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는 단순히 구위만으로 소화할 수 있는 보직이 아니다. 짧은 이닝을 담당하지만, 박빙의 접전 상황에서 상대 타자들 역시 가장 높은 집중력을 보이고 있어 실투는 곧 팀패배로 직결된다. 때문에 두둑한 배짱이 필수적인 요소.
삼성 오승환의 경우, '돌부처'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그의 심리상태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녔다. 지난 시즌까지 마무리로 활약했던 두산의 정재훈 역시 '이기면 선발 덕, 지면 마무리 탓'이라는 평가에 스트레스를 받아 올 시즌 선발로 전환하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올 시즌 신인급 선수가 마무리 투수로서 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두산 베어스의 3년차 '아기곰' 이용찬(20)이 그 주인공이다.
150km대의 묵직하고 빠른 직구와 두둑한 배짱으로 프로 2년차에 마무리투수로 변신한 이용찬은 공격적인 피칭으로 시즌 초반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비록 지난 10일 잠실 LG전에서 9회말 페타지니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허용하면서 '방화'의 쓰라림을 제대로 경험했지만, 이후 경기에서 침착함을 되찾고 착실히 세이브를 쌓아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이용찬은 8경기 등판해 5세이브 1패 2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4.05로 마무리 투수로는 매우 높은 편이지만, 10일 LG전에서 4실점(3자책)하면서 급등한 수치이기에 큰 의미가 없다.
이용찬은 평소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조용하면서 말수가 적지만 친해지면 할 말은 다 한다. 구단 관계자는 "(이)용찬이가 말이 없는 것 같긴 한데 어떨 때는 두둑한 배짱으로 놀라게 한다"고 그의 성격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지난 28일 잠실 두산-SK전에 앞서 만난 이용찬도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라커룸을 들어가는 찰나 이용찬에게 "마무리 투수를 수행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어렵다거나 그런 것 생각 안하고 (마운드에) 올라가게 되면 그냥 집어던질 뿐이에요"라고 바람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어 이용찬은 "긴장하거나 그런 부분은 없어요. 제가 정면승부를 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머리 쓰지 않고 냅다 집어던지죠. 머리 안쓰니까 더 잘 먹히던데요"라고 싱긋 웃었다.
'그냥 집어던진다...' 강속구를 보유하고 있는 마무리 투수로서 이보다 좋은 자세가 있을까.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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