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위를 걷는 승부에서 아르연 로번(26, 바이에른 뮌헨)은 늘 해결사로 나서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했다.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로번의 존재감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두 골을 넣은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테르 밀란)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로번은 모든 공격 과정의 시발점이었다.
로번은 후반 8분 스네이더르의 첫 골에 프리킥을 얻어내는 것으로 기여했다. 스네이더르가 골문을 향해 볼을 올릴 때는 수비수의 타이밍을 잘라내는 패스로 도우미가 됐다.
이후 로번은 물 만난 고기처럼 브라질 수비진을 휘저었다. 23분 스네이더르의 헤딩 골에서도 적절한 높이의 코너킥을 차줘 역전골의 시발점이 됐다.
절정은 28분 펠리페 멜루의 퇴장이었다. 로번은 화려한 발재간의 달인이다. 상대 수비수가 괜스레 잘못 건드리면 파울을 지적당하기 다반사다. 멜루는 무리하게 로번의 볼을 뺏으려다 허벅지를 가격하며 퇴장을 당했고, 이후 브라질을 수적 열세에 시달리게 하며 8강 탈락으로 몰아간 주범이 됐다.
로번은 조별리그 3차전 가나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월드컵 직전 헝가리와의 평가전에서 당한 허벅지 뒷근육 부상을 털고 복귀했다. 네덜란드가 로번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많아도 그를 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7일 오전 케이프타운 그린 포인트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4강전에서도 로번은 '팔방미인'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슈팅, 드리블, 수비 가담 등 모든 면에서 모범적인 움직임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우루과이의 페르난도 무슬레라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로번은 두 골 이상을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우루과이 수비진은 로번의 움직임을 알고도 제대로 봉쇄하지 못했다.
180cm의 신장으로 큰 편이 아니지만 후반 28분 터뜨린 3-1로 달아나는 헤딩 쐐기골은 하나의 작품이었다. 아크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디르크 카위트의 가로지르기가 올라오자 순식간에 뛰어들어 머리로 정확하게 방향을 바꿔 왼쪽 구석 골망을 흔들었다.
막판 우루과이가 한 골을 만회한 것을 감안하면 로번의 결정력이 아니었다면 연장 승부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로번이 머리로 넣은 결승골은 네덜란드가 32년 만에 결승에 진출하는 데 결정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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