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SK 공격이던 7회초 2사 만루.
두산-SK 모두 0-0 팽팽한 균형을 이룬 가운데 타석에는 이 때까지 한국시리즈서 15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던 SK '안방마님' 박경완(36)이 들어섰다.
볼카운트 1-2에서 김선우의 4구째를 노려친 것이 두산의 3루수 김동주 쪽으로 향하며 기회가 무산되나 싶었다. 하지만 이를 두산 3루수 김동주가 놓치면서 3루에 있던 김재현이 재빨리 홈을 밟아 2시간 반 가량 잠실구장 전광판에 '0'만 기록하고 있던 득점판이 SK 쪽에 '1'로 바뀌었다. SK가 프로야구 역대 5번째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예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조금은 멋쩍은 듯한 표정으로 1루를 밟은 박경완의 표정에는 약간의 미소가 흘렀다. 공식기록이 3루수 실책으로 판정됐지만 그 동안 전혀 공격에서는 기여를 못했던 박경완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쁨에 미소를 지은 것이었다.
박경완은 이렇게 타격에서는 마지막 5차전에서야 팀에 귀중한 1점을 올려줬지만 그에 앞서 포수라는 중요한 위치에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인공이다.
이날 초반부터 공이 제대로 제구되지 못해 투구수가 많았던 SK의 선발 김광현(20)을 잘 추스리며 무실점 리드를 해준 것이 바로 박경완이었다.
김광현은 두산의 첫 공격이던 1회초 선두타자 이종욱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2사 3루로 이어진 상황에서 김동주마저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2사 1, 3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홍성흔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불을 끄는 과정에서 포수 박경완의 노련한 리드가 돋보였다.
제구가 안정되게 이뤄지지 않는 김광현에게 무리하게 가운데 공을 요구하기보다 볼 배합을 스크라이크존 좌우로 오가도록 해 컨트롤에 대한 감을 빨리 찾도록 하는 데 있어 박경완의 관록이 빛이 났다.
초반 제구가 흔들려 1회, 2회에만 각각 25개, 23개의 공을 뿌린 김광현은 박경완의 노련한 리드를 받으며 3회는 공 7개로 두산 타선을 삼자범퇴시키면서 안정을 찾아갔다. 4, 5회에도 각각 공 10개씩만을 던져 5회가 끝났을 때는 초반 꾸준히 안정된 피칭을 한 두산 선발 김선우와 나란히 75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이어 6회말에도 김광현은 선두타자 김동주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다음 타자 홍성흔을 상대로 박경완의 볼 배합이 먹혀들며 빠른 볼 위주의 승부를 걸어 결국 투수앞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를 막아냈다.
경기 전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이 오래 버틸수록 우리가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는데, 김광현이 7회 1사까지 던질 수 있도록 이끌어준 것이 포수 박경완의 리드였다.
박경완은 9회말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있던 채병용이 무사 만루의 절체절명 위기에 몰렸음에도 다시 '볼배합의 마술'을 부리며 고영민과 김현수를 연속 투수 땅볼로 유도해 팀의 2-0 승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SK가 2차전부터 5차전까지 4연승을 하는 동안 투수진의 호투가 계속돼왔는데, 상당 부분은 안방 살림을 완벽하게 해낸 박경완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박경완은 이렇게 팀을 2년 연속 최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조이뉴스24 잠실=문현구기자 brando@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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