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올 겨울 최대목표였던 '투수진 재건'을 구성상으로는 모두 달성했다. 이제 이번주 안으로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는 주축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을 마무리하면, 17일 일본 미야자키로 속시원히 전지훈련을 떠날 수 있다.
현재 두산 구단 사무실은 이래저래 분주하다. 한쪽에서는 주력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이 진행 중이고, 트레이닝실 앞을 비롯해 라커룸은 개조 공사 막바지에 한창이다. 매니저들은 새유니폼과 구단 장비 등을 정리하느라 추운 날씨에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김재호(26)를 만났다. 시즌 후 두산 선수단 내에 분 퍼머 열풍에 김재호도 동참한 듯 갈색으로 염색한 퍼머 머리로 기자를 만난 김재호는 여느 때와 같이 살짝 눈웃음을 흘리면서(?) "잘 지내셨냐"고 인사를 건넸다. '왜 왔냐?'고 물으니 "전지훈련을 가게 됐고, 여권을 구단에 내러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2009시즌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못했다'고 인사치레로 던진 말에 김재호의 인상이 금방 어두워졌다.
"그렇다"고 짧게 답한 뒤 한숨을 내쉰 김재호는 "열심히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 머리를 긁적이며 "난 연봉협상도 이미 끝났다. 할 말이 없으니..."라고 말을 아꼈다.
실제로 김재호에게 2009시즌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해였다. 2008시즌만 해도 이대수와 유격수 포지션을 번갈아 맡았던 김재호는 2009시즌을 앞두고 크게 의욕을 내비쳤다. 손시헌의 군제대 복귀와 홍성흔의 FA 보상선수로 영입된 이원석의 가세로 더욱 치열해진 내야경쟁 속에서도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2009시즌이 끝나고 되돌아보면 김재호에겐 불만족 투성이였다. 선발 출장은 총 44경기(2루수 37경기, 3루수 3경기, 유격수 4경기)에 그쳤고, 경기 후반 교체출장까지 합쳐야 80경기 정도다. 방망이 면에서도 아쉬움이 컸다. 205타석 180타수 43안타 3홈런 36타점 27득점 4도루 타율 2할3푼9리가 김재호가 남긴 2009년 최종 성적표였다.
그래서인지 김재호는 '경인년에는 주전 확보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말에 "참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다. "올해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손사래를 치기도.
자조섞인 웃음을 던졌지만 눈빛만은 번뜩였다. 2010년에는 방망이만큼은 최대한 해볼 만큼 해보겠다는 것이다.
김재호는 "2009년에는 잘 해내지 못했다. 많이 아쉽다. 전지훈련 가서 또 무조건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무조건 타율을 올릴 것이다. 득점권타율은 좀 괜찮았지만 전반적으로 타율이 너무 낮았다. 그게 우선적인 목표"라고 다시 힘을 낼 것을 다짐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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