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미 'D.P.' 시리즈에서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보여준 바 있는 정해인이지만, 이번 '베테랑2'의 액션은 다시 한번 감탄을 자아낸다.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신은 아찔하고 강렬하다. 이런 정해인에 류승완 감독은 10점 만점에 9.99점을 줄 정도. 0.01점을 뺀 이유는 몰입을 많이 해 너무 빠르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니까 거의 완벽하다는 극찬인 셈이다. 액션뿐 아니라 현장 융화력이나 책임감, 노력도 마찬가지. '베테랑2' 박선우에 완전히 몰입해 기대 이상의 빌런을 완성한 정해인이다.
오는 13일 개봉되는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2015년 1,341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액션범죄 장르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베테랑'의 후속작으로, 지난 5월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또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도 초청 받아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다.
전편에 이어 액션 장르의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서도철 형사 역의 황정민이 다시 한번 스토리를 이끌어 가며 전편과는 또 다른 묵직한 재미를 선사한다.
정해인은 신입형사 박선우 역을 맡아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색다른 얼굴로 시선을 압도한다. 'UFC 경찰'이라는 별명이 붙는 캐릭터 특성상 탄탄한 피지컬과 놀라운 액션 실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소름 끼치는 눈빛과 표정으로 빌런의 존재감을 뽐냈다. 다음은 정해인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작품에서 강도 높은 액션을 많이 했는데,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
"촬영 전부터 액션 스쿨을 많이 다녔다. 종합격투기, 주짓수 등 강도 높은 걸 훈련했다. 무엇보다 기초 체력이 중요했다. 얼마나 많은 테이크를 지속할 수 있느냐다. 우리가 한두 번 찍고 그냥 오케이가 나오는 게 아니라 10~20번까지 찍어야 한다. 체력이 밑바탕이 안 되면 민폐다. 수십 명의 스태프가 다 있고 이 신을 위해 돈을 들여서 했는데 제가 체력이 떨어지면 민폐가 된다. 그래서 촬영 전부터 달리기도 많이 하면서 기초 체력을 길렀다."
- 가장 많은 테이크를 간 액션신은 무엇인가?
"옥상신이다. 비도 계속 뿌려야 하고 환경적으로 쉽지 않았다. 엄동설한이어서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때 안보현 배우가 도와주러 왔다가 너무 고생을 하고 갔다. 제일 힘들었을 거다. 저나 다른 형사들은 돌아가면서 액션을 하는데 안보현 배우만 일대 다수로 하다 보니 쉴 틈이 없었을 거다. 일주일 내내 녹초인 상태로 겨울에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제가 놀란 건 '힘들다, 아프다'라는 말을 하지 않고 참더라. 누가 봐도 아파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독하다는 생각도 했다. 정말 대단하다. 계단 액션신은 감독님이 명확하게 짜놓은 콘티대로 진행이 됐다. 한번은 남산에서 찍는데 폭설이 와서 카페에서 기다렸지만 캔슬이 됐다. 눈이 그칠 생각을 안 해서 날밤 새우고 철수했다."
- 안보현 배우는 누구와의 우정으로 출연하게 된 건가?
"저도 몰랐다. 캐스팅이 된 걸 나중에 알았다. 저와 친구이긴 한데 감독님이 안보현 배우에게 직접 제안을 주신 것 같다."
- 지금까지 작품 중 액션이 가장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맞다. 이번 액션이 가장 많고 힘들었다. 옥상 액션, 마약 소굴, 남산, 터널까지 큰 액션이 네 개 정도 있는데 그 중심에 제가 다 있었다."
- 이전 작품은 남을 구하려고 하거나 저지하려는 액션이었다면 이번엔 살벌함이 느껴지는 액션이다. 차별화를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확실히 다르다. 구해주는 것은 목적 자체가 선함이 있는데 이건 극악무도해야 했다. 행여나 상대 배우가 다치지 않을까 하는 차이점은 확실히 있다. 구해주는 건 사실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보다는 내가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번엔 내가 하다가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 선한 역할을 연기할 때와 악역을 연기할 때의 다른 점, 혹은 좋았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빌런을 연기할 때는 아무래도 상대 배우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제가 처음이다 보니 미안하다. 그렇게 쳐다보고, 그렇게 말하고, 때리고 괴롭혀서 미안하더라. 선한 역할 할 때는 그런 죄책감을 안 느끼는데, 마음이 찝찝하다. 그래서 컷하면 가서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라고 한다."
