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2009 하나은행 FA컵' 8강전 수원 삼성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가 펼쳐진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
빅버드에 한 남자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빅버드에는 어울리지 않는 남자였다. 빅버드를 수놓는 수원의 선수들에게, 또 그들을 응원하는 그랑블루에게 어쩌면 가장 큰 적이다. 그는 바로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이었다.
서울은 지난 1일 전북과의 FA컵 16강전에서 1-3으로 패해 FA컵에서 중도 탈락, 이날 경기 일정이 없었다. 서울의 다음 경기는 오는 19일 열리는 K리그 16라운드 강원전이고, 그 다음 22일 인천과의 컵대회 8강 2차전이 있다. 그리고 K리그 17라운드에는 또 경기가 없다. 그렇다면 귀네슈 감독이 빅버드에는 왜 왔을까.
귀네슈 감독이 빅버드에 등장한 이유는 단 하나다. 오는 8월1일 빅버드에서 펼쳐지는 K리그 18라운드 수원과의 일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귀네슈 감독의 등장은 K리그 최고의 '더비', 최고의 '라이벌전'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1983년 시작돼 2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K리그 이야기 속에서 단연 서울과 수원이 맞붙은 이야기가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가장 많은 팬들이 기다리는 경기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수원전이 K리그 최고 '빅매치'라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수원전을 K리그 최고 '빅매치'로 만들어낸 것은 바로 팬들이었다. 1996년 4월10일 안양LG(FC서울 전신)와 수원 삼성의 경기가 시작된 이후 2009년 4월4일 서울-수원전까지 양팀이 맞붙은 총 54경기에서 총 117만308명의 엄청난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2007년 4월8일 열린 서울-수원전에서는 무려 5만5천397명이라는 K리그 역대 최다 관중이 찾아 역사로 남아있다. K리그 최대 축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다.
모든 축구팬들이 기다리는 K리그 최대 축제가 다가오고 있다. 양팀은 올 시즌 이미 한 차례 만났다. 첫 번째 축제의 주인공은 서울이었다. 서울은 지난 4월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09 K리그' 4라운드 수원과의 경기에서 이청용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그리고 그 두 번째 축제를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 축제를 앞둔 지금 두 팀의 상황은 상반된다. 서울은 9승3무3패, 승점 30점으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수원은 3승5무6패, 승점 14점으로 13위로 떨어져 있다. 하지만 서울과 수원의 대결에서 현재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두 팀이 만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최고 라이벌 팀끼리의 대결에서는 어떤 이변과 화제를 낳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수원-전남전의 전반전이 끝난 후 빅버드에 등장한 귀네슈 감독을 만나봤다. 귀네슈 감독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리고 신중했다. 귀네슈 감독은 "그냥 경기를 보러온 것 뿐이다. 다른 할 말은 없다. 수원과 전남 중 잘하는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며 수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수원의 경기력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귀네슈 감독은 "그냥 편하게 경기를 보러온 것 뿐"이라며 이 역시 즉답을 피했다.
귀네슈 감독의 침묵이 오히려 K리그 최고 빅매치에 대한 치열함과 긴장감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리고 수원의 경기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보여 수원에 섬세한 도발(?)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수원은 이 경기에서 이상호-양상민-홍순학의 연속골에 힘입어 3-0으로 대승을 거두며 FA컵 4강행을 확정지었다. 이 경기에서 수원은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아마도 경기를 본 귀네슈 감독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K리그 최고의 '더비' 수원-서울전은 앞으로 16일이나 남아 있지만, 빅버드에 등장한 귀네슈 감독으로 인해 그 열기에 불이 붙었다. K리그 최고의 축제는 '이미' 시작됐다.
조이뉴스24 수원=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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