상 보고 있는 것이 아니고 제가 웃더라도 저를 보고 있는 건 아니니 이상하게 느끼지는 못한다. 제가 원하는 대로 상황과 모든 인물이 장기 위의 말처럼 움직이는 걸 즐긴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 범죄자를 똑같은 방식으로 응징을 하는 방식을 취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범죄자인 건데, 범죄자에게 이상한 명분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경계가 모호하고 관객들이 받아들일 때 헷갈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캐릭터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는지 궁금하다.
"감독님이 원했던 포인트다. 영화를 보고 나올 때 궁금증과 호기심이 계속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고, 저도 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범죄를 저지르는데 원한이나 타당한 명분, 신념이 있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영화 안에서 유튜버가 나오고 어떤 사람이 잘못됐다며 심판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이 세상에도 가짜 뉴스가 많고, 허위사실로 사람을 몰아가기도 하고 소위 마녀사냥이 이뤄진다. 해치라는 인물은 마녀사냥의 대표자라고 생각한다. 영화 부제가 집행자인데, 약간 왜곡된 집행자인 거다. 결국 정의는 무엇이고 어떤 판단을 누가 하느냐 했을 때 서도철과 대립하며 질문을 던진다. 영화 말고도 정말 말도 안 되는 범죄가 일어나고, 오해를 사고 몰리기도 한다. 사실이 아닌데도 기사를 보고 열광하고 몰아가는 형식이 팽배하다. 해치는 처음엔 정의로 시작했다가 점점 그 행위 자체에 빠져들어 즐겼던 것 같다. 나르시시스트다 보니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사람들이 열광하니까 거기서 스스로 쾌락을 느낀 거다."
- 황정민 배우가 인터뷰에서 "빌런 역할을 배우들이 안 하려고 해서 캐스팅이 힘들었는데, 정해인 배우가 해줘서 럭키비키다"라고 말했다. 또 류승완 감독도 '베테랑2'의 복덩이라고 했는데, 이런 지점에서의 고민은 없었나?
"배우는 늘 도전하는 것 같다. 어떤 역할이든 간에 안 할 수는 없다. 발전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걸 해보는 것이 좋은 거다. 게다가 '베테랑2'라면 정말 금상첨화다. 복덩이라고 해주시고 럭키비키라고 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한데, 황정민 선배님이 뒤늦게 럭키비키를 배우셔서 미시는 것 같다.(웃음)"
- "'베테랑2'의 럭키비키는 정해인이다"라고 하더라.
"자꾸 그러신다. 선배님과 저의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다 칭찬하면 되게 불편해한다. 칭찬 알러지가 있다. 그런데 선배님이 자꾸 이런 식으로 저에게 칭찬을 해주신다."
- 그럼 이 기회에 황정민 배우의 미담 투척을 해달라.
"현장 분위기는 사실 저는 빌런이기 때문에 제가 막 웃기거나 분위기를 띄우는 건 아니었다. '엄마친구아들'은 했지만, '베테랑2'는 거의 90% 이상 황정민 선배님이 책임을 지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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