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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이여 부활하라①]시트콤 국내 상륙 15년…그 부침의 역사


시트콤이여 부활하라

배경과 등장인물은 같지만 매회 다른 이야기로 꾸며지는 방송 코미디, 시트콤이 국내에 뿌리를 내린지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생소한 장르의 창작물이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확고히 자기 자리를 찾기까지는 크고 작은 부침(浮沈)이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최근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져 점점 그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시트콤의 지난 15년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성공과 실패, 부흥과 퇴조의 반복 속에서 진화해온 시트콤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90년대 초 시트콤 국내 첫 상륙

SBS는 우리나라에 시트콤(시추에이션 코미디)을 처음으로 알렸다. SBS를 통해 1993년 2월 18일부터 10월 17일까지 방영된 '오박사네 사람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시트콤이다.

송창의, 김병욱 PD와 함께 시트콤 3대 PD로 꼽히는 주병대 PD는 이 작품을 연출함으로써 한국 시트콤의 산파로 불리게 된다.

원로 배우 오지명이 '오박사'로 분해 특유의 말투와 몸짓으로 화제를 낳았던 '오박사네 사람들'은 방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수도권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오박사네 사람들'이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두자 이후 각 방송사들은 '오경장'(SBS), '합이 셋이오', '사랑한다면서', '마주보며 사랑하며'(이상 KBS2), '김가이가'(MBC) 등 시트콤 형식의 드라마를 연이어 쏟아냈다.

그러나 '몸에 좋은 음식도 과하면 독이된다'는 말처럼 '시트콤'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탄생된 이들 작품들은 시청자들의 외면 속에 쓸쓸히 퇴장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다행히 1995년 제작된 가족 시트콤 'LA 아리랑'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새롭게 이끌며 시트콤 시대의 부활포를 쏘아 올렸고, 이는 한국 시트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순풍 산부인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SBS가 '가족 시트콤'으로 재미를 보는 동안 1996년 MBC는 '청춘 시트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안방극장에 선보였다.

대학가 하숙집에 모여 사는 젊은 청춘 남녀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를 경쾌하게 그려냈던 청춘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MBC 시트콤의 대성공을 일궈냈다.

이에 비해 KBS는 시트콤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있던 KBS는 하지만, 1998년 유재석, 이휘재, 남희석, 박경림 등이 출연해 방송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멋진 친구들'을 방영함으로써 시트콤 성공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2000년대 방송사별 주종목 강화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각 방송사들은 주종목을 강화하는 모습을 띠게 된다. SBS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와 '똑바로 살아라'를 각각 2000년과 2001년에 선보이며 '가족 시트콤'의 계보를 이어 간 반면 MBC는 2000년 '논스톱'을 시작으로 '청춘 시트콤'의 방대한 역사를 써내려갔다.

SBS와 MBC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KBS는 2003년 중견배우 김영애와 서승현, 이보희 등을 전면에 내세운 '달려라 울엄마'가 예상외의 큰 성적을 거두며 시트콤 대박시대를 열게 된다.

'가족 시트콤'의 형식에 약간의 변주를 가한 '달려라 울엄마'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친구였던 세 명의 중년 아줌마들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그려내며 2004년 5월 까지 근 1여 년간 KBS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러한 구도 속에 틈새시장을 파고든 작품이 있다. 바로 '성인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세 친구'다. MBC에서 방영된 '세친구'는 밤 11시대 편성을 통해 성적 담론을 다루며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2000년대 중·후반시청률 명암

200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방송 3사의 명암은 엇갈렸다. 시트콤의 종가 SBS가 연이은 시청률 참패로 조기종영 결정을 내리는 등 암흑기를 겪게 된 반면, KBS는 31살 싱글 여성들의 삶을 유쾌하게 그려낸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년 11월 12일~2005년 11월 4일)의 성공으로 일대 부흥기를 맞게 된다.

그 사이 MBC는 흡혈귀들이 등장하는 '안녕, 프란체스카'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작품은 시청률에서는 비록 큰 성과를 보지 못했지만 흡혈귀들이 인간 세상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이어 시즌3까지 제작된 후 '소울메이트'가 이와 유사한 독특한 성향의 주간 시트콤의 계보를 잇는다.

한동안 숨고르기에 들어간 시트콤은 2006년 말 화려하게 부활한다. 원로배우 이순재를 한순간에 '야동순재'로 만들어버린 파격의 가족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등장은 한국 시트콤의 역사를 다시 쓰게 했다. '김병욱표 가족 시트콤'이 MBC에서 새롭게 둥지를 튼 셈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높은 인기를 모았고,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 작품에 출연한 주·조연 배우들은 그 인기에 힘입어 여러 편의 광고에 동시 출연하는 행운도 얻었다.

그러나 '거침없이 하이킥'을 끝으로 시트콤은 다시 시들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며 그 존재감마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시트콤이 새로운 부활의 길을 모색해야만 하는 기로에 선 셈이다.

조이뉴스24 김명은기자 dra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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