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고집스럽게 자신의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은 TV와 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심한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다.
아예 TV 쪽은 생각도 하지 않는 뮤지션이 적지않다.
70~8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조용필은 데뷔 40주년 콘서트를 앞두고 2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5년 동안 TV에 출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본인은 “방송인이 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히트곡이 나오니 출연은 했지만 당시 방송국 측과 트러블이 많았다”고 술회했다.
이런 경험은 사실 조용필만의 특수한 이야기가 아니다.
‘록의 대부’ 신중현도 TV와 불화했던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그는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글(나중에 ‘나의 이력서, 신중현’이라는 책으로도 엮음)에서 가요 프로 PD들의 음악에 대한 무지와 TV가 가요와 뮤지션에 미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서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트러블이 있었던 건 당연했다.
서태지도 5집 이후부터는 TV 출연을 꺼리는 편이다.
이런 대형 가수 뿐만 아니라 TV에 기웃거리는 것을 아예 포기하고 소극장이나 클럽 활동에 주력하는 실력파 공연형 뮤지션도 부지기수다.
이런 행동에 대해 일부는 인기가 떨어져 TV에 못나오니 해대는 불평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대중과 친화하지 못하는 노래만 골라 부르면서 TV를 경원시하는 뮤지션이 더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하겠다.
물론 그런 일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도 분명히 있다.
뮤지션은 집단 창작이 위주인 개그맨이나 배우와 다르다. 뮤지션은 온전하게 그가 부르는 노래의 주체요 전부다. 노래는 오로지 뮤지션에서 나오는 것이지 카메라나 PD나 작가에 의해 나오는 게 아니다. 따라서 가요 프로의 중심은 뮤지션이어야 하고 나머지는 거들어주는 역할에 치중해야 한다.
그런데 출연 가수와 가요에 대한 선택권이 방송국에 있다 보니 제작 과정에서도 지나치게 참견하는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참견이 고집스럽게 자기 음악을 주장하는 뮤지션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일이 된다. 견디지 못한 뮤지션은 어느 정도의 항의를 할 것이고, 그것으로 ‘미운 털’이 박히는 셈이다.
자신의 음악 색깔이 풍부한 실력파 뮤지션은 점점 TV에서 사라지고, 자기 색깔보다 방송의 입맛에 맞는 연출에 잘 따라주는 엔터테이너들이 가요 프로의 전면에 배치되는 현상이 정착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가요 프로의 한 카메라 감독도 이를 인정하였다.
이 감독은 “일본 NHK 음악 프로는 현란한 영상이 우리보다 적다”며 “우리로 치면 ‘가요무대’와 같은 영상이 대부분인데 일본의 영상장비나 기술이 떨어져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음악 프로는 노래의 감동이 중심이라는 철학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래의 감동, 이를 위해 모든 초점을 뮤지션에 맞춘다는 이야기다. 시청률 하락에 고민하는 가요 프로 관계자들이 곱씹어봐야 할 이야기다.
조이뉴스24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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