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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주먹 '불끈' 박기혁, 자존심을 건 '철벽수비'


"올 시즌 못했던 것, 모두 풀 겁니다. 최선을 다할 겁니다!"

평소 조용한 박기혁이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에는 투지마저 느껴졌다.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동안 수많은 취재진들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피해다녔던 그였기에 힘찬 목소리가 색다르게 느껴질 정도.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르는 동안 박기혁은 물흐르는 유격 수비를 펼쳐 수 차례 감탄을 자아냈다. 어려운 타구도, 쉬운 타구도 안정된 자세로 처리하며 단 한 차례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시즌 중 평범한 타구를 놓쳐 위기를 자초한 적도 많았지만, 가을 잔치서 박기혁은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려 국가대표 유격수의 자존심을 회복 중인 것이다.

지난 1, 2차전 당시 잠실구장서 박기혁은 항상 고개를 숙이고 취재진을 피해다녔다. 평소 밝게 인사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조용히, 그리고 신속하게(?) 그라운드와 덕아웃을 오가며 경기만을 준비했다. 그리고 경기에 나서면 매서운 눈빛으로 롯데의 내야를 철통처럼 지켰다.

박기혁이 투지를 불태우는 것은 올 시즌 불완전 연소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게다가 올 시즌을 끝으로 군입대를 해야한다. 박기혁으로서는 수년간 밟아볼 수 없는 마지막 그라운드일 수도 있기에 '투혼'으로 가슴 속 쌓인 아쉬움을 모조리 풀어낼 참이다.

사실 올 시즌은 박기혁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다. 원했던 모든 것이 꼬였다. 지난 시즌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빛을 발한 그였고,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안정된 유격수비로 준우승의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2009 시즌은 그에게 '악몽'이었다.

기대했던 병역혜택은 받지 못했고, WBC 후유증(체력)과 함께 고질적인 허리 통증까지 재발해 시즌 중 고생을 면하지 못했다. 신예 김민성마저 빛을 발휘해 팀내 입지까지 좁아졌다. 그 결과 규정타석도 채우지 못했고, 109경기 346타석 299타수 65안타 21타점 7도루, 타율 2할1푼7리에 그쳤다. 항상 위축돼 있었고, 이 때문에 실책도 공동 2위(16개, 정근우(SK))에 오르는 수모를 맛봤다.

때문에 박기혁은 항상 동료와 구단 관계자들에게 미안한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시즌 후반 삼성과의 4위 혈전에서 기세를 살리며 로이스터 감독에게 건재함을 어필했고, 가을 잔치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2차전까지 치른 현재 박기혁은 7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9번 타자로 출장했기에 그에게 맡겨진 주 임무는 '철통 수비'다. 무실책에 호수비까지 곁들인 그의 안정적인 수비는 저조한 타격감을 만회하기 충분하다.

2009 시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박기혁. 맞상대 또한 차세대 국대 유격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손시헌이다. 그로서는 이래저래 '투혼'을 불태우지않으면 안되는 입장이다. 박기혁에게 올 가을은 '전쟁'이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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