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이산'이 방송 15회 만에 SBS '왕과 나'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조선시대라는 비슷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산'은 정조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룰 때까지의 일대기를, '왕과 나'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내시가 돼 궁에 들어가는 처선의 일과 사랑을 각각 다루며 화제 속에서 방송되고 있다.
약 1개월을 앞서 방송함으로써 '왕과 나'는 먼저 기선제압에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5일 '이산'은 꾸준한 상승세에 힘입어 박빙의 승부 끝에 일시적으로나마 '왕과 나'를 제치고 월화드라마 부문 시청률 1위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방송가나 시청자들 사이의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 알 수 없다', '여전히 양보하기 힘든 승부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돼 대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등 아직 확실한 판도 변화를 점치는 사람은 없다. 딱히 그 이유를 설명하기란 어렵고 복잡하다.
다만 '이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왕과 나'에 대한 관심은 답보를 걷거나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은 분명하다. 시청률 30%를 넘기며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왕과 나'는 최근 20~24%에 머물러 있고, 14% 정도에서 시작한 '이산'은 지금 20%대를 훌쩍 넘기며 '왕과 나'를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시청률의 수치를 맹신할 수는 없지만 이런 추이를 통해 상식선에서 향후 행보를 가늠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방송가에서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견하기도 했다. 다만 빠른 속도로 판세가 뒤집어지고, 두 드라마의 시청률 차가 큰 폭으로 벌어지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장기간 방송하는 대하사극의 성격상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
'이산'이 초반 레이스에서 밀리다가도 최근 강한 탄력을 보이는 가장 큰 힘은 스토리 전개 방식에 있다. 매회 시청하면서 다음 내용을 궁금해 하고, 기다려지게 만드는 것이 드라마의 진정한 힘이라는 것이 명백해지는 대목이다.
'이산'은 일단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공식을 적용, 교과서적으로 따르고 있다. 연출자 이병훈 PD가 그동안 성공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패턴이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닥쳐온 위기는 긴장감을 부여하고, 이를 속 시원하게 풀어내는 과정과 기발한 아이디어는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
또 '이산'은 고리타분한 정치색보다 인간 냄새가 더 짙게 배어있다. 동궁으로서 차기 왕좌에 오를 이산(이서진 분)이지만 막강한 적대세력 앞에서 꼼짝없이 당하는 모습이나 주위에 아무도 없음에 외로움을 느끼고 비천한 송연(한지민 분)과 대수(이종수 분)와 끈끈한 정을 나누는 모습은 꽤나 인간적이다.
극단의 상황을 전개함에 있어서도 자극적으로 몰고 가기보다 논리정연하게 풀어가는 묘미를 살린다. 험난한 위기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긴박함으로 다가오지만 위기 극복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과장이나 무리 없이 전개된다.
'이산'은 드라마 전체 스토리 속에 또 하나의 기승전결이 있는 작은 에피소드들을 액자처럼 끼워 넣으며 극을 완성한다. 따라서 매주 2회 방송하는 동안 당장의 에피소드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하나의 이야기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새롭게 제기되는 다음 이야기에 기대감을 품게 한다.
'이산'의 뚝심이 어디서 나왔고, 향후 지속적인 인기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굳이 '왕과 나'와의 원색적인 비교를 통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두 사극이 팽팽하게 맞서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드라마를 끝까지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조이뉴스24 문용성기자 lococ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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