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서 국내파 25명의 옥석 가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허정무호가 잠비아와의 새해 첫 평가전에서 2-4로 완패했지만 그래도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았다.
국내파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해 해외파와 최상의 조합을 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허정무 감독은 가장 먼저 수비진의 경쟁력을 재점검하는 기회를 얻었다.
기존의 해외파인 이영표(알 힐랄), 김동진(제니트), 차두리(SC프라이부르크) 등의 측면 자원과 중앙 수비수 곽태휘(교토 상가) 등이 합류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 두 중앙 수비수 조합을 중심으로 강민수(수원 삼성)-최철순(전북 현대)이 풀백으로 배치된 플랫4는 잠비아의 개인기에 공간 패스를 자주 허용하며 무너졌다.
특히 수비 전체를 리드하는 조용형은 간격 조절에 실패했고 강민수는 평소 느리다는 평가를 증명이라도 하듯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선수를 놓치고 패스 차단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허정무 감독은 마땅한 왼쪽 측면 자원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강민수를 왼쪽 풀백으로 배치하는 모험을 시도했지만 상대는 이를 간파한 듯 집요하게 볼을 투입했다. 오른쪽의 최철순도 너무나 의욕이 컷던 나머지 상대와의 경합에서 나뒹굴기를 반복했다. 이정수가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고군분투했지만 그 역시 다른 수비진과 동떨어져 있었다.
비시즌 기간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나 생소한 잔디, 고지대 등의 환경을 고려하면 그나마 일찍 문제를 확인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허정무 감독이 남아공 출발 전부터 "체력은 기본"이라며 조직력과 개인의 능력을 시험하겠다고 강조한 것을 볼 때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전체 균형이 무너진 부분도 점차 보완될 것이라는 희망을 낳게 한다.
SBS 박문성 해설위원은 "이번 전지훈련에서는 개개인의 컨디션 점검을 통한 기량을 평가, 최종 명단을 추리는 것과 아프리카 현지 적응이라는 과제에 중점을 맞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새로운 팀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성도를 보기보다는 앞으로 이어지는 경기를 생각해야 한다. 대표팀이 역대 1월 경기에서 좋은 몸 상태로 경기해 내용이 좋았던 적이 있는지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경기력이나 컨디션 저하로 이번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제외됐던 김치우(FC서울), 최효진(포항 스틸러스) 등 기존의 국내파들에게는 향후 대표팀이 2월에 치르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가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선수들과의 경쟁은 더욱 점화될 수 있다.
다만, 중앙 수비에 대한 불안이 앞 선의 중앙 미드필드와의 호흡으로 연계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도 없지않아 있다. 김정우(광주 상무)-김재성(포항 스틸러스) 조합이 중앙 수비와 간격 조절을 하지 못했고 일대일에서도 쉽게 무너짐으로써 바로 뒤의 플랫4도 덩달아 흔들렸기 때문이다.
몸싸움을 즐기는 터프한 중앙 미드필더의 부재는 1차 저지선 역할을 무색하게 했다. 향후 최종 명단 발탁이 예상되는 김남일(톰 톰스크)이나 조원희(수원 삼성) 등 몸싸움을 해내는 홀딩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문성 위원은 "허 감독이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겠느냐. 1월 전지훈련은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며 한 번의 패배에 너무 많은 걱정이 쏟아지는 것을 경계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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