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지고 당찬 연기는 류현경을 따라올 자 없다. 보이시하고 당당한 캐릭터 연기에 장점을 보이는 류현경이 저예산 영화 ‘물 좀 주소’를 촬영 완료 2년만에 세상에 내놓는다.
'물 좀 주소'에서 류현경이 연기한 역할 '선주'는 여배우라면 누구라도 탐낼만한 다양한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다. 갓난 아이를 홀로 키우는 스무살의 싱글맘이자 강한 생활력으로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캐릭터다. 여기에 밝고 톡톡 튀는 성격에 당찬 모습까지 많은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여자다.
극중 인물은 실제 류현경과 많은 부분이 닮았다. 전작 '신기전'의 보이시한 인물도 그렇지만, 어디에도 주눅 들지 않는 밝은 모습이 류현경과 오버랩된다. 여배우 특유의 낯가림과 새침함, 도도함 따위는 류현경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누구에게나 손을 먼저 내밀고 살가운, 털털하면서도 생활력 넘치는 그는 여배우 이전에 성격 좋은 여동생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현재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졸업작품 연출에 여념이 없는 류현경은 단편영화 편집과 씨름 중이다. 15분 분량의 단편영화는 류현경이 직접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썼으며 연출에, 제작(스태프의 식대 정도)을 맡았다. 선배 박철민이 흔쾌히 특별출연해준 화려한(?) 캐스팅에 힘입어 올 부산국제영화제 단편 부문에 출품하겠다는 계획도 품고 있다.
생활과 연기가 모두 일상처럼 맞닿아 있는 류현경의 새 영화 ‘물 좀 주소’는 2년 전 촬영을 마쳤으나, 개봉에 난항을 겪다 올해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영화 촬영 2주 전에 캐스팅이 완료된 류현경은 "극중 인물이 악착같이 삶을 살아가듯 캐릭터를 위해 모든 것을 배워나갔다"고 말한다.
"2년만에 개봉을 했으니, 감독님이 준비한 기간까지 합치면 약 7년이 걸린 거에요. 촬영 2주 전에 캐스팅되서 불안한 마음에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발레에 나레이터 모델 등등 극중 선주가 하는 일들을 열심히 배웠죠. 하루 몇 시간을 발레하고. 노래 배우고, 그랬어요."
"선주는 배우로서 욕심이 나는 역할이에요. 나중에 완성된 영화는 코믹적인 부분이 더 강해졌지만, 원래 시나리오는 좀 슬펐어요. 감독님은 제게서 이중적인 매력을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중성적이면서도 여성적인, 그래서 오디션에서 합격했죠."
류현경은 2년 전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는 것이 너무 쑥스럽다고 한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15살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류현경은 어렸을 때는 없던 연기 욕심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생기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극중 카드빚에 시달리는 미혼모를 연기하며 류현경은 쉽지 않은 장면을 선보인다. 극중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수유 장면을 연기한데는 색다른 일화가 있다.
"수유 장면은 최소 스태프들만 참여해서 찍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낯설어서 그런지 잘 물지를 않는 거에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아이 엄마의 젖을 빌려서 바른 후에 찍기도 했죠."
영화 '물 좀 주소'에서 보여준 류현경의 다양한 얼굴 중 백미는 바로 예상 외의 노래 실력이다. 영화 후반부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는 선주의 모습이 보여지며 류현경은 직접 노래를 불렀다. 바로 영화의 제목이자 ’록의 대부‘ 한대수의 노래 ’물 좀 주소‘를 직접 열창하는 것. 시원하게 뽑아내는 가창력은 기계의 힘을 빌지 않는 류현경의 목소리 그대로다.
"이번에 록의 매력에 눈 떴어요(웃음). 전문적인 공연은 아니더라도 영화 홍보 이벤트같은 걸로 무대에 한번 서 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노래를 불러보니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연극이나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인 것 같아요. 가수요? 에이 그건 가수분들한테 너무 미안한 일이구요."
2년만에 개봉하는 작품인데다 류현경의 다양한 모습이 녹아 있는 작품인만큼 '물 좀 주소'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최근 독립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의적인 분위기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좋은 영화를 일부러 가서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일단 개봉을 했으니까 입소문이 나면 보실 분들은 보러 와 주시지 않을까요. ‘워낭소리’나 '똥파리‘ 처럼 잘 됐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된다는 것은 영화팬들에게 분명 좋은 일인 것 같아요. 개봉한 것만으로도 마음은 뿌듯하지만, 이왕이면 많은 분들이 보시면 더 좋겠어요."
저예산 영화에 대한 관객의 사랑과 관심을 기다리는 류현경의 바람이 6월 극장가에서 제2의 '워낭소리' 열풍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영화 '물 좀 주소'는 오는 4일 개봉 예정이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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