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군단'을 진두지휘하는 김경문 감독. 최근 2년 동안 애지중지하는 팀내 보물 중 한 명을 꼽자면 단연 김현수을 언급할 것이다.
그런데 옆에서 죽 지켜본 결과 김경문 감독이 시도한 김현수 조련법이 능수능란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조였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며 김 감독은 김현수를 리그 최고의 타자로 키워냈다.
김현수는 올 시즌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지난 시즌 470타수 168안타 9홈런, 타율 3할5푼7리를 기록하며 리그 수위타자로 우뚝 섰다. 이후 한 겨울 파워를 끌어올리는 담금질을 통해 올해도 똑같이 3할5푼7리(482타수 172안타)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홈런수가 무려 23개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올 시즌 전 스프링캠프서 컨택 능력을 유지한 채 파워를 증강시키는 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덕분이다.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스윙하지만, 증가된 파워로 타구는 담장을 넘기는 '자연체 괴물'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2009 시즌에 돌입하기 전 김경문 감독은 김현수의 예상 성적에 대해 "홈런은 15개 정도 치고, 타율은 3할대 초반으로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겨우내 파워를 키우느라 컨택 능력은 떨어지고, 이와 함께 2008 시즌 최고의 타자이니만큼 상대 투수들의 견제가 더욱 심해진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물론 그 예상은 다행스럽게(?) 빗나갔다. 파워가 장착된 김현수의 컨택 능력은 여전히 유지됐고, 투수들의 견제도 모두 스스로의 재능으로 이겨낸 것이다.
이에 대해 김경문 감독이 살짝 당시의 속마음을 전했다. 지난 29일 마무리 훈련 도중 잠실구장서 만난 김 감독은 "15홈런, 3할대 초반? 그건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해 말한 거지. 감독은 되도록 (기대치를) 적게 이야기해야지, 25홈런 쯤 친다고 대놓고 말하면 부담돼서 더 못친다니까. 아마 그랬다간 10홈런도 못쳤을 걸"이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즉, 올해 초 언급했던 김현수에 대한 예상 성적은 선수 배려 차원에서 말한 최소한의 기대치였던 셈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김 감독은 가을잔치서도 김현수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지난 시즌 SK와의 한국시리즈, 그리고 올 시즌 플레이오프서 김 감독은 김현수가 조금만 부진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맞추는 취재진에게 "좀 부진해도 (김)현수에게 그런 질문은 좀 자제해 달라. 한 명씩 한테만 그런 얘기를 들어도 수십 마디가 된다. 애가 얼마나 부담이 되겠느냐"고 부탁까지 했다.
하지만 배려 외에도 김 감독은 김현수가 항상 '만족감'을 가지지 못하도록 부담을 주는 조련법을 사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즌 초 홈런수가 증가하자 "홈런 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언급하며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까봐 한 때 '홈런 금지령'을 내리기도 하는 등 평정심을 넘는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채찍을 가했다.
이날 김현수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도 김 감독은 그러한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했다. 김 감독은 "(김)현수가 대단한 것이 지금까지 감기 한 번 걸려본 적이 없다더라. 튼튼한 것이 정말 매력적이다"라고 기분좋게 칭찬하면서도 "하지만 계속 잘하려면 (부상을 안당하도록) 유연성을 키워야 된다"고 부족한 점도 지적했다. 또 "올해 잘했지만 더 안주하지 않게 채찍질을 해야된다"고 언급해 결코 '선을 넘는 칭찬'은 입밖에 내지 않았다.
배려와 동시에 적당히 채찍을 가하며 김현수가 1년 내내 한결같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련한 김경문 감독. 모든 성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이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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