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괜찮아~!"
분명히 패한 게 맞는데도 분위기는 승리했을 때와 똑같았다.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팬들은 구단 버스를 둘러싸고 열광적인 격려를 보냈다.
25일 오후 강릉 종합운동장, K리그 신생팀 강원FC는 성남 일화와의 '피스컵 코리아 2009' 1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0-2로 패했다. 시즌 시작 후 3경기 무패행진(2승1무)을 멈추며 당한 첫 패배였다.
지난 8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색다른 응원을 보여주며 강릉종합운동장을 '원정팀의 무덤'으로 만든 강원팬들은 경기를 거듭하면서 더욱 진화하고 있다.
이날 첫 야간경기에 체감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 입장 관중은 평소 경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전국 다섯 도시에서 열린 컵대회 중 가장 많은 6천733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서포터 나르샤가 득점을 기원하며 "골~ 골~"을 선창하면 어느새 경기장 전체에 같은 구호가 울려퍼졌다. 장내 아나운서가 격려의 박수를 유도하면 우레와 같은 함성이 메아리쳤다. 서포터와 상관없이 여기저기서 "강원~"을 외치며 응원하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선수단이 빠져나가는 본부석 출입문으로 몰려와 경찰을 앞에 두고 선수들을 보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선수단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강원은 다른 구단과 달리 특색 있는 응원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타 구단들이 주로 서포터와 젊은 팬들이 선수들을 보기 위해 기다린다면 강원은 '아저씨' 팬들이 대거 몰려와 "김영후 잘했어!, 윤준하 다음에 넣으면 된다"라고 목이 쉬도록 소리를 치며 격려한다.
열성적인 팬들의 강원FC 사랑은 응원 도구 구매 열기로 이어져 개막전에서 선수단 유니폼 등 각종 응원도구 판매로 7백5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21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3라운드에서는 두 배 가까운 1천2백만 원어치를 팔아 유니폼 후원사인 나이키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강원 김원동 사장은 "첫 경기에서 가족 단위의 관중이 관전하며 승리를 맛본 뒤 유니폼을 사입으며 응원하는 분위기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갈수록 판매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며 흐뭇해 했다.
광적인 강릉의 축구 열기에 만족스러워 한 강원FC 구단은 올 시즌 강릉, 춘천에서 경기를 치러본 뒤 평균 관중수에 따라서 다음 시즌 경기를 배분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예를 들어 강릉이 가장 높은 열기를 보이면 강릉 50%~60%, 춘천 25%, 원주 15~25%로 배분해 선수들이 팬들의 열기에 빠져 경기에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조이뉴스24 /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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