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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할리우드를 정면돌파하다(인터뷰)


한국의 톱스타에서 아시아의 한류스타로, 이제는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인 할리우드에서 당당히 한 몫을 하며 스티븐 스필버그의 관심까지 산 이병헌은 시사회 이후 쏟아진 호평과 영화에 대한 만족감에 한껏 고무된 듯 했다.

영화 '지 아이 조: 전쟁의 서막'으로 '금의환향'한 이병헌을 30일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이병헌은 "욕만 안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연기한 지 19년이 됐는데 이제 사람들이 내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것 같다"며 최근의 기분 좋은 변화에 대한 말로 이야기를 마쳤다.

이병헌이 말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도전기와 고민을 함께 나눈 동료들,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얼굴 붉어지는 장면도 있었지만 기자 시사 이후 기대 이상이라는 평이 많아 한 숨 돌렸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스크립트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이미 만화로 유명한 원작이고 특히 스톰 쉐도우는 그 안에서도 더욱 만화적 캐릭터라 걱정스러웠다. SF 블록버스터라는 것도 내게 생소한 장르였지만 한국말로 하라면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만화적인 대사들, 안 해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작품 선택에 오래 걸렸고 심사숙고 했었다. 후회를 안 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끝날 때까지도 내가 선택을 잘 한건 지에 대해 고민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다."

- 채닝 테이텀과 시에나 밀러 등과 매우 친밀해 보였다.

"처음에는 나 혼자만 느낀 건지도 모르지만 어색함이 있었다. 그들 안에 진정한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은 못 받았었다. 초반 미국에서 촬영할 때는 그렇게까지 친해지지 못 했는데 후반부 프라하 촬영에서 다가가게 됐다. LA 촬영 3개월은 (몸 만들기를 위해) 술을 한방울도 못 마셔서 누구와도 약속을 잡지 못 해 더 친해지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워낙 친하다. 그 안에서도 내가 특히 친한 배우들도 있다.

- 시에나 밀러와 특히 가까워보이던데.

"시에나는 워낙 성격이 털털하다. 만화 원작으로 하고 캐릭터도 만화적이라 기본적으로 연기를 요하는 역할이 아니었다. 내가 연기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무술했다고 생각한다. 농담삼아 감독에게 무술인을 캐스팅하지 왜 나를 캐스팅했냐고 하기도 했다.(웃음) 시에나 밀러와는 촬영기간 내내 서로 고민들이나 내가 이 작품을 하는 딜레마에 대해 얘기했는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많이 갖고 있더라. '지 아이 조'가 우리가 지향하는 영화 컨셉이나 연기관과는 판이하게 다른 작품이라 두 사람이 느끼는 딜레마가 같았다. 블루매트 앞에서 무술이나 해야 했어서 나중에 같이 정말 좋은 작품하자고 하더라.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영화를 본 후 너무 다른 기분이 됐다. 그렇게까지 엄청난 영화인줄 몰랐으니까. 어떻게 내가 저런 영화에 출연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어릴 적 보던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역을 내가 하고 있는 것 같은 신기한 기분이었다."

- 일본 프리미어 당시 인기가 대단해 동료배우들이 놀랐다고 하던데.

"일본에서 굉장히 많이 놀란 것 같다. 자기들은 그렇게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호응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그런게 익숙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게 없다고 하더라. 함께 출연한 마론 웨이언스가 내게 일본에서 마이클 잭슨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한국에서는 감독님이 엘비스 프레슬리라고 하더라.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일본 개봉 때 기무라 타쿠야, 조쉬 하트넷과 함께 다녔는데 조쉬 하트넷도 격앙되고 흥분해서 이런 건 처음 봤다고 하더라."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지 아이 조' 촬영 후 또 다른 할리우드의 제안은 없었나.

"일본에 가자마자 스티븐 소머즈 감독에게 스필버그 감독 얘기를 들었다. 속으로는 너무 좋았지만 겉으로는 안 그런척 태연하게 있었다. '지 아이 조' 이후 두 개의 영화가 있었는데 하나는 이 작품과 너무 비슷했고 하나는 스케줄이 안 돼서 못 했다."

- 할리우드에서 촬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나는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직접 시나리오의 상황이나 대사를 바꿔가는 편이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철저히 자본주의에 입각해 투자자와 제작자가 가지는 파워가 엄청나다. 어떤 부분에 대해 아이디어를 논하거나 바꾸자는 이야기가 시작되면 대답을 기다리는게 너무 오래 걸려서 지쳤다. 프리프로덕션 과정이 길다 보니 준비된 것이 많아서 프로덕션 기간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는 융통성, 순발력이 있는데 할리우드는 변화에 대해 민감해 하더라."

- 해외 시장에 도전한 계기는.

"트란 안 홍 감독의 '나는 비와 함께 간다'를 선택한 순간부터가 큰 변화였다. 생각을 많이 열어두고 선입견이나 내 울타리를 만들어놓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극과 극인 두 영화를 한번에 결정했고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서 악역에도 처음 도전했다. 할리우드에서는 듣기만 하던 것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면서 달라진 생각들도 있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워낙 관념적인 내용이라 영어로 된 스크립트를 제대로 이해도 못 했지만 정말 다른 곳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 나를 어떻게 이용할까 궁금했다."

-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기대해봐도 될까.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위치는 어렵지 않을까. 심지어 몇 해 전까지는 아카데미 주연상을 흑인 배우가 받는 것도 논란이 됐던 곳이다. 그 사람들이 여전히 동양인들에게 원하는 건 멜로의 눈빛이 아니다. 멜로 연기 잘하는 미국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데 동양 배우를 쓰겠나. 그 사람들이 놀랄만한 그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굳이 악역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역할을 뺏어올 수는 있을 거다.

- 이미 속편 계약이 됐다고 하는데 '지 아이 조'에서 앞으로의 비중은 어떻게 되나. 미국에서는 스톰 쉐도우와 스네이크 아이즈의 인기가 높아 캐릭터 비중이 더 높아질 거라는 전망도 있던데.

"제작진이 추이를 지켜볼 것 같다. 이번에 제작자가 내한 인터뷰에서 이병헌이 아시아에서 얼마나 많은 호응을 얻는 지에 따라 아시아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냉정한 말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관객수에 따라 냉정하게 판단한다. 그래도 미국에서 테스트 시사 결과 많은 이야기들 중 스톰 쉐도우와 스네이크 아이즈가 싸우는 신이 가장 재미있다는 말이 많이 나와 다행이다."

- 영어 대사 발음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솔직히 갈 때는 걱정을 별로 안 했다. 운 좋게도 지금까지 발음 나쁘단 얘기는 못 들어봐서 쉽게 생각하고 갔는데 몇 마디 안 되는 대사까지도 지적을 많이 받았다. 전문 선생님에게 한시간씩 이틀을 배웠는데 그 안에서 굉장히 디테일하게 가르쳐줬다. 이번 영화와 달리 대사가 길고 어렵다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 할리우드 진출을 노리는 배우들이 많은데.

"가장 중요한 건 언어다.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네이티브 같은 발음과 억양이 되면 일단 제일 먼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러면서 아시아에 영향력이 어느 정도 있다면 아주 좋은 조건이 될 것이다."

조이뉴스24 유숙기자 rere@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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