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서 시트콤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방영된 MBC 일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열풍을 일으킬 때와 비교해 보면 시트콤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그야말로 청양지차인 셈이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KBS 2TV '못말리는 결혼'과 MBC '코끼리'는 최근 시청률 한자리를 기록하며 끝없는 추락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미디어코리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달 29일 방송된 '못말리는 결혼'과 '코끼리'는 각각 2.9%와 4.1%의 전국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시트콤 시대의 몰락'이라는 지적이 그리 과하지 않다.
시트콤이 국내에서 제작된 지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긴 세월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기간동안 시트콤은 장르의 분화를 이뤄냈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점차 진화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시트콤에 대한 시청자 무관심은 자못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트콤이 이같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한 개그맨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시청률 부진과 관련해 "공개 코미디가 나온 지 벌써 10년이 됐다. 이미 유행의 흐름을 타는 시기는 지났다"고 말한 적이 있다.
KBS가 '개그콘서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코미디 프로를 선보여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그 흐름을 타고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으며, 이에 질세라 MBC가 '개그야'를 통해 맞불을 놓았다.
시트콤도 이러한 흐름과 비슷하다. SBS가 가족 시트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순풍 산부인과'를 통해 가족 시트콤의 표본을 만들었고, MBC가 '남자셋 여자셋'을 시작으로 청춘시트콤의 역사를 써 내려갔으며, KBS가 이를 적절히 변주한 '달려라 울엄마'와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히트시켰다.
큰 틀에서 보면 한 번의 순환 과정을 거친 셈이다. 이제는 웬만해선 눈길조차 주지 않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가 승부의 절대적인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거침없이 하이킥'의 성공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시트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캐릭터다. 배경과 등장인물은 같지만 매회 다른 이야기로 꾸며지는 시트콤에서 캐릭터는 극의 재미를 극대화시켜주는 요소가 된다.
드라마가 전체 스토리 라인으로 극적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과 달리 시트콤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로 꾸며지기 때문에 그때그때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독특한 캐릭터가 살아 숨 쉬고 있어야 한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등장한 '야동순재' '식신 준하' '오케이 해미' '꽈당 민정' 등의 캐릭터는 그 자체가 하나의 웃음 포인트이자, 극의 몰입을 도와주는 요소였다. '순풍산부인과'에서의 오지명, 박영규 캐릭터 역시 시트콤의 묘미를 살려주는 핵심 장치였다. 또 미자 없는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앙꼬(팥소)없는 찐빵'과 다름없다.
그러나 최근의 시트콤들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만한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다.
단적인 예로 현재 방송되고 있는 MBC 일일 시트콤 '코끼리'에 출연하고 있는 주현과 백성현은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 정일우의 캐릭터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달리 보면 이는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시트콤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친구'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 등과 같이 색다른 소재와 독특한 형식의 시트콤이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성공으로 유사한 형태의 가족 시트콤이 연이어 제작되고 있는 현실 또한 시청자 이탈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방송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입맛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데 현실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 MBC가 '코끼리' 후속으로 색다른 형식의 시트콤 '저스트'(가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시트콤 부활의 시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듯 보인다. '저스트'는 배우 김윤진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미국 TV시리즈 '로스트'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지방의 낙도로 여행을 떠난 한 회사의 직원 10여명이 난파를 당해 외딴 섬에 표류해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제작팀이 합심해 새롭게 선보이는 이 작품에 많은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시트콤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하루빨리 갱생의 길을 걷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시트콤 장르의 활성화는 방송의 다양성 추구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시청자들은 시트콤을 부활을 고대하고 있다.
조이뉴스24 김명은기자 dra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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