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과 허탈감에 빠져 실수가 잦았던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를 따돌리고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일본)가 2008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이후 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사다는 28일 새벽(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종료된 '2010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197.58점으로 1위에 올랐다. 2위 김연아(190.79점)와는 6.79점 차이다.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23.06점의 차이를 보이며 2위에 그쳤던 아사다는 반드시 김연아를 넘어서겠다며 맹훈련에 집중했다. 올림픽 전에 마지막으로 만나 맞대결했던 그랑프리 1차대회 '에릭 봉파르'에서는 무려 36.04점 차이를 보여 자존심 회복이 절실했다.
아사다와 달리 피겨 입문 후 최고, 최대의 목표였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는 마음이 붕 뜬 상태였다. 스스로 밝혔듯 '빈둥빈둥'거리며 대회를 준비하는 등 목표의식이 떨어졌다.
트리플 악셀을 다시 한 번 연마하며 나선 아사다는 다운 그레이드를 받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된 연기를 보여줬다. 이날 프리스케이팅 점수에서는 아사다(129.50점)가 김연아(130.49점)에 근소하게 뒤졌으나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점수 차로 인해 김연아에 승리할 수 있었다.
'점프의 정석'이었던 김연아는 모자랐던 연습과 심리적인 요인으로 2연속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뤄내지 못했다. 밴쿠버올림픽 때와는 정반대로 금-은의 주인공이 아사다-김연아로 바뀌었다.
아사다가 1위에 올랐지만 둘의 통산 겨루기는 7승6패로 김연아가 여전히 우위를 지켰다. 둘은 2004~2005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을 통해 첫 대면 했다. 당시 아사다는 172.75점으로 1위에 올랐고 김연아는 137.75점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2위를 기록했다.
격차는 서서히 줄었고 2006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는 김연아가 177.54점을 받으며 1위에 올랐고 아사다는 153.34점으로 2위가 됐다. 장군멍군하며 주니어 시절을 거친 이들은 시니어에서도 팽팽한 대결 구도를 이어갔다.
김연아가 고관절 부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183.23점으로 3위를 기록했던 2008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아사다가 185.56점으로 1위에 올랐다. 김연아의 몸 상태가 정상적이었다면 승부를 쉽게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둘의 격차는 많이 줄었다.
이후 2008~2009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을 아사다에 내줬던 김연아는 2009 세계선수권대회와 2009~2010 그랑프리 1차대회, 올림픽을 싹쓸이하며 피겨 지존에 등극했다. 아사다가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앞으로 둘의 겨루기는 미정이다. 김연아의 향후 행보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아사다는 밴쿠버올림픽에서 은메달에 머문 뒤 2014 소치 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얻겠다며 의지를 불태운 반면, 김연아는 향후 거취 문제를 천천히 결정하겠다고 밝혀 프로 전향설 등에 휩싸여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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