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4위를 확정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분좋은 성과를 낸 가운데 바로 그 윗자리인 3위 두산은 오히려 씁쓸한 기간을 보내고 있다. 확률은 낮더라도 2위 삼성이 끝까지 선두 SK를 추격하는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두산은 후반기 '아웃사이더'가 돼버렸다.
삼성은 16일 광주서 KIA와 시즌 18차전을 치른다. 4강에 탈락한 KIA와의 역학관계는 의미가 없고, '승리' 자체가 중요하다. 전일(15일) SK가 롯데에게 8회말 5실점, 5-6으로 역전패하는 일격을 당해 삼성으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선두 등극에 도전할 기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15일 현재 삼성은 126경기를 치러 76승 48패 1무를 기록하며 2위에 올라있다. 3위 두산은 126경기서 69승 54패 3무. 잔여경기 7경기를 감안하면, 승수만으로 삼성이 현 순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1승'이 필요하지만, 상대전적에서 삼성이 10승 9패로 앞서있는 덕에 동률이 돼도 삼성이 상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삼성의 2위는 이미 확정됐다.
사실 올 시즌 4강 구도는 일찌감치 결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즌 초부터 연승가도를 내달리며 선두 수성에 나선 SK와 6월말 미친 듯안 연승행진으로 SK를 추격해온 삼성. 그리고 SK, 삼성에 밀려 3위로 미끄러진 두산과 치열했던 중위권 싸움을 벌여온 롯데가 포스트시즌 4장의 티켓 주인공으로 가려졌다.
그런데 4강팀 중에 시즌 후반기 의욕을 잃은 팀이 바로 두산이다. 두산은 SK, 삼성의 기세에 눌려 3위가 됐지만, 꾸준히 쌓아놓은 승수 덕에 4위 롯데의 추격을 걱정할 처지는 아니었다. 2위 삼성과 7~8게임차, 4위 롯데와 7~8게임차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두산은 8월말부터 일찌감치 준플레이오프 체제에 돌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말이 '대비'지 사실상 김이 샌 상황이다.
와중에 삼성이 시즌 막판까지 SK를 추격하면서 의미있는 경기를 펼쳐나가고 있으니 삼성에게 떠밀려 3위로 주저앉은 두산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우승을 천명하며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한 두산으로서는 속쓰린 구도다.
9월 들어 김경문 감독의 표정에는 미소가 사라졌다. 준플레이오프 상대인 롯데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경기를 운용해왔지만, 정작 롯데전에서는 부진하며 불안감을 안겼다. 그나마 지난 12일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5-0 완승을 거두며 자존심을 세웠지만, 준플레이오프 걱정은 사라지질 않는다.
"우리는 연승 예고편만 찍었다"고 2위 탈환 포기 후 한숨을 내쉰 김경문 감독. "선두 추격은 포기했다"던 선동열 삼성 감독은 은근히 SK 김성근 감독을 압박하고 있다. 구경꾼 신세가 돼 이를 지켜보는 김경문 감독의 심정은 편치않을 것이 분명하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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