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출연진들에게 여름철은 그야말로 '더위 지옥'과도 같다.
초복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오전 11시쯤 경북 문경 영강 인근 KBS '최강칠우' 야외 촬영현장.
기온이 30℃를 훌쩍 넘은데다 바람한 점 없어 꼼짝하지 않아도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한증막 같은 촬영장은 출연진과 스태프 등 70여 명이 수풀 속 추격 장면을 찍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부 스태프는 무더운 날씨에 웃옷을 벗어 던진채 촬영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역 촬영에 이어 주연배우들이 등장했다. 뒤늦게 합류한 민승국(전노민 분)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반팔 반바지 차림의 스태프들도 땀을 뻘뻘 흘리는 마당에 민승국의 차림새는 정말 가관이었다.
얼굴과 손을 빼놓고는 비단옷으로 온통 둘러싸여 보기만해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비오듯 쏟아지는 땀에 금새 분장을 마친 수염이 떨어져 버렸다.
전노민은 "모두 세겹을 입었는데 신분이 양반이라 의상이 모두 비단이다. 비단은 한겹당 세겹씩 천이 붙어 있는데다 땀 흡수가 전혀 안된다"며 "처음에는 체중이 5kg 정도 줄었다. 요즘은 몸에 땀띠가 나 참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촬영을 기다리는 칠우(문정혁 분)와 소윤(구혜선 분)도 더위에 힘들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비록 전노민에 비해 면으로 된 의상이라 땀 흡수는 된다지만 이들도 별다를 게 없었다.
검정 의상에 얼굴에는 마스크까지 써야 하는 칠우는 연신 부채질하기에 바빴다. 말에 올라타서도 '큐'싸인 전까지는 분홍색의 부채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얼굴에 온통 핏자국 분장을 한 소윤도 상황은 마찬가지. 분홍색 저고리에 치마를 길게 늘어뜨리고 안에는 발목을 휘감은 버선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촬영만 시작되면 이제까지 못해봤던 액션 장면에 신이 나는듯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구혜선은 "재미있다. 더위에 때문에 고생은 되지만 평소 이미지와 다른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정말 좋다"며 "핏 자국 분장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또 "극중 소윤이 공녀라는 점 때문에 다른 사극과는 달리 앞머리를 내릴 수 있어서 나름대로 해를 피할 수 있다"고 농담도 건넸다.
그나마 맨 살을 드러낸 자자(이언 분)는 다른 출연진에 비해 시원한 옷차림새였다. 하지만 자자도 두께가 2cm 정도나 되는 가죽 조끼를 입어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
잠시 뒤 갑자기 촬영장 한쪽에 대기중이던 검정말이 펄쩍펄쩍 뛰며 난동을 부렸다.
더위에 계속되는 촬영으로 말조차도 참기 힘들어 했다. 스태프들은 미리 준비해 둔 얼음으로 말을 마사지하며 달랬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된 수풀속 추격 장면은 이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말에서 낙상한 구혜선은 수풀 속을 구르는 등의 액션연기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전노민은 말 위에서 활을 쏘다 활 시위에 왼팔이 쓸리는 상처도 입었다.
전노민은 "여름철 사극연기란게 만만치 않다"며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이승호기자 jayoo20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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