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배우 유승호가 데뷔 24년 만에 첫 연극 무대에 섰다. 연극 팬들의 반응은 매섭고 혹독했다. "이렇게 나를 미워할 지 몰랐다"고 너스레를 떤 유승호는 "나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또 한번 성장했음을 고백했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제작 글림컴퍼니)를 마친 유승호를 만났다.
유승호는 지난달 28일 폐막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에이즈에 걸린 프라이어 역을 맡았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종교, 인종, 성향, 정치 등 각종 사회문제와 다양성을 다룬 작품이다.
인생 첫 연극 도전을 마친 유승호는 "내가 왜 (이 작품을) 선택을 했나 싶었던 순간은 몇번 있었다. 물론 힘들었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면서 인간 유승호로서 많은 걸 얻었다고 밝혔다.
"그간 제가 배우로서 가져야 할 기본 스킬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연극무대 출신도 아니고, 뭔가 연기를 배울 기회도 없었으니까요. 그저 현장에 쓱 갖다놓은 배우였죠. 연극 도전을 통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달았어요."
유승호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위해 두달간 주 6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텐투텐으로 연습실을 들락였다. 특히 더블캐스팅됏던 손호준을 보며 같은 인물 다른 표현의 방법을 익혔다.
유승호는 "손호준의 프라이어를 많이 따라하기도 했다. 한 인물이지만 살아온 인생의 경험이 다른 만큼 표현하는 감정이 다르더라"라면서 "함께 의지하며 만들어가다 보니 유독 전우애가 깊어졌다. 정이 많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첫 공연 때는 단순히 '대사를 안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떨려서 손발에 땀이 나고 떨렸거든요. 근데 돌아보면 첫공 연기는 너무 못했어요. 인정합니다. 하지만 남은 29회 공연이 있었고, 더 발전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나중엔 점차 긴장이 줄어들면서 캐릭터를 좀 더 입체감 있게 표현하게 되고, 무대 위에서도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그가 제대로 긴장이 풀린 건 막공 5회를 남긴 순간이었다고. 그는 "5회 공연을 남긴 상황에서 1막4장에 등장을 대기하고 있는데 빨리 무대에 오르고 싶더라"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공연 끝나고 나서 '연극 두번은 못하겠다' 싶었는데, 일주일 지나고 나니 무대 뒤 떨림이 그리워지더라"라며 "나중에 또 기회가 생기고, 좋은 작품이 찾아온다면 도전해보고 싶다"고 무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그 전에도 연극, 뮤지컬 제안은 받았어요. 하지만 두려웠죠. 30대에 진입한 이후
'늘 편한 것만 하면 무슨 발전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겁이 나지만 부딪혀보자고 생각했어요. 정말 잘 한 선택같아요."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러닝타임이 3시간20분에 달하는 작품이다. 보통 연극보다 1.5배 이상의 러닝타임이다. 유승호는 혹시나 무대 위 실수를 우려해 공연 전에는 식음을 전폐했다고 전했다. 공연에 앞서 이틀간 음식을 먹지 않고 공연 직후 식사를 했다는 것. 덕분에 공연 초 64kg였던 체중은 막공때 56kg까지 떨어졌다.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을 것 같고 즐길 수 없을 것 같던 연극 무대. 유승호는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난 무대를 도저히 즐길 수없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두려움을 이겨냈고,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 사실이 고맙고 충격이다. 아마도 못잊을 것 같다"고 벅찬 소회를 전했다.
"공연하면서 기립박수를 딱 한번 받아봤어요. 제 나름대로는, 두달간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커튼콜 하고 돌아가는 길엔 눈물이 났죠.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경험이었어요."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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