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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이운재 넘은 정성룡, '천하'의 메시 앞에 서다


정성룡(성남)은 '꿈'을 꿨다. 언젠가는 월드컵 무대에 나서는 꿈이었다.

하지만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너무 크고 높은 벽이 그 꿈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운재(수원)라는 큰 벽. 한국 골키퍼의 '간판'으로서 그의 아성과 경험, 그리고 포스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정성룡은 벅찼다.

그래도 정성룡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그 자리에 설 것이라며 매일같이 훈련을 했다.

그러다 기회가 조금씩 찾아왔다. '천하'의 이운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K리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력 논란에 휩싸인 이운재. 정성룡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0 K리그에서 성남 상승세의 일등 공신 역할을 해내며 서서히 이운재의 아성에 다가갔다.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선발되고 훈련이 진행될수록 정성룡은 이운재의 아성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자신감은 넘쳤고 자신만의 강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점점 정성룡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연습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며 꿈이 현실로 나타날 기미를 보였다.

2010년 6월12일, 남아공월드컵 B조 예선 1차전 한국과 그리스와의 경기. 허정무 감독은 결국 정성룡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정성룡이 선발 출전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것이다. 정성룡이 그토록 원했던, 그토록 꾸었던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

현실은 때로 냉혹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정성룡에겐 아니었다. 경기 초반 살짝 흔들리는가 했으나 금세 정성룡으로 돌아왔고 눈부신 선방을 펼치며 한국의 무실점을 이끌었다. 그리고 한국의 승리에 큰 역할을 해냈다. 한국은 그리스에 2-0 승리를 거두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정성룡은 "2002년 월드컵 때 내가 고등학생이었다. 당시 (이)운재 형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언젠가 나도 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꿈을 가졌다. 그 꿈이 실현돼서 좋다"며 꿈이 이뤄진 것에 대한 기쁨을 드러냈다.

이어 정성룡은 "올림픽에 나가서 출전을 해봤던 경험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운재 형과 (김)영광이 형을 대신해서 나간 것이었기에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했었다"고 그리스전에 임했던 자세를 설명했다.

정성룡의 꿈이 현실로 이뤄졌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정성룡 앞에는 또 다시 크고 높은 벽이 우뚝 서 있다. 더욱 영광스럽고 화려한 현실을 만들기 위해 넘어야만 하는 또 다른 벽이 있다. 바로 아르헨티나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라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를 보유한 팀이다. 메시로 끝나지 않는다. 테베스와 이과인도 있다.

정성룡의 활약이 절실한 경기다. 정성룡의 선방이 한국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높고도 큰 벽. 아르헨티나, 그리고 메시다.

정성룡은 "아르헨티나는 메시, 이과인, 테베스 등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의 수비 조직력이 좀 더 나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수비수들을 믿고 플레이 한다면 좋을 것 같다"며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꿈을 현실로 이룬 정성룡. 그는 이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새로운 꿈을 꾼다.

조이뉴스24 러스텐버그(남아공)=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e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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