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의 중심,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중 하나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밟아보고 싶은 꿈의 무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프리미어리그는 한국과는 별개의 무대였다. 단순히 동경만 하는, 수준 등에서 우리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리그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이 넘어가자 프리미어리그는 우리와 함께 호흡했고, 한국 축구팬들은 프리미어리그에 급격히 익숙해졌다.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등장이 그 시작을 알렸다.
2005년 박지성은 한국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로 평가받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였다. 박지성이 맨유 유니폼을 입자 한국인들의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관심은 폭발하기 시작했고, 박지성과 맨유와 함께 프리미어리그를 즐겼다. 이영표와 설기현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그 폭발력을 배가시켰다.
박지성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최초의 개척자였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도 한국 축구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이영표와 설기현 역시 박지성과 함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런 박지성의 활약을 보고 자신감을 얻은 많은 한국인 후배들이 박지성의 길을 따라가려 했고, 프리미어리그 문을 두드리기에 이른다.
하지만 박지성이 열어놓은 길을 걸으려 했던 상당수의 한국인 선수들이 실패를 맛봤다. 이동국, 김두현, 조원희 등은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씁쓸히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프리미어리그 문을 두드렸던 선수들이 실패를 거듭하자, 박지성과 실패한 이들이 걸었던 길의 방향이 달랐다는 것이 조금씩 드러났다.
박지성이 걸었던 길은 빅리그 진출을 위해 빅리그보다 조금은 수준이 낮은 다른 유럽리그로 진출한 후 그 곳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인정을 받은 후에 빅리그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박지성이 그랬고, 이영표와 설기현 역시 그런 과정을 밟았다.
실패를 맛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공통점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K리그에서 바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K리그에서 세계 최고의 리그로 바로 직행하기에는 아직 수준 차가 크다는 지적이 일어났다. 그래서 한국인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려면 박지성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즉,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하는 것은 곧 실패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굳어져가는 듯했던 공식을 가뿐히 뒤집는 이가 등장했다.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 누구도 걷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수가 등장했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이 등장한 것이다.
K리그 FC서울을 떠나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이청용은 벌써 시즌 5호골을 기록하며 지난 2006~2007 시즌 박지성이 기록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역대 최다골(5골)과 타이를 이뤘다. 또한 5골 5어시스트로 10개의 공격 포인트를 쌓아 2005~2006 시즌 설기현이 기록한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4골5도움)를 넘어섰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로서는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물만 보더라도 이청용은 분명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로서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이런 이청용의 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K리그에 대한 편견을 깨고, K리그의 위상을 높였다. K리그 출신도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프리미어리그를 꿈꾸는 K리거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이다. '박지성의 길'이 아닌 새로운 '이청용의 길'을 닦은 셈이다.
K리그 출신 이청용은 새로운 유형의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개척자'가 된 것이다.
볼턴 이적이 확정된 후 이청용은 K리그 출신의 빅리그 직행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K리그에서 빅리그로 바로 가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반대로 내가 성공한다면 나같은 선수가 많이 나올 수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들에게 희망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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