- 남산 계단신에서 뛰어넘고 점프하는 신이 많았는데 어땠나?
"제가 겁이 좀 없다. 감독님도 아신다. 제가 그냥 하겠다고 하니까 오히려 감독님이 사고 나서 다치면 촬영 일정이 빠그라지고 답이 없다고 말리셨다. 그런데 저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그 당시에 찍을 때가 겨울이었고 한파라 바닥이 미끄러웠다. 실제로 연기를 하셨던 대역분도 위험천만한 순간이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가 된 것 같다.“
- 영화 끝에 탈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3편에 대한 궁금증도 생겨나는데, 혹시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한 것이 있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쿠키 영상이 있는지 몰랐다. 칸에서는 없었다. 그래서 놀랐다. '저게 저렇게 된다고?' 싶었다. 나중에 감독님 만나면 따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 아직은 3편에 대한 어떤 얘기도 못 나눴다."
- 류승완 감독이 순간 몰입도가 굉장히 뛰어나다는 칭찬을 했다. 현장에서 그런 몰입도를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나?
"노하우는 잘 모르겠다. 박선우로 옷을 입고 분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서면 에너지가 들어왔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에너지인데, 주변 스태프분들, 감독님, 배우들, 선배님들이 그런 공기를 만들어 주신 것도 있다. 다들 이렇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면 저도 집중을 같이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렇게 위험천만한 액션이 많은 촬영이다 보니 스태프들 모두 긴장을 했고, 모두가 집중하는 상황이 나온 것 같다."
- 터널신에서 황정민 배우와 액션을 하는데, 그때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되게 러프하게 찍긴 했는데, 제가 죄송한 부분이 있다. 비닐에다가 머리를 밀면서 숨 막히게 하는 장면이 있는데, 몰입해서 찍고 난 후엔 너무 죄송하더라. 제가 뒤통수를 자꾸 눌러야 했다. 제가 중요 부위에 응징을 당한다. 감독님이 그걸 너무 좋아하셨다. 통쾌하게 웃으셨다. 그때 대사가 아닌, 이상한 말이 나왔다. 그걸 자막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처음엔 오만한 신념이나 고집이 있었지만, 차츰 그것이 사라진다. 그리고 자신의 룰을 스스로가 깨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서도철의 아들을 구해주는 행위가 박선우에겐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처음 집에 갔을 때부터 아들을 관찰하고 마지막에 나온다. 서도철에게 아들이 있고, 그 아들이 지금 아킬레스건이라는 걸 파악한다.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아들을 구해주는 것도 서도철을 흔들기 위한 계획 안에 있었다.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제가 감독님에게 우스갯소리로 "박선우는 진짜 부지런하네요"라고 했다. 그 모든 걸 다하려면 잠도 안 자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움직여야 가능하다. 감독님도 "맞네. 부지런한 사람이 뭐라도 더 하네"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소시오패스의 성향 그대로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이걸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구해주는 건 순간의 선의로 보일 뿐이다."
- 정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단어의 뜻에 대한 건 사람마다 다르고 주관적이라 어려운 것 같다. 박선우는 정의와 거리가 아예 동떨어져 있는 인물이고, 그 정의는 언론에서 만든 거다. 정의롭다며 해치라고 부르고 만들어 준 거다. 제가 생각하는 정의의 개념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와 기본적인 상식선에서 행위가 이뤄지지 않을 때 내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 그 용기를 자주 내는 편인가?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나서는 편이다. 하지만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주변에 있으면 양보를 한다.(웃음)"
- 박선우는 소시오패스의 모든 성향이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캐릭터다. 그런데 보통은 자기가 강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행동하는데, 이 캐릭터는 그게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혹시 연기할 때 그런 부분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 있나?
"그걸 저는 마지막에 하려고 했다. 차를 운전해서 나가려다가 막힌다. 거기서 제가 표현을 하기는 했다. 감독님도 그 눈빛이 너무 좋다고 했다. 연기할 때 마스크 때문에 잘 보였을 텐데, 저는 사실 마스크를 벗고 싶었다. 하지만 마스크를 스스로 벗지 말고 서도철에 의해 벗겨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연기했는데, 마지막에 막혀 있을 때 잠깐의 시간 동안 약간의 자기 연민과 함께 '내가 돌아갈 곳이 결국 없구나' 하고 핸들을 틀고 정면충돌로 간다. 그 장면 전에 잠깐 표현을 했는데 너무 짧게 나오고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안 보여서 답답하긴 하더라."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