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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파문', 이운재가 가장 힘들어 했던 순간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131경기의 A매치에 출전해 113실점이라는 기록을 남긴 이운재(37, 수원 삼성)가 기억하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음주 파문'이었다.

이운재는 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대표팀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오는 11일 소속팀의 홈구장이기도 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에 전반 45분을 소화한 뒤 하프타임 때 은퇴식을 치를 예정이다.

1994년 3월 미국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성인대표팀에 발탁된 이운재는 그 해 미국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독일과의 경기에서 0-3으로 뒤지던 후반전에 전격 등장해 선방하며 얼굴을 알린 후 한국대표팀 간판 골키퍼로 성장했다.

16년간의 대표팀 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는 2002 한일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전에서의 선발 출장을 꼽았다. 그는 동물적 감각이 돋보이는 김병지(40, 경남FC)와 3인자였던 최은성(38, 대전 시티즌) 사이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였다.

숨조차 쉬기 힘든 경쟁을 뚫고 2002 월드컵 3-4위전까지 전 경기를 소화하며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던 이운재는 이후 승승장구하며 대표팀 수문장의 '넘버원'이 됐다. 누구도 그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체중 논란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어도 이운재는 이운재였다.

그러던 이운재에게 최악의 순간이 다가왔다. 2007 아시안컵에서 두 차례나 승부차기 승을 이끌어내며 한국을 3위에 올려놓았지만 무단으로 숙소를 이탈해 김상식, 이동국(이상 전북 현대), 우성용(현역 은퇴) 등과 술을 마신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접대부가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던져줬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운재를 비롯한 이들에게 '국가대표 자격정지 1년, 협회 주최 경기 출전정지 3년, 사회봉사 8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1년간 대표팀 징계는 이운재에게 은퇴나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무리하게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다. 앞으로도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라며 쓰라린 심정으로 당시를 되돌아봤다. 이어 그는 "다른 후배들은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팬들의 비난은 거침없이 쏟아졌다. 소속팀의 경기에서는 상대팀 팬이 걸어놓은 '운재야 술값은 누가 냈노!'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등장하기도 했다.

얼음장 같은 마음으로 아픔을 견딘 이운재는 "나 자신도 생각지 못한 일이라 힘들었다. 팬들이 실망했고 명예회복을 하기 위해서는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빚을 갚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이후 이운재는 허정무 감독의 호출로 대표팀에 복귀했다. 허 감독은 '사면론'을 꺼내들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징계가 끝나자마자 그를 대표팀의 기둥으로 세웠고,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성공이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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