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인기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SBS 수목드라마 '대물'. 작가, PD, 제작사 간의 갈등 속에서도 '대물'은 연일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시청률 30% 고지를 넘보고 있다.
작가와 PD가 잇따라 드라마에서 하차하면서 드라마 전개가 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던 것이 사실. '대물'의 제작사 이김프로덕션 측은 "달라지는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대물' 6화에서 서혜림(고현정 분)의 느닷없는 캐릭터 변화와 개연성 없는 내용 전개는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연기자들의 호연이 '대물'을 지켜내는 일등 공신이었다.
◆산으로 가는 대본…날카로움이 사라졌다
21일 방송된 '대물' 6화에서 서혜림(고현정 분)은 김현갑 후보 측의 작전으로 하도야(권상우 분)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기사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결국 하도야의 활약으로 이 기사가 철저히 김현갑의 네거티브 전략임을 알아냈지만 서혜림은 하도야가 찾아낸 증거를 유세에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방송 초반, 서혜림이 보여줬던 카리스마는 '대물'에 없었다. 느릿느릿 착한 말투와 의존적인 태도, "내 식대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고집피우는 서혜림이 있을뿐이었다.
게다가 납치, 스캔들 기사 등 짧은 시간 동안 끊임없이 계속된 위기와 '빗 속의 선거유세'로 판세를 한 번에 뒤집는 만화같은 해결은 개연성 없이 전개되며 극의 몰입을 방해했다.
빠르고 역동적인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대물'의 날카로움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훨훨 나는 연기자들…고현정-권상우의 저력
스토리의 논리 없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고현정, 권상우는 반짝반짝 빛났다. 고현정, 권상우는 계란 세례를 온 몸으로 맞으며 열연했다. 계란을 온 몸에 덕지덕지 묻힌 흉한 몰골이었지만 두 사람의 연기는 빛이 났다.
납치의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한 서혜림은 침대에 누워 자신이 그동안 겪은 일을 회상한다. 고현정은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이런 일을 당해야 하냐"고 온몸으로 오열하는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고현정이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며 연설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비를 흠뻑 맞은 채로 "이 나라가 지켜주지 못하는 국민이 없게 하겠다"고 울부짖는 서혜림의 모습을 열연한 고현정은 마치 서혜림과 한 몸이 된 듯 신들린 연기를 선보였다.
권상우 역시 펄펄 날았다. 코믹-액션-멜로를 넘나드는 권상우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신승환에게 "헤엄쳐셔 왔어 아가씨"라고 농담을 건네며 달려드는 장면에서는 특유의 건들거리는 연기가 빛이 났다. 납치된 서혜림을 구하기 위해 칼을 든 범인에게 맨 몸으로 달려드는 액션도 마다하지 않았다.
고생하는 서혜림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도저히 못 보겠다"고 안쓰러워 하는 장면, 계란 세례를 맞는 서혜림을 안으며 막아주는 장면, 비를 맞으며 유세에 나선 고현정 옆에서 가만히 우산을 씌워주는 장면에서는 권상우의 '멜로 본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수목극 최강자 자리 굳히기에 들어간 '대물'.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드리겠다"는 고현정의 말처럼 시청자들은 속시원한 정치드라마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대물'이 드라마계의 '대물'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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