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KIA가 파란만장한 이틀을 보냈다. 롯데는 조성환의 부상으로, KIA 역시 경기 내외적으로 답답한 상황에 몰렸다. 윤석민의 실투에서 비롯된 사구 하나가 양 팀 모두에게 적잖은 후유증을 낳고 있다. 24일~25일 이틀간 롯데-KIA가 경험한 상황을 정리했다.
▲윤석민의 사구(死球)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KIA가 7-5로 앞서던 9회말 2사 후 윤석민의 몸쪽 체인지업이 조성환의 헬멧을 강타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당시 조성환은 공을 맞은 직후 그대로 주저앉았고, 대주자 이승화로 교체됐다. 조성환은 덕아웃서 얼음찜질을 하며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고 곧바로 해운대 백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맞은 부위가 머리인 터라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던 조성환은 2~3일 입원하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안정을 취했다. 다행히 내출혈은 없고 어지러움 증상도 많이 호전돼 26일 퇴원할 예정이다.
▲롯데-KIA 팬간 대립 격앙
윤석민의 사구로 양팀 팬들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격렬하게 맞서고 있다. 롯데 팬들의 비난은 윤석민의 사구가 처음이 아니라는데 집중돼 있다. 지난 15일 광주 KIA-롯데전 9회초, 홍성흔이 9회부터 클로저로 등판한 윤석민의 몸쪽 공에 왼쪽 손등을 맞아 골절되며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2경기 연속 윤석민의 공에 중심타자들이 사구를 맞고 부상당하자 롯데팬들은 참지 못했다. 24일 사직구장은 야유와 오물투척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경기 후에는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KIA 선수단과 롯데팬들의 마찰까지 있어, 각종 커뮤니티로 이같은 사실이 퍼져나가면서 양 팀 팬들의 대립은 극도로 심해졌다.
▲구단 간 미묘한 대립과 손해
팬들간 갈등 여부를 떠나 롯데와 KIA는 이번 사건으로 모두 손해를 봤다. 특히 고의성 여부를 떠나 직접적인 팀전력 피해를 본 롯데는 출혈이 크다. 이대호와 함께 리그를 지배하던 홍성흔은 시즌 아웃이 됐고, 지난 시즌에도 사구를 맞아 안면함몰되는 큰 부상 경험이 있던 조성환은 또 한 번 트라우마를 겪게 됐다. 복귀 후 타격랭킹 3위를 달리던 타격감을 찾을 수 있을 지 의문. KIA도 윤석민이 심리적으로 크게 충격을 받아 한 동안 등판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마운드 전력에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외에도 경기 후 사과전화 유무에 대한 시각차가 불거져 롯데와 KIA 구단 사이에 미묘한 대립이 이어지기도 했다.
▲4강 지푸라기마저 놓친 KIA
24일 롯데는 KIA에게 5-7로 역전패했다. 이미 6게임차까지 승차를 벌려놔 4강의 8부 능선을 넘은 상태지만, 조성환의 부상과 맞물린 맞대결 역전패로 기세가 확 꺾였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힘들어졌다고 여겼던 KIA의 역전 4강의 꿈이 이 경기 결과로 되살아났다. 내용상 롯데로서는 최악의 하루였던 셈이다.
반면 KIA는 멀어져간 4강 꿈의 불씨를 재점화했다. 힘들긴 하지만 역전의 지푸라기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이튿날인 25일 광주 LG전에서 KIA는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6위 LG에게 7-8로 역전패를 당했다. 7회말 4점을 몰아내 7-4로 뒤집었으나 8회초 불펜 난조와 수비 불안으로 4실점하며 재역전을 당하고 주저앉았다. 윤석민의 빈 자리가 느껴지는 경기 상황이었으니, 이 역시 사구의 후유증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날 패배의 충격은 너무 크다. 4위 롯데를 5게임차로 쫓으며 기세를 올리려던 찰나 LG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게임차가 다시 5.5게임이 됐다. 롯데 추격은 고사하고 6위 LG와의 승차가 1.5게임차로 좁혀졌다. 이제는 역전 4강이 아니라 5위 수성도 힘겨워졌다고 봐야 한다.
이틀간 롯데와 KIA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주축 선수의 사구에 의한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걱정이 배가된 롯데. 윤석민의 심리불안으로 인한 후유증과 치명적인 LG전 역전패를 경험한 KIA.
그 결과 양 팀 모두 승자는 없고, 상처받은 팬심만 남았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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