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퓨전사극 '일지매'가 방영내내 화제를 모았던 '온에어'에 이어 수목드라마 1위 자리를 달리고 있다.
'일지매'는 타이틀롤을 맡은 이준기의 터프한 변신과 퓨전사극답게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퓨전 한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극중 이준기와 삼각 러브라인을 그릴 은채 역의 한효주와 봉순 역의 이영아가 선보이는 한복이 극과극 대조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손으로 일일이 수를 놓은듯 저고리 앞섶을 따라 형형색색 화려한 자수가 돋보이는 한효주의 화려한 양반집 한복과 올이 풀린 듯 패치워크된 배자 조끼를 레이어드해 수수함을 강조한 이영아의 한복은 한눈에 보더라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준기와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이 예상되는 은채 역의 한효주는 극중 여느 사대부가 규수와는 다르다. 지적이고 사리분별이 반듯하며 야무진 성격으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도 많을 뿐만 아니라 객점까지 직접 운영하는 등 매우 진보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더욱이 재물을 탐하는 부모와 달리 객점에서 얻은 이익을 대부분 서민들에게 나눠주고자 하는 등 기업 메세나 운동까지 전개한다. 때문에 한효주의 한복 스타일은 극중 이같은 캐릭터를 고스란히 떠오르게 한다.
먼저 당시 최고의 권력을 거머쥔 가문의 규수답게 원단 자체에 수가 놓아진 고급 공단 소재의 화려함에 원색의 화려한 컬러와 자수문양을 이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SBS 의상 디자이너 탁은주씨는 "당차고 야무진 은채를 위해 대부분의 의상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 화이트와 블랙 컬러를 믹스 매치하는 형식으로 지적이고 세련된 모습을 강조했다. 앞으로 일지매와의 러브 라인을 위해 원색 계열의 파스텔톤 컬러를 이용해 청순하고 여성스러운면을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효주의 한복은 저고리가 포인트다. 흰 동정과 깃을 넓게 디자인해 현대적인 감각을 살렸으며 V라인을 깊고 길게 파는 형식으로 최근 패션의 경향을 한복에 재현시켰다.
컬러도 원색의 핑크와 에메랄드 그린 등 컬러풀한 색감을 이용해 발랄하면서도 여성스러움을 돋보이게 해준다. 하지만 진보적인 여성 사업가(객점 운영자)로서의 면모를 위해 블랙 컬러를 이용, 원색의 화려한 저고리와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 디테일이 배제된 치마의 간결함이 강인한 은채의 모습을 반영한다.
탁은주씨는 "은채의 다양한 면모를 위해 화려한 한복으로 연출하지만 결코 요란스러워 보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당 시대 최고의 여자답게 화려함과 세련됨을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연출하는 것이 은채의 의상 포인트다"라고 밝혔다.
은채의 의상을 돋보이게 만든 또 다른 요인은 머리장식과 노리개 등 액세서리다. 마치 티아라를 연상시키는 진주(족두리 형식의) 머리 장식은 당시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완전히 퓨전화된 액세서리다. 이외에 맑고 수수한 외모와 가늘고 긴 한효주의 몸매 또한 한복의 단아하고 아름다운 스타일을 완성 하는데 일조한다.
[봉순 by 이영아]은채와 판이하게 다른 스타일의 봉순 역 이영아는 전형적인 서민의 실용적인 한복을 입고 나온다. 약장수를 비롯해서 외설스러운 책을 파는 등 떠돌이 생활을 전전하는 봉순이는 생활력이 강한 말괄량이다.
때문에 치마의 길이는 속바지가 다 드러날 정도로 짧아 거리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고, 배자 조끼를 덧입는 레이어드링으로 한복의 보헤미안룩을 재탄생시켰다.
탁은주씨는 "봉순이 의상의 포인트는 면 원단에 다소 바랜듯 보이는 비비드한 컬러의 원색 색동 저고리다. 면옷으로 소박한 듯 내추럴한 스타일을 연출하지만 색동을 이용해 와일드한 말괄량이 이미지를 표현했다. 또한 조끼와 배자 등 여러 개의 아이템을 레이어드해서 멋스러움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이영아의 봉순이 의상에서 가장 포인트는 레이어드한 패치워크 기법의 배자, 어깨 보다 오버 사이즈의 올이 풀린 듯 디자인된 배자 조끼다. 봉순이의 발랄하고 당돌한 성격을 대변하는 아이템이다.
봉순의 스타일은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하다. 때문에 드라마가 끝나고 게시판에는 봉순의 의상이 은채에 비해 너무 보잘 것 없다면서 '봉순이도 예쁘게 입게 해주세요'라는 글도 오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극 초반이다. 향후 봉순의 본격적인 활약과 일지매와의 러브라인이 피어 오르면 봉순의 스타일도 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복연구가 박술녀 선생은 드라마 '일지매' 속 한복 스타일에 대해 "최근 드라마와 영화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퓨전 한복의 변화는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것이다. 전통을 지키고 유지해야 하는 것이 한복을 만드는 사람들의 몫이라면 방송 등에서는 대중이 입고 싶은 생각이 드는 현대적인 감각의 한복을 재탄생시켜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특히 '일지매'에서 은채의 옷처럼 화려한 의상은 현대 여성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는 것. 또한 봉순의 옷은 일상에서 쉽게 접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 한복의 대중화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선생은 "한복은 단아한 멋이 가장 최고다. 전통의 양식을 그대로 지켜 입을수록 그 멋이 살아나기 때문에 한복을 입을 때는 한복에 맞는 액세서리는 물론이고 헤어에서부터 메이크업, 네일, 신발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이뉴스24 홍미경기자 mkhong@joynews24.com 사진=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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