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을 마친 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가운데 선수들 간의 내기가 허정무호의 화젯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 청룡구장에서 1시간 30분여의 오전훈련이 끝난 뒤 대부분의 선수가 점심 식사와 샤워를 위해 숙소동으로 들어갔지만 박주영(AS모나코), 기성용(셀틱),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는 2010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를 손에 들고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혹시 훈련에서 미진한 부분을 연습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이 오른쪽 코너 쪽으로 갔다. 코너에서 골대 안으로 직접 골을 넣는 내기를 한 것이다.
박주영과 이정수가 흥미롭게 바라보는 사이 둘은 코너 깃대의 제거 여부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결국, 깃대를 그대로 둔 상태로 둘의 내기가 이어졌다.
선축을 한 이청용의 킥은 왼쪽 포스트에 맞고 밖으로 나갔다. 이내 이청용의 장탄식이 나왔고 기회를 얻은 기성용이 골대를 바라본 뒤 오른발로 적당하게 킥을 시도했다. 그러나 기성용의 킥도 왼쪽 포스트에 맞으며 둘의 첫 겨루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절친'이지만 승부에서 지지 않겠다는 듯 두 번째 시도에서는 모두 골문으로 차넣으며 환호했다. 이들은 세 차례 더 킥을 시도했지만 모두 골문 안으로 넣지 못하며 아쉬움에 땅을 쳤다.
이번에는 박주영과 기성용이 아크 근처에서 골대 맞히기로 승부를 시작했다. 박주영이 먼저 오른발로 킥을 시도했고 볼은 크로스바와 입맞춤했다. 박주영은 골을 넣은 것처럼 환호하며 벤치의 이정수, 이청용에게 달려가 웃음을 터뜨렸다.
기성용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기에서 질 수 없다는 듯 집중력있게 킥을 시도했지만 볼은 크로스바 위로 살짝 넘어갔다. 기성용의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내기에서 진 기성용은 '면세점 털기'의 물주가 됐다. 이청용은 "내기에서 지는 사람이 일본으로 출국할 때 공항 면세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주기로 했다"라며 "(박)주형이 형은 전기 면도기, 나와 (이)정수 형은 헤어드라이기를 선물 받게 됐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들의 내기는 20일 훈련 종료 후에도 있었다. 파주NFC 근처의 '마트 털기'가 주제였다. 샴푸, 린스 등 생필품과 간식 등이 상품으로 걸렸다. 기성용과 김보경(오이타 트리니타),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 이승렬(FC서울), 이근호(주빌로 이와타) 등이 함께했고 치열한 경쟁 끝에 기성용이 또 패했다.
이들의 내기를 지켜보던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경직된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만큼 대표팀이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는 사례 아니겠느냐"라고 분석했다.
조이뉴스24 파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