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독이라고 선입견을 갖지말고 외국인 감독 때와 동등한 수준으로 지원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흔쾌히 확답을 받았다."
축구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된 허정무(52) 감독이 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소감을 밝혔다.
허정무 감독은 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있었던 취임 기자회견에서 "축구 인생에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며 "기술위로부터 외국인 감독 때와 동등한 수준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국내 감독이라는 선입견을 갖지말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허정무 감독은 "기본적으로 정신력이 갖춰져 있어야 경기장 안에서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선수를 대표팀에 뽑겠다"고 기본 구상을 밝혔다.
다음은 허정무 감독 인터뷰 전문
- 소감은.
"먼저 선택해준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에 감사한다. 모든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축구 인생에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해보겠다."
- 2002년 이후 외국인 감독이 계속 대표팀을 맡았다. 아쉬웠던 부분은.
"사실은 갑작스레 연락을 받아 대표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외국인 감독 중 아주 좋은 성적을 낸 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분도 있었다. 외국인이냐 내국인이냐를 떠나 대표팀을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2002년 이후 대표팀 성적이 내리막인데.
"총체적인 흐름이 아닌가 싶다. 2002년 월드컵 기점으로 저조하고 침체 양상인데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선수, 지도자, 축구협회 모두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야한다."
- 코칭스태프 인선 계획은.
"수석코치가 필요하다. 생각나는 사람은 있지만 지금 밝힐 수는 없다. 아직 본인의 의사도 확인하지 못했다. 협회, 기술위와 상의해 결정하겠다.
- 외국인 코치는.
"필요한 분야에서는 뽑아야 한다고 본다."
- 본프레레 감독 시절 수석코치였는데 스스로 물러난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대표팀 감독 선임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나는 기술위에서 일하고 있었고 갑작스레 코치에 선임됐다. 축구협회에 대표팀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선임 전에 미리 이야기했었다."
- 선수 선발이나 포메이션 변화는.
"포메이션은 우리나라도 그 동안 많은 발전을 이뤘다. 이제 포백이냐 스리백이냐 등의 논란은 없지 않은가. 경기 중에라도 포메이션은 바뀔 수 있고 선수들 역시 이에 대한 전술 이해도가 필요하다. 포메이션을 충분하게 숙지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선수 구성 등의 면에서는 변화다 아니다를 말하기보다 대표 선수라면 선수로서 긍지, 책임감과 사명감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경기장에서 모든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 정신적으로나 몸상태가 준비된 선수를 뽑을 것이다.
- 전남이 FA컵 우승으로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데.
"사실 계약기간 남아있어 제의를 받고도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이는 축구협회와 구단이 풀어야할 문제라 본다. 축구협회에서 이구택 포스코 회장 등 구단 고위관계자들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수락할 수 있었다."
- 지도자로서 국제 대회 중 월드컵만 못 나갔는데.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정말 중요한 시점이다. 월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 아닌가. 모든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국민 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98년부터 2000년 대표팀을 맡았던 때를 생각하면 정말 부족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 쏟아붓겠다."
- 프로 구간들과 여러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프로 감독을 할 때 대표팀 일정에 최대한 협조했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정말 중요한 시기에는 연맹이나 구단 등도 협조해 줄 것으로 믿는다. 필요하면 대화를 통해 협조를 구할 생각이다.
- 해외파 감독이 낫다는 국민 정서가 부담스럽지는 않나.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한 경기 한 경기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겠다. 성원과 격려 부탁한다. 일단은 선입견을 갖지 말아달라. 제로 상태에서 해 나가는 모습을 봐달라."
- 한국 축구에 거품이 많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없다. 불과 10여 년 전과 비교해보면 여건은 너무 좋아졌다. 2000년과 지금은 하늘과 땅 차이다. 선수들은 자기가 할 일도 충실히 해야하고 프로 선수로서 대표 선수로서 능력을 개발하고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 좋아진 여건만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 한국 선수들이 다소 나태해진 이유는 뭐라고 보나.
"선수는 운동장에 나갈 때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근래에 이런저런 잡음이 많이 들리는데 정신이 갖춰져있지 않으면 몸도 못 따라간다.
- 어떤 기준으로 대표 선수를 뽑을 것인가.
"당연히 철저히 준비가 된 선수가 대표 선수가 되어야 한다. 유럽 선수들을 보면 생활 등에서도 철저한 프로 의식이 느껴진다. 아직까지 우리 선수들이 프로 의식에서는 조금 뒤쳐져 있는 것 같다."
- K리그에 저평가 된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그 동안 대표팀에 들지 못했던 선수들 가운데도 기량이 뒤지지않는 선수 가 분명 있다. 대표팀의 문은 활짝 열려있고 그 문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모든 선수에게 항상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 해외파 선수들에 대한 활용 계획은.
"박지성은 재활 중이고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등의 플레이는 모두 중계방송을 통해 다 보고 있다. 앞으로 더욱 철저하게 체크하겠다. 조재진, 김동진, 오범석, 이호, 김정우 등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 가는 기술위와 협의하겠다.
- 해외파를 보기위해 유럽으로 직접 나갈 생각 있나.
"생각하고 있다."
- 2003년 이후에 해마다 감독이 바뀌고 있다.
"우리 감독들의 숙명이다. 그게 두렵다면 이 자리에서 오면 안 된다. 지금은 과정을 놓고 잘잘못을 가릴 때는 아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2000년 이후 외국인 감독들이 계속 사령탑을 맡으면서 상황이 많이 변했다. 협회 재정도 넉넉해졌다. 이영무 위원장에게 협회에서 국내 지도자라고 선입견을 갖지말고 외국인 감독 때와 동등한 지원을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흔쾌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해 주셨다. 코칭 스태프 구성 등 모든 면에서 지원을 약속받았다."
- 정신력을 강조하는데 신세대 선수들의 스타일과 감독의 리더십 상충되는 것은 아닌가.
"프로 선수, 대표 선수로서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갖춰야할 기본적인 것들이다. 억압할 수 있는 성질도 아니다. 본인들 스스로가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조이뉴스24 윤태석기자 sportic@joynews24.com 사진 류기영기자 ryu@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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