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수난시대다.
야심차게 내놓은 카드마다 백전백패다. 날고 기는 예능 MC군단과 '예능 아이콘' 소녀시대도 결국 '일밤'의 구원투수가 되지 못했다.
지난 1988년 11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20년간 안방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 온 '일밤'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밤'의 분위기는 하늘을 날았다.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을 다룬 '우리 결혼했어요'가 신선한 발상과 콘셉트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세바퀴'도 주부들의 거침없는 입담과 솔직함으로 주목 받았다.
'일밤'의 수난이 시작된 것은 '세바퀴'의 독립 편성과 '우결' 멤버 교체 이후부터다.
'일밤'이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1박2일'과 SBS '패밀리가 떴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일밤' 제작진이 이같은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 그러나 '킬러 코너'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후속 코너들이 줄줄이 맥없이 무너졌다.
지난 3월말 첫 선을 보인 '대망'은 방송 4회 만에 전격 폐지됐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출연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름과 포맷을 새롭게 바꾼 '퀴즈 프린스' 역시 시청률 반등에 실패하고 6회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두 코너의 방송 횟수는 총 10회로 3개월도 되지 않는다. 보통 예능프로그램의 코너가 적어도 6개월 이상 방영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밤'이 방송된 이래 최단기간 폐지라는 불명예를 얻게 된 셈이다.
시청률 성적도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두 코너 모두 시청률이 3%~5%를 맴돌았다. 현재 방영중인 예능프로그램 중 최저 시청률. 1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패떴' '개그콘서트'와의 격차는 어마어마하다.
두 코너가 막을 내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극과 극의 이유 때문. '대망'이 지나친 실험성으로 대중을 사로잡지 못했다면, '퀴즈 프린스'는 기존 인기 코너를 답보한 듯한 콘셉트로 신선함을 주지 못했다.
결국 이들 코너로 답을 찾지 못한 '일밤'이 새롭게 선보인 카드는 리얼리티로 무장한 '오빠 밴드'다.
'오빠 밴드'(가제)는 경복고 시절 밴드 '혼수상태'의 베이시스트로 활약했던 신동엽을 비롯해 그동안 가슴 속 깊이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어왔던 다양한 멤버들이 모여 락 밴드를 구성한다는 콘셉트다.
오빠가 아닌 아빠들이 락밴드 페스티벌 참가와 음반발매를 목표로 십여 년간 놓았던 기타줄과 드럼채를 잡으며 꿈을 이루는 과정이 담긴다.
뮤지션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해 리얼리티와 감동을 선사, 시청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제작진의 의중이 엿보인다.
그러나 '오빠 밴드'가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과 비교해, 야구와 음악이라는 장르만 다를 뿐 '목표에 도전하는' 과정이 유사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결국 비슷한 소재를 어떻게 포장해 차별화 시킬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일밤'이 앞선 두 코너의 조기종영이라는 굴욕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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