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간판 골키퍼 이운재(37, 수원 삼성)의 '경기력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 K리그에서 어이없는 실책을 하는 등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답지 못한 경기기력을 선보인 이운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2010 남아공월드컵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국가대표 부동의 골키퍼 이운재의 경기력 저하는 월드컵 본선에 대한 걱정의 불씨를 피워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 어쩌면 이운재의 경기력 저하보다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현 국가대표팀에는 확실한 '포스트 이운재'가 없다는 것이다. 이운재의 경험과 영향력을 따라갈 만한 골키퍼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운재가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국가대표팀에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포스트 이운재가 없다는 것.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포스트 이운재를 키우려는 노력보다는 단지 '천하'의 이운재에 기대고 의지하려고만 했다.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등 다른 포지션에서는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팀 경쟁력을 높였던 허정무호가 유일하게 골키퍼 포지션에서만은 한 우물 파기만 고집했다.
음주파문에 휘말려 대표팀 자격정지를 당했던 이운재는 2008년 11월 사면되며 대표팀에 복귀했다. 이운재가 돌아온 후 허정무호가 가진 A매치는 총 23경기. 이 중 이운재는 무려 21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거의 모든 경기를 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성룡과 김영광은 늘 대표팀 명단에 들었으나 이운재 들러리에 불과했다.
2008년 11월 14일 카타르와의 친선경기에서 대표팀 복귀를 알린 이운재는 20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월드컵 최종 예선 3차전에 나서 무실점으로 팀의 2-0 승리에 공헌했다. 이후 '이운재 천하'가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이란-북한-UAE-사우디아라비아-이란으로 이어지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허정무호 골키퍼는 언제나 이운재였다. 월드컵 최종 예선을 준비하며 가진 평가전 역시 이운재가 골문을 지켰다. 월드컵 7회 연속 진출의 쾌거를 이룬 후 본선을 준비하는 평가전에서도 골키퍼는 항상 이운재였다.
그리스를 대비하든, 아르헨티나를 준비하든, 나이지리아 가상의 상대를 만나든 골키퍼 이운재는 변함없었다. 지난 2월에 열린 동아시아연맹 선수권대회에서도 3경기 모두 이운재가 수문장을 담당했다.
정성룡과 김영광은 23경기 중 각각 1경기씩 선발 출전할 수 있었다. 2009년 11월18일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 김영광이 출전했고, 올해 1월22일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에서는 정성룡이 한국 대표팀의 골문을 지켰다.
23경기 중 21경기를 이운재에 맡긴 허정무 감독. 게다가 월드컵 예선이나 동아시아 대회같은, 당장의 성적을 필요로 하는 경기에는 단 한 번도 정성룡과 김영광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포스트 이운재를 키울, 확실한 이운재의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도 고민도 뚝심도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정성룡과 김영광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것이 경험 부족이다. 김영광이 A매치 14경기에 출전했고, 정성룡이 13경기다. 이운재는 129경기로 한국 선수 중 홍명보에 이은 역대 2위다. 경험으로 봤을 때 그 누구도 이운재를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김영광과 정성룡이 경험 부족을 이겨낼 만한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것이다. 출전기회를 주지 않는데 어떻게 A매치의 경험이 늘어날 수 있겠는가.
이운재에 대해서는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 포함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운재를 대체할 만한 인재도 없고 포스트 이운재를 만들어낼 시간도 없다. 월드컵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시간이다.
지금 허정무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운재가 하루 빨리 컨디션을 되찾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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